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통신 38년, 5G·자율주행·방산까지"

[인터뷰] 홍익표 에이스테크놀로지 사장

디지털경제입력 :2018/05/20 10:35    수정: 2018/05/21 13:36

지난 1980년 무선통신 불모지에서 설립된 국내 RF 장비 1위 업체 에이스테크놀로지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무선통신 기술로 38년 외길 인생을 걸어온 선두 주자라는 입지를 토대로 올해 해외 진출 국가를 더 확대하고 자율주행, 방산 등 신규 사업에도 진출한다.

에이스테크놀로지는 우선 다양한 주파수 대역을 망라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하는 통신 장비를 앞세워 미국, 유럽부터 동남아시아, 중동, 중남미까지 전 세계로 나선다. 5G 무선통신을 실현하는 기지국 안테나도 현장 테스트가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했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일부 레이더 기술은 이미 상용화시켰으며 기술 검증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방산용 안테나, 레이더 사업도 항공, 지상, 무기, 무인 감시 등 여러 분야에서 개발, 양산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18일 기자와 만난 홍익표 에이스테크놀로지 사장은 “현재 에이스테크놀로지는 전 세계 RF 장비 시장에서 10위 근처다. 향후 3년 내 3위권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한 어조로 밝혔다.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전략은 에이스테크놀로지의 주력 제품인 기지국 안테나 진출 국가를 늘리고 이미 진입한 국가에서는 고객사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기존 고객사들에는 더 우수한 통신장비와 솔루션을 개발해 제안할 계획이다.

홍익표 에이스테크놀로지 사장이 18일 사업 방향과 기술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홍 사장은 “최근 미국과 인도의 대형 통신사업자로부터 안테나 수주를 받았다. 특히 인도는 1~3위 사업자가 모두 고객”이라며 “연초부터 유럽,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터키,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다국적 통신 사업자와 사업 개발을 시작했으며 올 상반기 가시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스테크놀로지는 올 상반기 유럽과 동남아시아, 중동 국가 중심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하반기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남반구에 위치한 국가들에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신시장 중 성장세가 가장 기대되는 곳은 인도와 베트남이다. 두 나라 1~3위 통신사업자를 모두 고객으로 확보했다. 각 기업들에 기지국 안테나를 공급하는 기업 1위도 에이스테크놀로지다. 이들 국가에서 4G 무선통신 기술 LTE가 상용화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매출 확대 여지도 크다. 특히 인도는 통신서비스 가입자 데이터 사용량이 세계적으로 높아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안테나 기술 수요도 높다.

“최근 고객사가 된 인도 통신사업자 릴라이언스 지오(Reliance Jio)는 가입자 기준으로 인도에서 3번째 통신사지만 데이터 트래픽은 1위다. 미국 거대 통신사 버라이즌, 스프린트보다 많다. 릴라이언스 지오의 가입자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9.6기가바이트(GB)다. 버라이즌은 4.3GB 정도다. 전국에 깔린 LTE 기지국 수는 현재 6만개다. 버라이즌 기지국 수는 6만개, AT&T는 5만개, 스프린트는 4만개다.”

에이스테크놀로지는 인도 통신사들의 제품 품질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통신사들이 취급하는 다양한 주파수 대역을 모두 커버하는 멀티 밴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으면서 주파수 간섭 현상은 줄인 120도·60도 섹터빔 등 신기술도 꾸준히 개발해 제안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광통신망이 촘촘하게 구축돼있지 않은 나라에서 유용한 안테나도 내놨다. 높은 빌딩에 들어가면 인터넷이나 통화가 잘 되지 않는 현상을 막는 안테나를 만들었다. 홍 사장은 “인도는 물론 개발도상국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스테크놀로지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사업 중 하나로 에이스테크놀로지는 미국 대형 통신사 AT&T에 차세대 집중형 기지국(C-RAN)을 구현하는 안테나를 공급했다.

“미국에서 테러 등 사건이 벌어졌을 때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서로 통신할 수 있지만 경찰과 소방관, 의료진들은 서로 통신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재난, 구조 활동을 더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경찰과 소방관 등이 따로 사용하는 재난 통신망을 통합하는 사업을 발표하고 AT&T가 맡았다. 이를 위한 기지국이 C-RAN이다. 에이스테크놀로지는 3.5기가헤르츠(GHz), LTE, 와이파이 대역을 묶는 C-RAN 안테나를 세계 최초로 구현해 공급했다. 해당 안테나는 도심 전봇대나 가로등에 설치할 수 있고 AT&T가 가진 주파수 대역을 모두 커버할 수 있다. 현재 미국 22개주에 설치됐으며 계속 확장될 것이다.”

