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디자인이 전부" vs 삼성 "제품의 일부"

디자인 특허 배상금 산정 소송 시작…첫날부터 공방

홈&모바일입력 :2018/05/16 08:52    수정: 2018/05/16 09:0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더 크다.” (애플)

“무슨 소리. 부분은 말 그대로 일부분에 불과하다.” (삼성)

배상금 재산정을 위한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디자인 특허소송이 본격 시작됐다. 15일(현지시간) 열린 첫 공판에서 양측은 디자인 특허권이 제품 전체에서 갖는 의미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미국 씨넷에 따르면 애플 측을 대리한 빌 리 변호사는 “디자인은 모든 것을 한데 이어주는 것이다”면서 “그 결과물은 혁명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이 아이폰의 혁신성을 이끌었다는 주장인 셈이다.

애플 측 빌 리 변호사가 15일 특허 소송에서 아이폰 등장 이후 삼성이 '디자인의 위기'란 내부 평가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다. (사진=씨넷)

그러자 화면 커버, 베젤, 디스플레이 같은 부품을 손에 들고 등장한 삼성 측의 존 퀸 변호사는 “특허 침해된 것들이다”면서 “그러므로 이것들이 (디자인 특허 배상의 기준이 될) 제조물품이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애플은 스마트폰 제품 전체의 이익을 (배상금으로) 받을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 애플 "디자인은 애플의 중심이자 이번 사건의 중심"

이번 소송은 2012년 배심원 평결이 나온 삼성과 애플 간의 1차 특허소송이다. 이 소송 1심에서 배심원들은 삼성이 고의로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10억 달러를 웃도는 거액의 배상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후 항소심을 거치면서 배상금 규모가 5억4천800만 달러로 크게 경감됐다. 이후 삼성은 디자인 특허 침해 부분에 대해서만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디자인 특허권 침해와 관련된 배상금은 3억9천900만 달러다.

연방대법원은 2016년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제품 전체 이익 상당액으로 배상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하면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따라서 이번 재판에선 디자인 특허 침해 부분에 대해선 더 이상 다투지 않는다. 특허 침해한 삼성이 애플에 지불할 배상금의 적정 규모를 산정하는 것이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디자인 특허 배상금 산정을 위한 소송이 열리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사진=씨넷)

쟁점이 된 특허는 둥근 모서리(D677), 둥근 모서리에 베젤을 추가한 디자인(D087), 그리고 화면에 아이콘을 배치한 디자인(D305) 등 세 건이다.

애플은 이 디자인 특허들이 곧 제품 전체란 주장을 펼치고 있다.

빌 리 변호사는 “애플은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구매하고 사용하고 싶어할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길 원했다”면서 “디자인은 애플의 중심일 뿐 아니라 이번 사건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D677 특허는 차별화된 디자인이 어떻게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중앙 디자인으로 모든 걸 모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놀라운 사례”라고 주장했다.

리 변호사는 자신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아이폰 등장 이후 삼성 내부에서 유포된 “디자인의 위기”란 메모를 거론했다. 그는 “당시 삼성은 기능나 기술의 위기, 혹은 부품의 위기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 삼성 "스마트폰엔 수 백개 제조물품이 있다"

이에 맞서 삼성 측 존 퀸 변호사는 배심원들이 삼성과 애플 스마트폰의 부품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존 퀸 변호사는 애플의 특허권들이 디자인의 아주 좁은 측면들만 커버하고 있다면서 “소소한 디자인 내용들”이라고 지칭했다.

존 퀸 변호사는 “(스마트폰은) 저녁 식탁에 올라오는 접시가 아니다”면서 “이건 많은 다른 부품들이 있는 복잡한 기기다”고 강조했다.

그렉 조시악 애플 부사장이 빌 리 변호사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장면. (사진=씨넷)

이런 주장을 토대로 존 퀸 변호사는 스마트폰의 베젤과 화면 유리 같은 부품들은 완전한 제조물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예 “스마트폰 안엔 수 백 개의 제조물품이 들어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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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디자인 특허권을 도용한 뒤 스마트폰 판매가 늘었다는 애플 측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존 퀸 변호사는 “삼성 스마트폰 판매가 을어난 것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바꿨기 때문”이라면서 “그 부분과 함께 4G 기능, 대형 화면과 더 빠른 프로세서 같은 삼성의 다른 혁신들도 판매 확대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