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보편요금제 어떻게 판단했나

황금알 낳는 거위 배를 가르는 것 vs 국민들의 통신비 인하 요구 들어줘야

방송/통신입력 :2018/05/14 13:18

"보편요금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업의 정당한 활동을 막고 쥐어짜면 안된다. " (김도훈 경희대학교 교수)

"경제적 효율성만 지향하기보다는 공익성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대법원에서 내린 원가공개 판결도 주파수 자원의 공공성을 인정한 것이다." (여재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실장)

지난 11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에서 보편요금제를 두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엇갈린 의견을 보였다.

먼저, 김도훈 경희대 교수는 "보편요금제 요금 규제는 포퓰리즘이 담긴 매우 강력한 규제"라며 "특정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공격으로 보일 수 있다"고 보편요금제 도입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여재현 실장은 "국민들의 통신비 인하에 대한 요구가 거셌기 때문에 보편요금제가 나온 것"이라며 "이용자에 대한 차별은 축소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통신사업은 장치사업… 저가와 고가 요금제 차별 커

통신사업은 대규모 장치사업이다. 통신에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사업자 숫자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통신사들은 나라별로 다섯 개 이하인 경우가 많다.

여재현 실장은 "통신시장은 독과점적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원활한 시장 경쟁을 위해 해외에서도 FCC나 오프컴 등 별도의 규제기관이 사전·사후규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과점적인 시장구조와 서민경제적 부담을 고려하면 저가와 고가 요금제 간 차별을 최소화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김도훈 교수는 "요금제에서 형평성을 추구하는 것은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라며 "저가와 고가 요금제 간 차별이 큰 점이 문제라는 데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많이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동통신을 필수재라 보기는 힘들다"며 "필수재는 제한적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단기적 소비자 후생 증진이 기업 후생을 감소 vs 보편요금제는 후생배분에 도움

김 교수는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면 이통3사의 수익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저가 요금제 하나를 넣는다고 끝이 아니라 이걸 통해서 전 요금제 수요가 하향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소비자 후생은 고려하면서 공급자 후생은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김 교수는 "공급자들이 돈을 벌어야 일자리를 창출하고 돈도 벌고 투자도 한다"며 "단기적 소비자 후생이 장기적으로 기업 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투자를 감축하면 소비자 후생이 감소하리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어 "더 나쁜 것은 사업자와 딜을 할 가능성이다"라며 "주파수 경매할 때 잘 봐주겠다고 말하고, 알뜰폰에게는 도매대가를 내려주겠다고 하는 등 정부가 이중 삼중의 딜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 실장은 "보편요금제는 저가와 고가 요금제의 차별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으로 후생배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요금제 하나만 규제하기 때문에 보편요금제 말고 다른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다른 요금제 설계를 방해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 시장친화적 대안 고려해야 vs 선택권 부여해야

김 교수는 소비자 선택에 있어 알뜰폰 등 충분한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알뜰폰 사업자 40여개는 저가 요금제에서 이통3사가 경쟁을 약하게 한 측면이 있는 걸로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알뜰폰은 여력이 없어서 경쟁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며 "제4이통을 허용한다고 해도 들어오자마자 경쟁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친화적 대안이 있는데 굳이 보편요금제를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며 "시장경쟁 논리로 가야 하고, 만일 정부가 개입하면 장기적인 손실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한 "가계통신비 협의로 인해 단말자급제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단말기자급제, 알뜰폰 활성화, 공공와이파이가 함께 되면 굉장히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훨씬 시장친화적 대안이 있음에도 법제화시켜서 공급쪽의 생태계를 교란하고 장기적으로 소비자 후생 손실로 가는 것은 상당히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알뜰폰에 대해 여 실장은 "저가요금제 수준에서 보편요금제보다 낮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알뜰폰에 있지만 가입 비율은 정체상태"라며 "이는 소비자가 또 다른 요인을 고민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 실장은 "또 알뜰폰은 세대를 뒤쫓아가는 양상을 띤다"며 "LTE보다도 3G 중심 고객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보편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규제개혁위원회 심사가 열렸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정책당국의 통신비 인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꼭 기업을 때려야 올바른 방향인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은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구성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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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재벌들이 갑질을 하면 단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시장경제논리를 뒤집어서 좌지우지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여 실장은 "지금까지 기본료 폐지에 대한 요구와 공약이 나왔다는 것은 통신비 인하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라며 "이용자 차별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