이외에도 스웨덴 통신사인 에릭슨과 가로등에 들어가는 안테나를 개발해 미국에서 사업할 계획이다. 해당 안테나 역시 3G 무선통신과 LTE 주파수 대역을 모두 커버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에선 통신사 소프트뱅크가 에이스테크놀로지의 가장 큰 고객이다. 소프트뱅크에 안테나를 공급하는 통신장비 기업 1위도 에이스테크놀로지다. 홍 사장은 “지진과 태풍이 잦은 일본 특성을 고려해 바람이나 진동 등에 잘 넘어지지 않도록 길쭉한 원통형 120도 섹터 안테나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스테크놀로지는 5G 시대를 대비해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매시브 마이모(Massive MIMO) 안테나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재 기지국에 탑재해 현장 실험하는 단계까지 왔다. 홍 사장은 “올해 2분기 매시브 마이모 안테나 개발이 완료된다.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크기는 작게 만드는 기술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그는 에이스테크놀로지가 안테나를 비롯한 RF 필터, 점퍼 케이블, 커넥터 등 통신장비의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제품군과 기술력을 갖춘 만큼 글로벌 선두 통신장비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사장은 “다른 경쟁사들은 일부 장비, 부품들만 개발·생산한다면 에이스테크놀로지는 통신장비들을 종합적으로 다룬다”며 “장비 수직계열화를 이뤄 성능 구현과 가격 면에서 시너지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 ‘신사업’ 자율주행·방산용 안테나 개발 활발

에이스테크놀로지가 내세우는 또 다른 무기는 차량용·방산용 안테나, 레이더다. 앞으로 키워나갈 신사업이기도 하다. 이미 자동차 전면·후면·측면에 들어가는 레이더는 국내 판매 중이다. 인도, 중국, 베트남 등 새로운 시장도 진출 계획 중이다. 인도에선 현지 업체와 구체적으로 사업모델을 협의했으며 베트남도 연내 사업을 구체화한다. 자율주행에 쓰이는 안테나, 레이더는 한창 개발 중이며 성능 검증을 위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홍 사장은 “이미 스마트 크루즈(smart cruise) 기능에 필요한 레이더, 옆으로 다가오는 차량을 감지하는 측방향 레이더 등을 판매 중이다”며 “해당 기술들은 자율주행에도 필요한 중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 서비스(C-ITS) 컨소시엄에 참여해 V2V용 차량 안테나 개발, 검증을 진행 중이다. 3개 도시에서 실증사업에 참여한다”며 “최근 기가코리아사업에서 KT를 주축으로 한 5G V2X 기반 자율주행 과제도 새로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방위 사업은 항공 관제 분야, 지상통신 분야, 유도무기 분야, 안테나 항법 시스템, 안티 재밍 기술 등 다양한 영역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일부 제품은 시제품 납품이 진행 중이다. 2~4년 뒤 양산하는 제품도 있다.

“무인기, 무인 감시 차량 등 개발 과제들도 진행 중이다. 2022년 일부 양산 사업을 기대하고 있다. 에이스테크놀로지는 모든 방산 산업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남북 정세 변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수출 사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관련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다.”

■ “실적 성장세 다시 시작된다”

에이스테크놀로지는 이같은 사업 전략과 기술력을 토대로 2016~2017년 적자 그늘에서 벗어나 이익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제품 생산량과 생산 속도는 높이면서 생산 비용은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기술도 자체 확보해 공장에 적용 중이다. 지난해 적자의 주 원인인 연구개발비의 비용 처리, 베트남 공장 투자금 문제도 해소됐다는 설명이다. 에이스테크놀로지는 작년 매출 3천516억원, 영업손실 144억원, 당기순손실 556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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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사장은 “에이스테크놀로지 매출의 93%는 수출이다 보니 환율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지난해는 특히 환율 하락에, 200억원 규모 연구개발비를 한 번에 비용 처리하고 베트남 공장 투자비까지 겹치면서 적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6, 2017년은 통신시장의 휴지기였다. 2015년 대비 2017년 주요 안테나 공급업체 매출이 12% 정도 떨어졌지만 에이스테크놀로지는 약 3% 하락에 그쳤다”며 “지난해 비용 처리 문제를 털었으니 실적 상승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실제 올 1분기는 흑자 전환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