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LG전자 올레드 TV의 메카를 가다

"실제로 보고 듣는 것과 같은 화질·음질 추구"

홈&모바일입력 :2018/05/24 13:56    수정: 2018/05/24 14:00

“LG 올레드 TV는 세계 12개국의 대표 비영리 소비자 매거진이 실시한 성능 평가에서 모두 1위를 차지, 최고의 TV임을 증명했습니다. LG 디지털 파크에서는 차원이 다른 올레드 TV를 만들기 위해 화질과 음질에 대한 연구개발(R&D)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24일 방문한 경기도 평택시 'LG 디지털 파크'는 LG 올레드 TV의 기술력을 책임져 온 핵심 메카이다. 이 곳은 연구개발, 생산, 품질, 교육을 모두 아우르는 LG전자의 핵심 제조복합단지다. 축구장 90개(약 19만 5천평) 크기의 ‘LG 디지털 파크’에는 HE사업본부(R&D), MC사업본부(단말생산), 생산기술원 등이 자리잡고 있다.

LG 디지털 파크 정문을 들어서면 지하1층 지상 3층 규모의 거대한 R1동이 눈에 들어온다. 가로 약 240미터, 세로 약 130미터 크기의 R1동은 건축 면적만 1만평이 넘는다. 축구장 5개 크기와 맞먹는 크기로 ‘LG 디지털 파크’에서 가장 큰 건물이기도 하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LG 디지털 파크’ 내 R1동에 자리잡고 있다. R1동에는 LG전자 HE사업본부의 TV와 IT 제품의 연구개발·지원시설이 위치해 있다. 약 2천명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 R1동 2층에 올레드 TV의 화질과 음질을 책임지는 ‘TV화질·음질 개발실’이 있다.

■ 엄격한 OLED 화질 테스트…"화소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다"

TV 화질 측정실로 들어서자 거대한 측정기 두 대가 보인다. LG전자의 '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으로 높이만 2미터가 넘는다. 최대 120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까지 측정할 수 있으며, 디스플레이의 휘도(밝기), 명암비, 시야각, 색재현율 등 모델별로 1천개 이상의 세부 화질 특성을 측정하고 분석한다.

거대한 장비에 TV를 부착된 상태로 측정기를 실행하니 기계가 정면대비 좌우상하뿐 아니라, 대각선 방향까지 총 720도를 회전하며 자동으로 화질을 측정한다. 디스플레이의 화질 측정 항목에 대한 기준도 엄격하다. 잠재된 불량을 막기 위해서다.

LG전자 관계자는 "압도적인 화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스플레이의 화질 측정 항목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꼼꼼히 관리하는데 측정된 수치가 합격점을 받더라도 평균 이하를 밑돌면 불량으로 간주해 제품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 주변으로는 빛을 가리는 암막 커튼이 2중으로 쳐져 있다. 1차로 창문을 막고, 2차로 측정 시스템 주변을 막는다. 완벽한 암실환경이어야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올레드는 3천300만개 자발광 소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블랙을 표현할 때 소자를 끄면 되는데 LCD는 디밍 기술을 이용한다"며 "암막 커튼으로 빛을 모두 차단하는 이유도 완벽한 블랙을 구현하는 올레드 TV를 철저하게 측정하기 위함이다. LCD TV는 백라이트에서 새어 나오는 빛 때문에 좌우로 회전할수록 점점 회색 빛을 띠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 LG 올레드 TV에 새롭게 탑재된 인공지능(AI) 화질엔진 '알파9' 성능 시연도 진행됐다. 알파9은 2년여 개발기간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모두 이용해 영상을 처리한다. GPU를 첫 적용해 영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다 빠르게 최적의 화질을 찾아준다.

LG 올레드 TV는 2017년형 올레드 TV보다 색좌표의 기준색상을 7배 이상 촘촘하게 나눠, 보다 정확하고 생생한 색 표현이 가능하다. 스스로 영상을 분석해 주요 인물과 배경을 분리한 뒤, 각각 최적의 명암비와 채도를 찾아 값을 조정한다. 색상보정 알고리즘은 TV가 정확한 색을 찾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LG전자 관계자는 "1부터 9사이에 옅은 빨강부터 짙은 빨강까지 있다고 가정하고, TV에서 5에 해당하는 빨강을 표현하려면 기준이 되는 색이 필요하다"며 "이 기준을 색좌표라고 부르는데 이 색좌표가 정교할수록 4.9 또는 5.1이 아닌 정확히 5에 해당하는 빨강을 보여줄 수 있다"고 전했다.

LG전자 모델들이 가전 매장에서 'LG 올레드 TV'를 살펴보고 있다.(사진=LG전자)

이 밖에 영화부터 다큐멘터리까지 세계 각지의 방송 콘텐츠를 분석해 제품에 적용하는 과정을 거친다. 일반 TV 시청환경에서 화질에 대한 명확한 표준화는 힘들다. 개개인의 선호도와 지역별 차이 때문이다. 특히 지역별 기후와 생활 환경은 선호도의 차이를 크게 만든다.

