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 전문가를 찾아서④] "현재 스마트시티는 3세대...똑똑한 시민이 주체"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일반입력 :2018/05/30 06:20    수정: 2018/09/10 19:11

“스마트시티를 위해서는 시민의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스마트시티가 지속해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스마트 시티즌’으로서 시민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또 시민이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디자인을 잘 만드는 것도 필요합니다.”

스마트시티를 10년 넘게 연구해온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스마트시티 성공을 위해서는 ‘스마트 시티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시티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스마트시티가 무엇인지, 정부가 왜 그리도 스마트시티를 외치는지, 왜 필요한지 아직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도 시민들의 이해와 공감 없이는 그 정책은 지속성을 가지지 못한다. 이 교수는 바로 이 지점을 지적했다. 스마트시티를 위해서는 제도와 기술의 뒷받침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스마트 도시에 맞는 ‘똑똑한(smart) 시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정훈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

이 교수는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스마트시티 초기 모델인 유시티(U-City) 연구부터 시작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10년간 수행하고 있다. 유시티 1, 2단계 연구개발(R&D)사업, 도시재생실증사업, 개방형 스마트시티 실증단지조성 사업 등에 참여했고, 서울시와 부산시 유비쿼터스 도시계획도 수립한 바 있다. 여러 스마트시티 국가를 연구해 '스마트시티 인덱스 보고서'도 매년 발표하고 있다.

스마트시티의 사회적 공감대와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 교수에게 스마트시티를 둘러싼 궁금증을 10문 10답 형태로 들어봤다.

■지금 스마트시티는 3세대…시민도 똑똑해져 주체로 거듭나

Q1/스마트시티, 이른바 똑똑한 도시인데 무엇이 똑똑하다는 것인가. 어떤 도시를 말하는 것인가.

“시민을 위한 서비스가 점점 똑똑해지는 걸 말한다. 그 똑똑해지는 서비스의 집합체가 똑똑한 도시, ‘스마트시티’다. 지금의 스마트시티는 3세대 스마트시티다. 1세대 스마트시티는 자동화, 2세대 스마트시티는 서비스화, 그리고 지금의 3세대 스마트시티는 지능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할 수 있다.

1세대 스마트시티는 u시티가 시작이다. 자동화,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집중했다. 2세대 스마트시티는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 집중을 상당히 많이 했다. 대표적인 게 교통앱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3세대 스마트시티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예측하고, 개방형 데이터를 이용해 더 많은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것이 중점이다. 구체적으로는 데이터 허브라는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 플랫폼을 만들어 그 안에 데이터를 얹어 개방해 그 데이터를 시민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열어주는 거다.

이와 더불어 시민도 스마트시티즌으로 역할이 바뀌어야 하다.도시에 사는 사람이 직접 도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고 파급시키는 책임과 활동을 갖는 등 시민이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시민도 디지털기술을 알면서 ‘이게 가능하구나’라는 걸 이해하고, 그런 측면에서 기본 환경을 구축한다는 게 3세대 스마트시티의 핵심이다."

Q2/시민이 책임과 활동의 주체가 된다는 게 무슨 뜻인가.

“예전에는 도시 소음을 측정하려면 소음이 많은 지역에 가서 센서를 설치해 소음을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스마트시티에서는 방식이 바뀐다. 암스테르담에는 소음을 측정하는 시민 참여 커뮤니티가 있다. 시민들에게 센서를 줘서 작동방법을 설명하고, 시민들이 직접 나가 소음을 측정해 가지고 온다. 그럼 그 데이터를 가지고 기술적으로 해결한다. 시민 참여를 중심으로 한 실험실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냥 소음을 듣는 것과 자신이 직접 참여해서 듣고 오는 것은 체감이 다르다.

이것이 바로 시민이 책임과 활동의 주체가 된다는 얘기다. 기술로는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없다. 시민이 이슈를 알게 되고,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방법들은 데이터를 가지고 와서 같이 분석하고 경험하는 것, 이것이 ‘스마트 시티즌’이다.”

Q3/한국에서도 시민이 주체가 돼 스마트시티즌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

“2015년 부산에서 스마트시티 실증 단지 사업에 참여했을 때, 실제로 시민 참여 제안을 받아 진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했던 사업이다. 그때는 부산시가 시민 참여를 잘 이해 못 해 조금 두려웠다. 시민이랑 연관되기 때문에 민원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시민을 참여시켜서 이런 이런 서비스를 하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이 있는지를 물었다.

