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뉴스 댓글 논란..."해법은 아웃링크가 아냐"

김정환 박사 "이용자 후생 고려해 접근해야"

인터넷입력 :2018/05/30 16:57    수정: 2018/05/30 17:00

드루킹 댓글 조작·가짜뉴스 이슈로 포털에 대한 뉴스 아웃링크 전환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이 같은 대책은 사건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결과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인디애나대학교 김정환 박사는 30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CCL에서 열린 미디어산업연구센터·지디넷코리아 주최 ‘우리나라 ICT 산업,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토론회는 미국, 중국의 기업들이 ICT 산업을 선도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 반시장, 반기업적 정책들로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기획됐다.

인디애나대학교 김정환 박사

김정환 박사는 주제 발제에서 인터넷 서비스 산업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김 박사는 “매크로 문제는 네이버 댓글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에도 만연한 문제 중 하나였다”며 "해외 IT 플랫폼에 어뷰징 사례가 많이 있지만 그 누구도 이들 기업을 비판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박사는 포털 뉴스에 대한 연구 동향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 논문은 '포털이 잘못했다'라는 식의 비판적인 결론만 내놨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가 국내 논문 79편을 대상으로 최신 포털 뉴스 연구 경향을 살펴본 결과, 포털 뉴스에 대한 주제의 편중도가 심했다. 거의 모든 연구가 포털 뉴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식의 결론으로 흐르는 경향성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포털의 긍정적 기능으로는 ‘공론장 형성’만 유일하게 언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김 박사는 해외 문제로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GDPR로 대표되는 유럽의 디지털 주권 회복 노력, 국내 문제로는 뉴노멀법,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가짜뉴스, 포털의 역할 변화 등에 대해 살펴봤다.

■찌르는 '미국', 막으려는 '유럽'…인터넷 규제 논의 활발

이번 세미나에서 김정환 박사는 먼저 1억 명에 가까운 페이스북 이용자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으로 대표되는 유럽의 디지털 주권 회복 노력 등을 언급했다.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의 홍보를 돕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측이 케임브리지 대학 코건 교수의 실험을 통해 얻은 8천600만 명의 페이스북 개인정보를 활용했다고 의심받는 사건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유럽 의회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씨넷 영상 캡처)

이에 김 박사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가 유럽과 미국 의회 청문회에 불려가기도 했지만 이내 시장의 평가는 회복됐고, 이용자들을 생각해 페이스북 규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등장했다”며 "페이스북의 주가는 지난 3월 경 이용자 정보유출 사태 때 이상으로 회복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박사는 유럽이 페이스북 등과 같은 미국 IT 기업들의 공세에 대항해 산업, 경제 등 전 영역에서 디지털 주권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유럽도 과거 콰에로 프로젝트, 퀀트 같은 자국 검색 엔진을 만들어 보이지 않게 펀딩도 하는 등 자국 IT기업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지만 사실 성공하지 못했다"며 "현재는 디지털 주권이란 키워드로 가면서 거대 IT기업들에 대한 규제 논의가 전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엔 댓글 어뷰징에 포털이 잘못했다는 지적 없어

김정환 박사는 뉴노멀법, 포털 뉴스 아웃링크 등 국내 ICT 이슈에 대해서도 짚었다.

김 박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관련 기사가 하루에 수백 건 꼴로 생산될 정도로 화두"라며 "그러나 매크로 프로그램은 보안 전문가도 차단할 수 없고, 포털과 어뷰징 세력은 창과 방패와 같은 관계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드루킹 일당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댓글 및 공감수를 조작했지만, 문제는 댓글이라는 공간이 아니라 특정 개인과 집단에 의한 어뷰징에 있다는 것이 김 박사의 설명이다.

김 박사는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포털 뉴스에서의 댓글 어뷰징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뉴스 아웃링크를 제시하고 있다"며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상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아웃링크의 폐해를 겪었다”며 “아웃링크는 이용자 효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이해관계에만 얽혀있는 해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정환 박사는 해외에서는 댓글 어뷰징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플랫폼을 탓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 박사에 따르면 미국 최대 뉴스 공유 커뮤니티인 레딧에 게재되는 갈등 유발 글들은 1%의 이용자들에 의해 게재되고 있으며, 나머지 74%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박사는 "플랫폼이나 커뮤니티에서 갈등이 시작되면 논문에선 커뮤니티를 와해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 어디에도 페이스북, 구글, 레딧 등 해외 IT 플랫폼을 비난하는 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정환 박사는 댓글 공간 즉 포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포털도 개념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포털 뉴스 서비스의 성장으로 법적 정의와 역할, 범위에 대한 논쟁이 지난 10년간 동일한 논쟁으로 쳇바퀴 돌 듯 반복되고 있다”며 “포털을 두고 뉴스 매개자인지 언론인지에 대한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털과 언론, 뉴스 생태계 발전을 위해 각자가 역할을 다 하고 있지만 기여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포털 잘못했다는 식의 논문만 써"

김정환 박사는 2004년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포털 관련 연구 논문을 살펴본 결과 연구 주제 편중 쏠림 현상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포털이 잘못했다'라는 식의 논문이 대부분이었다는 것.

김 박사는 포털 뉴스에 대한 연구자들의 시선을 알아보기 위해 KCI 등 학술지에 등재된 국내 논문 79편을 대상으로 내용 분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들 논문은 ‘포털 뉴스’, ‘포털 미디어’, ‘인터넷 포털’, ‘네이버 뉴스’, ‘다음 뉴스’ 등으로 검색된 논문들이다.

논문의 주제는 크게 ▲언론기능 수렴 ▲저널리즘 위기 유발 ▲포털 뉴스 성장 ▲포털 뉴스 규제 ▲포털뉴스 사회적 책무 등으로 나뉘었다. 포털이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논문은 43%로 가장 많았고, 포털 뉴스 규제에 대한 논문도 20%나 됐다. 포털 뉴스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 연구한 논문은 3%에 불과했다.

김 박사는 “생태계가 망가지는데 특정 주체의 일방적인 잘못은 없다”며 “언론은 이해관계에 얽힌 보도를 지양하고, 플랫폼 사업자들은 저널리즘 가치 실현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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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모든 사업자들은 무엇보다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용자 후생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박사는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는 포털 뉴스 논쟁에서, 다음 10년 뒤에는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똑같은 요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건강한 뉴스 생태계 구축을 위해 콘텐츠 기업과 플랫폼 기업은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