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대출...단돈 3천원도 꿔준다

[테크핀 강자⑥] 초절정 대출 '밸런스히어로'

금융입력 :2018/06/08 14:44    수정: 2018/06/08 14:45

'테크핀(Techfin)'을 외치는 스타트업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처음 제안한 테크핀은 IT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금융사가 IT기술을 활용한 핀테크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지디넷코리아는 전통 금융시장에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테크핀 스타트업 강자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인도에서 새로운 소액 대출 모형을 만드는 곳이 있다. '밸런스히어로'다. 밸런스히어로는 인도 선불폰 사용자를 겨냥해 데이터와 전화·문자를 사용할 수 있는 잔액 확인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트루밸런스'를 시장에 안착시켰다. 앱이지만 고객 잔액 정보를 프로토콜 형식으로 가져오기 때문에, 인터넷 없이도 확인이 가능하다.

잔액 확인만 그치는 게 아니다. 월렛 기능이 추가돼 있어서 충전도 이 앱 하나에서 할 수 있다. 충전이 급한데 돈이 없는 경우 대출도 가능하다. 일명 '리차지 론(Recharge Loan)'이다. 더 나아가 생활 자금을 빌려주는 소액 대출까지 서비스가 확대될 예정이다. 선불폰의 잔액 확인해서부터 소액 대출이 가능한 플랫폼이 완성된 셈이다.

밸런스히어로는 2017년 7월 한국 기업으론 최초로 인도중앙은행으로부터 선불전자지급수단(PPI)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원클릭 충전·모바일 결제·대출·공과금 납부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포석을 마련했다.

트루밸런스의 '월렛' 기능 화면.(사진=밸런스히어로)

■ 잔액 확인→충전→대출, 사업 플로우 다 잡았다

한국과 인도를 오가며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는 밸런스히어로의 이철원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사업 흐름도를 설명했다. 막힘이 없는 구조다. 타깃층도 분명해 사업 목표를 완성함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이철원 대표는 "인도의 모바일 유저 중 95% 가량이 선불 방식을 사용한다. 10억명이 유저로 추정되는데 이중 9억명이 선불폰"이라며 "제일 처음 이 시장에 집중했다. 현재 트루밸런스는 9억명에게서 40억건 이상의 트래픽이 일어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9월 기준으로 트루밸런스의 다운로드 수는 5천만이다.

잔액을 확인했으니 다음 예상 행동은 충전이다. 이철원 대표는 "잔액을 알아야 미리 충전을 한다. 확인은 선행 서비스다. 이어지는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밸런스히어로의 이철원 대표. 사진은 이철원 대표가 '트루밸런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화면을 설명하는 모습.(사진=밸런스히어로)

충전을 위해 리차지 론 서비스를 제공한다. 리차지 론은 할부로 나눠서 큰 금액을 한번에 충전할 수 있도록 돕는 대출이다. 이철원 대표는 "예를 들면 200루피(약 3천100원) 정도를 한 달 동안 쓰는 사용자라고 생각해보자. 큰 돈을 벌지 못하다 보니 충전할 때는 50루피(약 775원), 30루피(약 465원) 정도를 쪼개 충전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 번에 200루피를 충전하면 통신사들이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은 데 이를 누리지 못하더라. 이를 위해 만든 대출"이라고 설명했다.

트루밸런스의 3자 충전이라는 방식이 이 대출서 효자 역할을 했다. 3자 충전은 A라는 사람이 일정 금액을 충전한 뒤 마치 선물하기 방식으로 B라는 사람에게 이 금액을 전달하는 것이다. A는 일명 에이전트(대리인)라고 불린다. 에이전트 역할은 온라인으로 신청받고 있으며, A의 그간의 사용 기록 분석을 통해 선정된다. 에이전트에게 3자 충전을 부탁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A는 트루밸런스에 얘기한다.

트루밸런스 앱 안에 있는 월렛으로 돈을 넣어주며, 에이전트는 이를 제 3자에게 충전해준다. 제 3자에게서 5일마다 혹은 매월 받는 할부금액은 다시 앱 내 월렛을 통해 트루밸런스에 전달되는 구조다.

이 대표는 "에이전트가 돈을 떼먹고 가거나 혹은 3자 충전을 한 사람이 돈을 갚지 않을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생기지만, 실제 에이전트와 돈을 충전한 사람은 한 지역 사회에 있는 경우가 있어 큰 문제가 없었다"며 "에이전트 역시 월렛으로 돈을 주고 받으며 기준을 거쳐 선별하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 전 세계에 없는 소액대출, 7월 내 선보인다

지금 이철원 대표는 또다른 대출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트루밸런스의 타깃층인 가진 돈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생활자금 수준의 소액대출을 트루밸런스를 통해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도에서는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 등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자기 결제 수단이 없는 사람이다. 이들이 우리 트루밸런스의 주요 사용자다"면서 "전기료를 내야하는데 돈이 모자라거나 식료품을 살 돈이 부족하다는 등의 반복된 지불 구조가 있는 곳에 소액대출을 해주려고 한다. 테스트 중에 있으며 6~7월 내에 서비스를 정식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서도 에이전트가 개입한다. 이 대표는 "자기 힘만으로는 은행의 대출, 송금·결제가 안되는 인도인을 10억명으로 추정한다. 대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금융 서비스를 고려하고 있다"며 "이미 에이전트 중에서 자신의 직불카드를 가지고 결제 대행이나 송금을 대신해주는 사례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출은 리스크 관리가 핵심인 만큼 정교한 신용평가모델(CSS)을 구축 중에 있다. 이 대표는 "이미 트루밸런스 유저들의 충전 패턴, 리차지론 이용자의 상환율 등 데이터를 확보해 놨다. 의미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등급을 나누고, 신용 관리 시스템으로 만드려고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대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밸런스히어로의 이철원 대표.(사진=밸런스히어로)

■ 인도 진출, 고민없이 선택했다

월렛 시장의 뜨거운 격전지로 꼽히는 인도를 택한 이유는 뭐였을까.

이철원 대표는 "나라를 선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판단해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갈 수 있는 나라는 미국·중국·인도 정도다. 미국은 이미 굴지의 기업이 많고 중국은 규제 장벽이 있었다"며 "인도에서 기반을 닦으면 글로벌 서비스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 가치가 10억달러(약 1조700억원)인 스타트업으로 전세계 236개 유니콘 기업 중 10개(4.2%)가 인도에서 탄생했다.

그는 "인도 시장에 진출한 알리바바와 페이티엠과 우리는 서비스 타깃층이 다르다. 그들은 자기 결제가 가능한 사람이다"며 "그들은 10억 인도 인구 중 10%의 시장이지만 우리는 90%의 시장을 보유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철원 대표는 "인도전도사로 나를 불러달라"며 "최근 외국 기업에 대한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6년 7월 월렛 라이선스를 지원할 때만해도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간 차이가 있었지만, 1년 뒤 이 차이가 사라졌다. 스타트업이라면 인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힘줘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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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이 대표는 "카스트 문화는 시골에 남았고 도시는 사라진 편"이라며 "아주 상징적인 사례가 있다. 5~6년 전만 해도 온라인 커머스몰에서 절대 여자 옷은 안팔릴 것이라고 했는데 완전 바뀌었다. 사리를 입는 여자가 오히려 고리타분한 사람으로 꼽힌다"며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이를 놓쳐선 안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