횡단보도 관련 서비스를 비롯한 많은 서비스에 대해 시민이 의견을 줬다. 저는 사실 시민들이 서비스를 잘 모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시민들이 잘 알고 불편사항이나 개선사항들을 얘기해줬다. 개발자는 그 얘기를 듣고 수정하는 과정이 이뤄졌다. 그다음에는 자연스럽게 ‘시민들이 제안하는 것 자체를 받아서 서비스로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우리는 시민에게 권한을 주는 ‘empower citizen’ 혹은 ‘smart citizen’이라는 개념이 생소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잘 되고 있는 개념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들어와서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시민 참여가 어느 정도까지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도 이제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시티 때는 어려웠지만, 이제는 그때보다 시민들이 디지털 학습도 많이 됐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 어려워하지는 않는 것 같다.”

■스마트시티 접근 방법은 다양해…톱다운 방식 나쁜 것 아냐

이정훈 교수가 인터뷰 중 스마트시티의 다양한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Q4/원론적 문제로 돌아가보자. 스마트시티가 왜,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인가.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시티가 화두에 오른 이유는 무엇인가.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다양한 도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미세먼지, 공해, 교통 체증 등 다양한 문제들을 ICT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자는 문제의식이 스마트시티 출발이다. 2030년 정도가 되면 인구가 천만이 되는 도시인 메가시티가 전 세계에 41개가 생기게 된다. 주로 아시아 쪽에서 많이 생긴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신도시 만들고 기존도시가 쇠퇴하면서 도시 재생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스마트시티가 나오고 있다.

일자리 창출도 또 하나의 이유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뭔가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기술을 수출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런 4차산업혁명에 맞는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고 육성시켜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기술 수출 측면에서 스마트시티에 관심이 많다고 볼 수 있다.”

Q5/스마트시티는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데, 지금 한국의 스마트시티는 어떤 분야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나.

“우리나라는 교통 쪽은 이미 잘하고 있다. 에너지, 환경 부분을 활성화해야 한다. 유럽은 지속성 부분을 중요시한다. 암스테르담, 헬싱키 쪽은 환경 쪽에 신경 많이 쓴다. 뉴욕도 지속가능성 관점에서의 서비스들이 많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태양에너지도 상용화하기는 했지만 보편화하는게 쉽지 않다. 이런 부분도 시민 의식과 연결된 것이다. 시민들이 커뮤니티에 들어가 참여를 많이 할수록 왜 스마트시티가 필요한지 더 많이 느끼고 인지할 수 있다. 정부가 왜 사업을 적극적으로 안 하느냐는 말을 하지만 사실 우리도 시민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Q6/'톱다운' 방식의 정부 추진형 도시발전 계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스마트시티에 접근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10개 도시를 가지고 분석했는데, 2017 스마트시티 인덱스리포트에 따르면 톱다운 방식도 있고, 바텀업 방식도 있다. 어느 방식이 정답이라는 것은 없다. 결국, 스마트시티가 구현되냐, 안 되냐의 최종 결과물이 가장 중요하다.

톱다운의 장점은 중앙 집중적이기 때문에 빨리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바텀업은 의견이 다양하고 느리다. 현재 정부는 바텀업 방식도 같이 생각하고 있다. 국가 시범도시인 세종이나 부산이 톱다운 형식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데, 그 안에 시민참여 요소가 모두 들어가 있다. 지금의 방식이 우리나라에는 적합하다고 본다. 기반이 만들어진 다음에 몇 개 도시는 바텀업 방식으로 갈 수도 있다. 지금은 톱다운으로 가되 가이드라인이 잘 만들어져야 한다. 실제 지금 바텀업으로 했을 때 지자체나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도시는 아직 몇 개 안된다.