태양의 고도차는 지역에 따라 색 온도를 서로 다르게 만든다. 태양의 고도가 높은 적도지방이 극지방보다 색 온도가 높아 강하고 차가운 빛을 만든다. 지역별 TV 시청환경도 다양하다. 우리나라나 동남아시아의 경우 형광등 같은 직접조명 아래서 TV를 시청하지만, 유럽은 붉은 빛이 나는 스탠드를 간접조명으로 많이 사용한다. 때문에 유럽 소비자들은 밝고 화려한 영상보다 자연스럽고 눈이 편한 화질을 더 선호한다.

LG전자 관계자는 "각국에서 방영 중인 영화, 드라마, 뉴스, 예능, 다큐멘터리까지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녹화해오고, 그 지역의 시청환경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화질을 테스트 한다"며 "선, 도형, 그래픽 영상 등 정교한 패턴으로 이뤄져 있는 수 백 가지의 ‘전문가용 영상’을 보면서 색상, 명암비, 선명도 등을 비교 분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TV 사운드의 A부터 Z까지 분석하는 무향실·청음실

R1동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G3동에는 TV 음질 성능을 평가하는 무향실과 청음실이 있다. 무향실은 말 그대로 소리의 울림이 없는 방이다. 이 곳에 들어서자 고성능 흡음재가 마치 돌기처럼 튀어나와 벽면 전체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구조를 보면 무향실과 입구 사이에 공기층을 둬 모든 소리가 차폐돼 귀가 먹먹할 정도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듣는 소리는 70~80%가 주변 물체에 부딪혀 반사돼 들린다. 무향실은 천장, 벽, 바닥 등에서 발생하는 소리의 반사가 0에 가깝게 설계돼, 순수하게 TV에서 나오는 소리만 측정할 수 있다. 외부진동을 억제하기 위해서 바닥으로부터 1m 정도 높이에 철망을 깔고 그 위에서 제품을 테스트한다.

무향실에서는 음향 주파수의 특성을 측정한다. 예컨대 TV 스피커가 얼마나 큰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얼마나 고르게 음을 내는지, 음의 왜곡이 작은지 등을 TV와 마이크 하나만을 두고 측정한다. 이후 청음실에서는 실제 소리를 들어보고 평가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무향실과 달리 청음실은 적절한 소리의 반사가 이뤄지도록, 마치 작은 콘서트 홀 같이 설계됐다. 공간에 의해 소리가 왜곡되지 않 음질을 평가할 수 있다.

이 곳 연구원들은 제품을 개발하면서 무향실과 청음실을 오가며, 동일한 모델에 대해 측정과 청음 작업을 거친다.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소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 지역별로 맞춤형 사운드를 제공하기 위해 매년 수백 가지 사운드를 테스트하고 튜닝한다.

북미, 유럽 등 지역에 따라 소비자가 선호하는 소리를 찾는 것도 튜닝시 고려사항이다. 예를 들어 북미 소비자의 경우 풍성한 저음을 좋아하는 반면, 유럽 소비자는 자연스럽고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좋아한다. 인도의 경우 대가족이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작은 크기라도 큰 출력을 낼 수 있는 TV를 선호한다.

또 각 나라의 언어는 모두 그 발음과 소리가 다르다. LG전자 관계자는 "언어의 차이는 결국 소리의 차이를 만든다"며 "예를 들어 영어는 한국어 보다 ‘츠츠츠’, ‘크크크’ 하는 치찰음이 많다. 이 부분이 잘 들리지 않으면 영어권 사람들은 음질이 좋다고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TV음질 시청실에서는 LG TV의 ‘스마트 사운드’와 ‘공간인식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었다. 소리 왜곡 측정을 위해 벽이 여러 방향으로 울퉁불퉁하게 나와있는 모습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만큼 구축하는 데만 2억의 비용이 투자됐다.

스마트 사운드 기능은 TV 스스로 컨텐츠의 오디오 정보에 대한 주파수 대역별 특성을 분석하고, 장르를 인식해 최적의 음향효과를 자동으로 적용한다. 공간인식 사운드 기능은 TV가 주변 공간을 인식하고 소리 왜곡을 분석해 자연스러운 사운드로 보정해주는 기능이다.

실제 TV 스피커를 통해 내보낸 신호음이 실내에 울려 퍼진 뒤 매직 리모컨의 마이크로 되돌아오면, 소리의 파동 등을 분석해 음질을 최적화했다. 매직 리모컨을 지원하는 모든 LG TV에서 사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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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관계자는 "벽걸이형으로 TV를 설치할 경우, TV 뒷면이 벽과 가까워 소리의 반사가 증폭되는데, 공간인식 사운드 기능을 사용하면 이러한 소리의 왜곡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LG전자 HE연구소장 남호준 전무는 “실제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 같은 화질과 음질을 만들기 위해서 올레드 TV 진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