5G 주파수 경매 D-7...두 가지 시나리오

제한된 예산 조기 승부 vs 최대 확보 장기戰

방송/통신입력 :2018/06/08 17:45    수정: 2018/06/08 17:45

8일 이동통신 3사 모두 정부로부터 5G 주파수 할당 적격 판정을 받음에 따라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경매 라운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는 경매가 쉽게 끝날 수도 있고 장기전으로 뜨거워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각사가 사전에 정해진 예산을 중요하게 생각할 경우 의외로 조기 승부수를 펼칠 수도 있지만, 돈보다 확보 주파수 양에 주력할 경우 길고 뜨거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과거와 다른 방식을 택해 예상 시나리오가 더 복잡하다. 업계는 돌발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전략도 치밀하게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경매는 15일 오전 9시부터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 5G 주파수 확보 전쟁, 과거 경매보다 복잡한 양상

총 2680MHz 폭의 주파수를 일시에 공급하는 이번 경매는 클락 방식의 새로운 경매 유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3.5GHz 대역과 28GHz 대역의 주파수는 각각 100MHz, 1000MHz 폭이 한 통신사가 가져갈 수 있는 최대 양이다.

단일 할당 사례로는 최대 공급량의 주파수가 마련됐지만, 이통 3사가 동일한 주파수 양을 확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통사들은 주파수 확보에 준비 가능한 예산으로 가능한 많은 주파수를 확보해야 5G 상용화 시점에 신규 통신 서비스를 선도할 수 있다.

과거 LTE 주파수 경매에서 이통사들은 같은 양의 주파수를 두고 위치 싸움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5G 주파수 첫 경매는 주파수 위치와 함께 확보량을 두고 눈치싸움을 벌이게 됐다.

주파수 확보량은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의 품질은 기본적으로 주파수 여유량에 따라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또 동일 서비스 품질 기준으로 주파수 양이 많을수록 망을 구축하는 단계에서 비용이 감소된다.

세계최초 5G 상용화를 내건 가운데 고도화된 서비스 품질에서 한발 물러설 이통사는 없다. 또 수조원의 주파수 비용을 내면서 향후 진행될 네트워크 구축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과거의 주파수 경매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수조원 낙찰 비용 아껴 80MHz 조기 승부?

5G 주파수 경매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지점은 3.5GHz 대역의 할당 폭이다. 28GHz 대역이 보조망으로 쓰이는 것과 달리 3.5GHz 대역은 전국망으로 구축할 핵심 주파수 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주파수 경매 세부 규정에 따라 280MHz 폭을 두고 한 통신사가 최대 100MHz를 확보할 수 있고 남은 180MHz 폭을 두 통신사가 분배하는 식의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남은 180MHz 폭은 다시 100MHz-80MHz, 90MHz-90MHz 등 두가지로 나뉠 수 있다.

먼저 100MHz-100MHz-80MHz로 분배되는 시나리오는 주파수 경매에 드는 비용을 줄이면서 5G 상용화 시점의 주파수 확보량에 한발 물러설 의향이 있는 통신사가 등장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주파수 경매 첫 라운드에서 이통 3사는 최저경쟁가에 100MHz, 즉 10MHz 당 1블록으로 따져 10블록에 베팅을 하게 될 전망이다.

이후 라운드가 거듭되면서 직전 라운드의 시작 가격에 1% 내의 가격증분비율이 더해진다. 0.75%의 증분 비율로 시작되더라도 블록 당 수백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라운드가 거듭 진행됐을 때 최종 낙찰가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경매 라운드가 누적되면서도 100MHz 확보가 어렵거나 90MHz와 80MHz의 할당량 차이에 의미를 두지 않으면 조기에 80MHz를 택할 수도 있다.

아울러 최소 90MHz를 확보하려는 통신사가 경매 과정 중에 남은 두 통신사가 가격 증분을 계속 붙여서라도 100MHz를 확보하려 한다면 조기에 80MHz 폭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경매 세부 규칙에 따라 금액선택입찰이 최종 판가름을 내는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80MHz 폭으로 조기 승부를 생각한다면 제시가격입찰에서 블록수를 줄여버리는 선택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 최소 90MHz 확보, 장기 레이스 돌입

80MHz 확보를 위해 조기 승부 카드를 던지는 경우의 수보다 최소 90MHz 폭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진행될 것이란 예상이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SK텔레콤의 경우 후발 사업자 대비 우월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고 총량 제한 최대치를 확보하겠다는 뜻을 할당 공고 이전부터 밝혀왔기 때문에 결국 KT와 LG유플러스가 180MHz 폭을 두고 경매 전쟁을 치룰 것으로 보인다.

KT와 LG유플러스 모두 물러설 의향은 없다. 경매 진행 단계에서 경쟁이 치열할 경우 180MHz 폭이 한쪽으로 치우치기는 쉽지 않다.

실제 이번 경매의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도 각 경우마다 같은 가능성을 따졌을 때 100MHz-90MHz-90MHz 분배 가능성이 높다.

두 통신사가 100MHz 폭을 확보하고 한 통신사가 80MHz 폭을 가져가 5G 상용화 시점에서 마케팅 열위에 놓이는 선택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라운드마다 거듭되는 입찰 증분의 부담에 따라 한 통신사가 아니라 두 통신사가 블록 수를 낮추면 90MHz 씩 가져가는 그림이 조기에 나올 수도 있다.

이때 가능한 경매 규칙이 금액선택입찰이다. 제시가격입찰에는 10블록을 적더라도 증분이 더해진 제시가격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9블록을 적어내 총 공급량 28블록에 맞아떨어지게 될 수 있다.

경매 세부 규칙에 따라 2라운드 이후부터는 주파수 공급량과 수요량이 일치해야 경매가 종료된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10블록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KT와 LG유플러스가 18블록의 합계 조합을 내야 한다.

KT와 LG유플러스의 주파수 확보 예산 책정 범위가 높을 경우에는 18블록의 합계 조합은 후반 라운드까지 진행되어야 나올 수 있다.

이 경우에는 100MHz 폭 확보를 천명한 SK텔레콤의 고심이 짙어질 수 있다. 라운드의 진행에 따라 경매 특성 상 시장 수요에 따라 가격이 오르게 되고, 총량 제한으로 더 많은 주파수를 가져갈 수 없지만 낙찰 비용은 더 비싸게 내야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매 과열 방지를 위해 가격증분상한비율을 낮추더라도 기본 최저 경쟁가격이 주파수 공급량에 버금가는 비싼 금액이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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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경매의 클락 방식은 영국의 5G 주파수 경매를 참고해 여러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며 “과거 가격오름입찰 방식과 매우 복잡한 경우의 수가 나오기 때문에 각 시나리오 별 대응 전략을 모두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 경매는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와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짙었지만, 이번 경매는 경쟁사가 라운드 진행 뒤 어느 시점에서 블록 수를 낮췄는지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최고 경영진의 즉각적인 상황 판단과 결정이 주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