덧붙이자면, 밸류 체인(Value Chain)에는 업스트림이 있고, 다운스트림이 있다. 업스트림은 개발하는 사람을 통해, 다운스트림은 인센티브를 통해 활성화하는 거라 볼 수 있다. 우리는 업스트림이 강하고 다운스트림이 약하다. 교통 서비스 부분은 다운스트림이 잘 돼서 이미 보편화 돼있다. 하지만 환경이나 에너지 쪽은 아직 그런 생태계가 안 돼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잘 하는 것이 복지다. 정부가 주도하니까 공공적 가치를 추구하는 성향이 크다. 반면, 스페인 바르셀로나 같은 유럽의 경우는 민간이 복지를 주도한다. 우리는 바르셀로나의 민간참여를 부러워하고, 바르셀로나는 오히려 우리의 정부 주도형 복지를 부러워한다.”

■인센티브 시스템 디자인 매우 중요…규제 풀어줄 거버넌스 시스템 필요

(사진제공=이정훈)

Q7/시민과 민간이 참여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인센티브 디자인이 필요하다. 기업들한테 어떻게 인센티브를 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전문가 활동비를 주는 방식이 있고, 또 마일리지를 준다거나 공공 주차장, 공공 미술관 등을 무료로 갈 수 있게 해주는 등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기술 개발도 좋지만 개발한 것을 활성화하고 보편화할 수 있는 디자인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장을 직접 뛰어보니 더욱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인센티브 디자인을 만드는 데 예산 투자가 많이 돼야 한다.”

Q8/스마트시티에서 민관 협력은 어떻게 가능한가?

“비유하자면 시나 정부가 밭을 갈아서 기반을 만들어 주면, 데이터라는 씨앗이 생기고, 누가 오던지 재배를 해 주스와 같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핵심 역할은 데이터를 모아주는 플랫폼이 하게 된다. 플랫폼을 만들면 민간이 들어와서 서비스를 만드는 거고, 공공의 정보랑 섞여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새로운 가치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들어진 에어비앤비나 우버도 자신들이 도시 문제를 해결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본적인 환경을 시에서 제공하고 민간이 협력하게 된다면 거기서 생길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다. 시민들도 ‘영양가가 많은 밭이구나’ 느끼고, ‘이런 밭을 통해 이런 과일 주스를 만들어달라’ 이렇게 요구할 수 있다."

Q9/스마트시티 구축에 현재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거버넌스 문제다. 또 규제와 거버넌스를 완화할 수 있는 리더십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부처 간 협력이 잘 안 된다. 최근에는 부처 간 협력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워낙 규제가 또 많다 보니 해결하는 게 쉽지 않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경우는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은 쓰레기가 많이 버려지니 그런 데이터와 클라우드를 이용해 청소부를 얼마나 어떻게 배치하는지를 보더라. 그걸 지도로 보여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물어보니 시에서 통신사에게 요청하면 통신사가 데이터를 만들어 보내준다고 하더라.

우리나라도 현재 제공되는 비식별 정보를 이용해서 당장 서비스 가능한 것부터 할 수 있도록 규제를 빨리 풀어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해관계가 많다. 따라서 이런 것들은 종합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규제 완화기관이 빨리 생겨야 할 거 같다. 규제를 풀어줄 수 있는 강력한 거버넌스 시스템이 필요하다.”

Q10/스마트 시티 실현을 위해 정부와 민간에게 조언을 한다면.

“스마트시티는 단기간에 되지 않는다. 암스테르담에서도 시민 참여를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다. 우리도 2008년 유시티때부터 했으니 10년 정도 됐다. 지금부터 5년에서 10년 정도는 더 걸릴 것 같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정부가 바뀌더라도 지속해 가야 한다.정부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유럽을 보면 대부분 실행은 민간이 한다. 시민 참여 활성화 조직은 따로 있다. 정부는 혼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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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은 깨어나는 게 중요하다.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본환경을 정부가 만들어 준다면, 그 이후는 주체인 시민들 몫이다. 민간기업은 새로운 가치를 찾고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 기업은 데이터를 이용해 자신들이 개발한 서비스를 접목해서 그걸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민간기업이 제일 많이 생각하고 있는 쪽은 통합운영센터 모델이다.

통합운영센터를 민간기업에 맡기려면 정부와 민간기업 간 신뢰가 있어야 한다. 민간기업이 정보 유출 없이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또 민간기업은 비즈니스 모델이 처음에 잘 안 되더라도 사회적 책임을 생각해 계속 해나가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 통신사, 신용카드 회사 등이 서로 협력적 파트너십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비식별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