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더러 짜다고 비판하는 분들께

[이균성 칼럼] 네이버와 한성숙의 한계

데스크 칼럼입력 :2018/05/09 16:47    수정: 2018/11/16 11:22

한성숙 대표는 9일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없애기로 했다”면서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세상 모든 것이 다 변하지만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변하지 않는 진리에 가깝다. 일단 뉴스를 비우고 무엇을 채울지 기대된다. 이 결정이 오래 준비한 것인지, 최근 논란 때문에 급히 결정한 것인지 알 길은 없지만, 뉴스를 비운 그 그릇에 멋진 것을 채우길 기대한다.

비움은 결국 더 큰 채움을 위한 것이라는 한 대표의 말에 동의하지만, 비우기로 한 결정적 이유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한 대표는 첫 화면에 뉴스를 집중 배치하고 소수의 뉴스에 3천만 명이 관심을 갖는 (위험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편집자들이 어떤 기준으로 뉴스를 선별하는지 알 수 없어 문제라는 취지의 말도 덧붙였다. 충분히 고민할만한 주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실 하루에 쏟아지는 3만개 이상의 뉴스 가운데 수십 개를 골라 첫 화면에 배치하는 행위는 매우 두려운 일이다. 사회 물줄기를 바꿀 수도 있는 일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아무리 잘 해야 본전도 뽑지 못한다. 그래서 그건 네이버에게 늘 계륵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이참에 단호히 버리기로 한 것 같다. 네이버로서는 불가피한 일이었고 어쩌면 늦었지만 잘한 결정이다.

한 대표는 네이버가 버린 그것을 아마도 ‘아젠다 설정’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그런데 필자가 동의하지 못하는 게 바로 그 생각이다. 왜냐하면 네이버로선 처음부터 할 필요가 없고 할 마음도 없었던 게 그 ‘아젠다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걸 좋아하는 건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언론사다. 특히 마음먹은 대로 대통령을 선택할 수 있고, 뽑은 뒤엔 뒤에서 조종할 수 있다고 믿는 그 언론사들.

한 대표는 또 뉴스를 버리고 기술과 공간을 제공하는 플랫폼 본연의 길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네이버 뉴스야 말로 ‘아젠다 설정’이 아니라 기술과 공간을 제공하는 플랫폼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네이버 뉴스가 편파적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한 대표마저 세뇌된 듯하다. 아니면 이것저것 다 귀찮으니 그냥 버리고 가는 게 신간 편하다고 생각을 하게 됐거나.

뉴스는 팩트가 기본이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제작 주체의 의견과 주장 또한 포함될 수밖에 없다. 그 의견과 주장은 각기 다를 것이다.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어찌 같겠는가. 서로 달라야 존재 이유가 있겠지. 그러면서 서로 논(論)하는 것이다. 지향하는 가치를 놓고. 그리고 그게 팩트를 왜곡할 정도로 지나칠 때, 그걸 편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파적 언론은 늘 그 경계선에서 논다.

그런데 네이버가 과연 그런가. 네이버 뉴스는 당파성을 갖기는커녕 그걸 녹이고 뭉개는 용광로나 바다와 같은 것이었다. 네이버가 의도한 일은 아니지만 단지 공개된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 만으로도, 개별적으로 당파적인 뉴스를 뒤섞어 독자에겐 보는 재미를 키우고 뉴스의 당파적 독소를 무력하게 하는 효과를 보여줬다. 대체 어찌 네이버가 조선이나 한겨레보다 더 당파적이라 말하는 건가.

댓글은 편파성보다 더 치명적이었다. 매크로 같은 기술을 이용한 댓글 조작 행위가 사실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사실 상거래 사이트는 해킹을 당하면 스스로 피해자이면서 그 피해를 항변조차 하지 못한 채 망할 수도 있다. 기술에 기반한 기업이 갖는 가장 결정적인 위험요소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고 해커와 상거래 사이트 운영업체를 똑같이 나쁜 녀석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겠다.

네이버로서는 두 손 들 수밖에 없게 됐다. 돈도 있고 기술도 있으니 해킹을 막느라 최선을 다했겠지만 그래도 뚫렸고 심지어 범죄자와 담합한 동급으로 취급받으니 그걸 더 붙들고 있을 이유가 뭐 있겠는가. 댓글 허용여부와 정렬 결정권을 개별 언론사에게 넘기겠다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어쩜 진짜 바다처럼 생태계를 최대한 확장하려다 범한 실수였을 수도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아웃링크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동종업계 종사자로 고개를 들기가 창피할 정도다. 겉으로 그렇게들 주장해놓고 실제로 아웃링크에 찬성한 매체는 단 한 곳뿐이라니. 돈 몇 푼에 고민하고 저울질하는 모습이 처량할 뿐이다. 못내 궁금하다. 돈 몇 푼이 아쉬워 주장을 꺾고 인링크로 남겠다는 다수 언론은 앞으로 댓글을 어찌할 런지. 없앨까? 그러려면 종이나 만들지 인터넷은 왜 하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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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짜지 않으면 그게 어찌 바다겠는가. 온갖 게 모였기 때문이겠지. 지난 20여 년 네이버 뉴스가 그랬던 것 같다. 그 노릇을 어찌 당파적인 조선이나 한겨레가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또 어쩔 것인가. 바닷물이 짜다고 아우성치는 사람이 이렇게도 많은 걸. 종이신문처럼 댓글도 없애고, 그래서 독자는 받아들이기만 하고, 네이버 편집은 책임지우기 어려운 기계에 맡기면 ‘돼지’. 그럼 ‘돼지’.

바다가 없더라도 자칭 1급수라는 곳에서 살면 ‘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