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레이팅' 설 자리 커지나

야당 지방선거 공약에 포함…여당·CP는 반대

방송/통신입력 :2018/05/30 07:00

통신비 절감을 위한 새로운 대책이라는 기대와 영세 콘텐츠사업자(CP)의 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는 '제로레이팅'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제로레이팅은 이통사와 콘텐츠업체(CP) 간의 제휴를 통해 특정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데이터 사용료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뜻한다.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이통사의 망 구축 부담이 급증하자 이를 CP와 함께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국회, 소비자 전반에서 제로레이팅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

오는 6월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1야당, 제2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통신비 인하 공약으로 제로레이팅을 제안했다.

제로레이팅이 통신비 인하 대안으로 떠오르는 상황은 매출 인하 압박이 커지고 투자 부담은 늘어나는 현 통신업계 상황과 맞닿아 있다.

내년 3월 상용화되는 5G 인프라 구축을 위해 이통사들이 수십조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2년마다 정부가 데이터·음성 사용량과 요금을 결정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하는 등 규제기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은 커져 이통사 매출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통사의 매출 하락은 줄이고, 소비자에게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로레이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제로레이팅에 대해 소비자도 긍정적 관점을 같이 하고 있다. 최근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실이 실시한 제로레이팅 서비스 관련 소비자 인식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 중 87.9%가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제로레이팅 관련 유원미리서치 설문조사 결과.

규제기관인 정부도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정부도 현행법 상 제로레이팅이 위법적인 측면이 없고, 도입 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만약 망 사업자가 자회사 서비스에만 제로레이팅을 도입하려 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공정거래법이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공정위, 방통위에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도 "현행법 상 사전규제할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과 영세 CP는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제로레이팅에 대해 "망 중립성을 확대하고 보장하는 것이 당론"이라며 "특정 콘텐츠 사업자와만 계약을 맺고 제로레이팅을 적용할 경우 차별없는 망 사용을 보장해야할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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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제로레이팅은 이용자의 부담을 CP가 부담하고, 결국 증가한 기업의 비용이 이용자의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에 통신비 절감 수단으로 볼 수 없다"며 "이통사와 제로레이팅을 협의할 수 있는 건 결국 대형 CP밖에 없다는 점에서 인터넷 서비스의 다양성도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통신사의 제로레이팅이 자회사 서비스 위주로 도입되고 있는데 비용을 어떻게 측정하는지도 살펴봐야 할 문제"라며 "비용을 적게 매긴다면 이통사의 지배력을 전이한다는 문제가, 많이 매긴다면 통신사의 비용 부담을 자회사에 전가한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