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규제 미비가 P2P 사기 피해 키웠다

[긴급진단上] P2P대출 이대로 좋은가

금융입력 :2018/05/30 13:06    수정: 2018/05/30 17:26

새로운 IT기술로 금융 소외계층에 자금을 조달하고,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준다던 P2P대출업체가 최근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들고 잠적하거나, 직원 횡령과 허위 투자 보고서로 투자자들을 속이는 사기 행각이 연달아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P2P대출업계의 문제는 무엇인지, 해법은 없는지 두 편에 걸쳐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최근 연달아 P2P대출업체가 부도를 내고, 대표가 잠적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4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중심의 P2P대출업체 '헤라펀딩'이 부도 사실을 통보했다. '2시펀딩'도 투자금 연체 끝에 실소유주가 해외로 도주했으며, 작년말 대형 P2P대출업체인 '펀듀'도 연체율이 90%에 달하다 사업장을 폐쇄하고 대표가 잠적했다.

P2P대출업체와 관련된 사건이 지속적으로 터지면서, 위기의식도 높아진 상태다. 일부 업체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관계 법령이 없어 처벌이 어려웠다는 점, 자율 규제를 강조한 협회 역시 일련의 사건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1대 한국P2P금융협회장은 학력 위조 사실이 발각된 바 있다.

■ 처벌할 관계 법령 없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는 것은 P2P대출업체에 대한 관계 법령이 없다는 점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업체의 의견을 수렴해 2017년 2월 가이드라인을 내놨으며, 올해 2월 부동산 PF 대출 공시 강화 등의 내용을 추가한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P2P대출업체를 감독·관리해왔다. 물론 가이드라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의 예치금은 별도로 관리해야 하며, 투자 정보를 왜곡없이 전달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에 그치면서 금융감독당국이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금융감독원의 이성재 여신금융검사국장은 "처벌 규정이 없어 관련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한 행정조치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감독당국은 P2P대출업체의 부실률을 고려, 몇 차례 부동산 관련 대출 쏠림 현상에 대해 구두 경고해왔다. 하지만 이를 부동산 PF 등 위험 담보 대출 비중을 시정한 곳은 없었다.

■ 자체적으로 '옥석가리기' 없었다

협회 중 가장 큰 '한국P2P금융협회'의 자율 규제도 느슨했다는 점을 업체는 지적한다. 협회는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투자금을 별도 관리하는지 ▲보안사고시 대응처리 체계가 있는 지 등을 가입 요건으로 내세웠다. 이 문서가 위조됐을 가능성과 가입 요건이 당시에는 맞더라도 지속적인 자체 점검이 필요했지만 이 부분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협회가 등록된 가입사를 사전에 걸러내는 '옥석가리기' 작업을 하기보다는 문제가 터진 후에 협회에서 제명하는 방식의 대처만을 해왔다고 업체는 불만을 토로했다.

또 문제 소지가 있다는 업체에 대한 제보에 대해서도 흘려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매월 연체율과 부실률을 집계하기 때문에 사전 관리가 가능했지만 이에 대해 방치했다는 설명이다. 한국P2P금융협회는 업체들로부터 누적 대출금액과 더불어 부실률, 대출 비중 등의 자료를 받아 공시한다.

현재 협회 운영 방식에 동의하지 않은 일부 업체(렌딧·8퍼센트·팝펀딩)은 지난달 협회를 탈퇴했으며, 자율 규제를 강화한 새로운 협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발족한 상태다.

■ 우후죽순 생겨난 P2P대출업체

일각에서는 P2P대출업체가 연체율이 지속돼 부도가 났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한다. 업체가 단시간에 증가해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러다 보니 연체율 관리보다는 고수익률 상품으로 투자자 모집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연체율은 통상 30일~90일동안 투자금 상환이 미뤄지는 경우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5년말 18개였던 P2P대출업체는 2016년말 125개사로, 2017년말에는 183개로 늘어났다. 3년 사이에 976.4%(166개)가 증가한 꼴이다. P2P대출업체가 돈이 될 것이라는 심리도 작용했지만 그간 P2P대출업체의 설립이 쉬웠던 탓도 있었다. 2017년 8월 29일 대부업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까지 대부업체를 설립하고 연계해 P2P대출업체를 만들 수 있었다. 유예 기간이 지난 올해 3월 2일에서부터야 금융위에 P2P대출업무 등록이 의무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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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익률 광고에 투자자들 우루루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예·적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수익처를 찾는 투자자들도 P2P대출업체의 난립을 거들었다. P2P대출이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모르거나, 부동산PF에 대해 파악하지 않고 P2P대출업체에 투자했다. P2P대출업체의 투자원금은 보장 대상이 아니며, 원금 손실 등의 피해가 생길 소지가 다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