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보급형 4K 프로젝터 차별화 '도토리 키재기'

성능은 엇비슷하고 프로젝터 위한 HDR 표준 없어

홈&모바일입력 :2018/05/29 15:45

국내 4K 프로젝터 시장은 올해 처음으로 1만 5천대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TV로는 구현할 수 없는 100인치 이상 대화면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성할 수 있는 200만원대 4K HDR 프로젝터가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이들 프로젝터는 대부분 TI가 개발한 XPR 방식으로 4K 화면을 구성하기 때문에 대부분 비슷한 성능과 특성을 지닌다. 울트라HD 블루레이의 특화 기능인 HDR에도 프로젝터를 위한 표준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여러 제조사들도 차별화 포인트를 찾지 못해 고심하는 모양새다.

■ 4K 콘텐츠 늘고 국내 진출 브랜드 늘어

제조사와 유통사 등 국내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4K 프로젝터 시장의 규모는 지난 해 1만 2천 대, 약 280억원 규모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올 1분기에만 국내 시장에서 4K 프로젝터가 3천 대 이상 팔렸다. 올해 시장 규모는 1만 5천 대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비디오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4K 콘텐츠 수를 늘리면서 이를 큰 화면으로 즐기려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주연테크가 뷰소닉 4K HDR 프로젝터 'PX747-4K'를 출시했다. (사진=뷰소닉)

이런 추세에 맞춰 800만원 이상의 고급형 프로젝터 시장에서는 엡손과 소니가, 200만원대 보급형 4K 프로젝터 시장에서는 대만계 업체인 벤큐와 옵토마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국내 PC 업체인 주연테크도 미국 프로젝터 업체인 뷰소닉 4K 프로젝터를 시장에 들여오면서 한층 경쟁이 치열해졌다.

■ TI XPR 방식 탓에 성능 차별화 쉽지 않은 상황

특히 200만원대 보급형 4K 프로젝터를 생산하는 벤큐와 옵토마 등 업체는 LCD로 화면을 구성하는 엡손 등 업체를 공격하기 위해 "LCD 패널을 세 개 쓰면 정렬 문제가 있고 선명한 화면을 보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사실 이것은 TI사가 개발한 XPR 방식 4K 모듈을 쓰는 모든 프로젝터가 동일하게 가지는 장점이다. XPR 방식은 내부에 있는 2716×1528 화소(2K) 패널을 각도를 달리해 1초에 120번 이상 흔들어 4K 화면을 구성한다.

TI XPR 방식 프로젝터는 200만 화소 패널을 진동시켜 4K 화면을 구현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그러나 이 방식은 컬러 휠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일시적으로 전혀 엉뚱한 색상이 나타난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안고 있다. 실제로 카메라 셔터 속도를 지극히 짧게 해 촬영하면 눈으로는 볼 수 없던 모아레 등의 현상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제조사는 "사람의 눈으로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나는 일이며 실제 시청에는 문제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좌에서 우로, 혹은 위에서 아래로 짧은 시간 안에 빠른 움직임이 일어나는 영상에서는 순간적으로 무지개 형태의 반짝이는 빛이 나타나기도 한다.

TI XPR 방식의 대표적인 단점으로 꼽히는 변색 현상(사진 붉은 테두리). (사진=지디넷코리아)

■ 프로젝터를 위한 HDR 표준도 없다

최근 출시된 보급형 4K 프로젝터에 빠짐없이 추가된 기능인 HDR에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4K HDR 프로젝터 업체는 'HDR10 호환'을 내세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돌비비전이나 HDR10 모두 스스로 빛을 내는 LCD나 OLED 디스플레이를 위한 기술이며 만들어진 화면을 뒤에서 비추는 프로젝터를 위한 기술이 아니다. 이 때문에 프로젝터 내부에서 HDR 콘텐츠를 프로젝터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에 맞게 변환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 말해 HDR 기능을 제작자의 의도대로 완벽히 표현하기 보다는 밝기 조절 등을 통해 사실상 흉내내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프로젝터 제조사들은 제품 제원에 HDR10 지원(support)이 아닌 호환(compatible)이라고 표기한다.

또 넷플릭스 등이 지원하는 돌비비전 기술은 현재 프로젝터를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 PC와 연결해 4K 화면을 출력할 때도 HDR10 출력이 불가능하다. 4K HDR 프로젝터로 HDR 콘텐츠를 즐기려면 결국 울트라HD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타이틀이 필요한 상황이다.

■ 아마존 알렉사 지원 기능은 "한국어 미지원"

대만계 프로젝터 회사 옵토마는 29일 아마존의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를 지원하는 신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물론 제품 내부에 알렉사 기능을 내장한 것은 아니며 이를 지원하는 스피커와 연동해 볼륨을 조절하거나 입력 기기를 바꾸는 간단한 기능을 지원한다.

29일 옵토마 프로젝터 시연회. 아마존 알렉사가 지속적으로 오동작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그러나 V30 출시와 함께 한국어 지원에 나선 구글 어시스턴트와 달리 아마존 알렉사는 아직 영어만 지원한다. 여기에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고 아마존 알렉사가 이를 파악한 다음 실제로 제어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차라리 리모컨을 집어들고 버튼을 누르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다.

이에 대해 옵토마 관계자는 "AI 스피커와 음성비서가 강조되는 최근 시장 상황을 따라가기 위해 우선 아마존 알렉사 관련 기능을 넣었고 구글 어시스턴트 등 다른 음성비서를 지원할 계획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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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현재 보급형 4K HDR 프로젝터 시장은 저마다 엇비슷한 제품을 내놓는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이다.

유통업체 관계자 역시 "일단은 가장 민감한 요소인 가격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끈 뒤 유통사의 시연장 등을 통해 직접 화질을 확인시키는 것 이외에 좋은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