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소외층, '다빈치랩스' AI가 돕는다"

[테크핀 강자⑤] 머신러닝 솔루션社 '솔리드웨어'

일반입력 :2018/05/24 14:15    수정: 2018/05/25 11:44

'테크핀(Techfin)'을 외치는 스타트업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처음 제안한 테크핀은 IT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금융사가 IT기술을 활용한 핀테크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지디넷코리아는 전통 금융시장에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테크핀 스타트업 강자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나는 B라는 보험사의 마케팅팀장이다. 마케팅 상무님은 최근 나에게 어려운 미션을 내렸다. 100만원으로 고객들에게 우편물을 돌려 '지인 소개' 이벤트를 하라고 한다. 가입자가 지인에게 우리 회사 상품을 알려주는 이벤트라는데, 우리 회사의 고객은 3만명이다. 100만원으로 3만명 전부에게 우편을 보내긴 예산 상 문제가 생긴다. 이메일도 안된다는 게 상무님의 지시다. 어떤 고객에게 우편물을 보내야 지인 소개를 해줄까.

이 같은 일이 나에게 떨어졌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여러가지 가설을 세운다. 내 응답에 피드백을 잘 주는 고객이나 혹은 재가입율이 높은 고객 등을 대상으로 우편을 보내는 경우를 떠올릴 거다. 그렇지만 만약 내 가설이 틀려 지인을 한명도 소개해주지 않는다면, 100만원의 예산을 버리고 마케팅 상무님의 불호령도 떨어질 것이다.

최근 만난 데일리금융그룹의 머신러닝 패키지 솔루션사인 '솔리드웨어'의 박재현 대표는 "머신러닝을 활용해봐라"고 대답했다. 머신러닝으로 보험사의 고객 정보를 입력한 뒤, 정보를 클러스터로 나누고 반응률을 시계열로 계산해 살펴보자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실제 한 보험사에서 머신러닝 솔루션을 사용해 계산해보니 '여자면서 가입한 지 1년 내 가입한 고객'이나 '사회초년생'의 반응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솔리드웨어 솔루션을 사용하는 금융사들.(사진=솔리드웨어)

솔리드웨어는 현재 국내외 금융사를 대상으로 고객 데이터를 나누고 합치는 등 다양한 가설을 기계가 자동으로 계산하게 해 오차를 줄여주는 머신러닝 기술 솔루션 '다빈치랩스'를 판매하고 있다. 악사다이렉트손해보험사, 신한은행 등에서 이 솔루션을 쓰고 있다. 일본 SBI홀딩스의 인터넷전문은행인 스미신SBI은행도 고객이다.

기존에 있는 신용평가모델보다 더 정확하게 차주(借主)의 부도율을 예상하고, 보험사의 손해율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게 박 대표의 말이다.

■ 머신러닝, 대출 소외계층에 도움 줄 수 있는 기술

학습을 통한 예측 모형 생성 과정으로 과거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 학습 절차.(사진=솔리드웨어)
예측 모형 운영 및 업데이트.신규 데이터에 대한 예측값 산출 및 알고리즘 재학습 과정.(사진=솔리드웨어)

흔히 '기계학습'으로 번역하는 머신러닝이 과연 뭘까.

박재현 대표는 "머신러닝은 수 천개의 변수를 넣고 정교하게 한 번에 계산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계산이 아니고 문제와 정답을 주고 그 안에 함수를 찾는 것이기도 하다. 많은 문제와 정답을 주면 데이터 양이 늘어나고 그러면 정교한 예측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엄청난 데이터가 유의미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솔리드웨어의 고객사는 1명의 사람에 대해 평균적으로 약 3천개의 변수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이를 다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진 않다"며 "3천개의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변수가 될 수 있는 100~200개를 만드는 모형이 중요하다. 데이터를 정교하게 자르는 것(분류 및 패턴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스크 관리가 본질인 금융업에서 머신러닝을 활용한 대출은 부도율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모형 정교화 외에도 부도 위험 조기경보, 보험사 언더라이팅, 이상징후탐지 등도 머신러닝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또 중금리 대출 등으로 소외계층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박재현 대표는 "그동안 금융사는 연령·소득 수준·재직 정보 등 몇 가지 변수를 설정해 위험도를 계산해왔다. 이 경우 신용등급이 중간단계인 사람들은 상환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담보력이 적은 소상공인이나 신기술을 보유했으나 당장 매출이 적은 곳도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머신러닝으로 그들을 제대로 평가해 필요한 시기에 자금 조달을 제대로 해줄 수 있다"며 "기술이 사회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고 자부했다.

■ "전자업체 딥러닝 모형보다 성능 뛰어나"

솔리드웨어의 박재현 대표.(사진=솔리드웨어)

박재현 대표는 솔리드웨어의 다빈치랩스의 성능을 자신했다.

그는 "기술력이 뛰어난 전자업체에서 딥러닝 모형을 개발을 했는데 솔리드웨어 머신러닝 솔루션 '다빈치랩스'가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이 있었다"며 "굴지의 기술력을 보유한 전자업체를 이긴 셈"이라고 했다.

박 대표가 자신하는 이유는 뭘까.

박 대표는 "국내에는 머신러닝 패키징 솔루션사가 없다. '솔루션화' 라는 게 굉장히 크다. 오픈소스는 매 건이 제로베이스로 시작하지만, 솔루션화되면 튜닝이 이뤄져 성능이 상향평준화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데이터의 양 극부분을 처리하고 정규분포화하는 모형도 뛰어나다. 양 극단을 자동으로 처리하고 유사한 변수의 속성을 바탕으로 통계적으로 보정해주는 과정도 자동화돼 퍼포먼스를 내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 "기술 역사를 단축시키는 것, 그것이 사명"

솔리드웨어 임직원.(사진=솔리드웨어)

솔리드웨어는 비금융(의료·의약·제조·설비·물류·유통 등) 영역에서도 머신러닝 솔루션을 도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재현 대표는 "국내 금융권의 90%는 우리 걸 쓰게 하겠다. 동아시아도 잡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머신러닝 솔루션은 일본과 베트남 등에 이미 들어가 있는 상태다. 박차를 가하기 위해 근접국가에 아예 직접 지사를 세울 계획도 있다고.

그는 "관심이 생긴 기업이 생겼을때 우리를 찾아오게끔 우리를 볼 수 있게하는게 중요하다"며 "해외 200개국에 솔리드웨어의 깃발을 꽂는 날이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에서는 금융사의 본질 업무를 위탁받아 할 수 있는 지정대리인 제도를 준비 중이다.

박 대표는 "데이터를 활용한 많은 사업이 가능하다"며 운을 뗐다. 이어 "예를 들어 이상탐지고도화시스템에도 머신러닝을 적용해 전 금융사의 사기패턴을 익히고, 분석해 예측한 뒤 이를 사전에 막는 업무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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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적인 영역 외에도 그는 기술이 갖고 있는 사명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재현 대표는 "기술 역사를 단축시키는 것, 그것이 해야만하는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솔리드웨어가 진짜 잘한 일은 다빈치랩스 솔루션을 만든게 아니고 전문가 소수의 전유물이었던 머신러닝을 모든 사람들이 몇 번의 클릭만으로 쓸수 있게 대중화한 것"이라며 사회를 이롭게 하는 기술 접목도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