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미래, 인간과 AI의 협업에 있다

제조부터 빌딩설계까지...제너레이티브 디자인 확산

전문가 칼럼입력 :2018/05/08 13:35    수정: 2018/05/08 13:47

라비 아켈라 오토데스크 이사
라비 아켈라 오토데스크 이사

의자에서 자동차, 전동 공구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들을 제작하는 방식이 제너레이티브 디자인(generative design)이라고 하는 새로운 프로세스를 통해 재해석되고 있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의 연산 능력을 활용해 엔지니어가 높이, 하중, 강도, 소재 옵션 등 기본 매개변수만 정의하면 수천 개의 설계 옵션 생성이 가능한 방식을 말한다.

이미 에어버스, 언더아머, 스탠리 블랙앤데커 등 기술 혁신에 진취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을 사용해 엔지니어링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인간이 생각하기 어려운 설계 해법들을 마련하고 있다.

엔지니어들은 자신이 가진 상상력과 경험의 한계에서 벗어나 시간과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력은 줄이면서 사용자의 요구에 더욱 부합하는 제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들이 그렇듯이 아직은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의 개념과 범위에 대해 불명확한 이해와 여타 기술과의 혼동이 공존하고 있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으로 만든 의자 모형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을 이용하면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로 디자인을 하거나 CAD 설계를 시작하는 대신 컴퓨터에 하고 싶은 것이나 해결하고 싶은 문제점들을 알리는 방식으로 디자인 할 수 있다.

예컨대 의자를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 두 세개 혹은 창의력이 뛰어날 경우 열 개 정도의 아이디어를 직접 도안하는 방식 대신에 중량, 비용, 소재 등이 얼마인 의자를 설계하고 싶다고 컴퓨터에 입력하는 것이다. 그러면 컴퓨터가 주어진 기준에 정확하게 부합하고, 혼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실용성을 갖춘 수백, 수천 개의 제작 가능한 설계 옵션들을 제시한다. 이것이 바로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과 유사해 보이는 기술도 등장했다. 토폴로지 최적화, 파라메트릭스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은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들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기존의 디자인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와 같은 혼동은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의 입력값이 여러 최적화 도구들의 입력값과 유사한 데서 기인한다. 하지만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가지고 있는 솔루션을 최적화된 버전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저비용, 고성능의 유효한 설계를 다양하게 생성하는데 특징이 있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이 가진 또 다른 뛰어난 차별점은 제조 가능성을 고려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곧 제품을 테스트하고 수정하는 프로세스가 획기적으로 단축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에 있던 최적화 방법은 이미 주어진 솔루션을 개선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 즉, 제작 과정이나 용도에 대한 특별한 고민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소재들을 제거해 나가는 일에만 치중하다보니 결과적으로 모델링, 시뮬레이션, 테스트 등은 다시 거쳐야만 했다.

하지만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시뮬레이션 자체가 디자인 프로세스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적층, CNC, 주물 등 제조 방식을 처음에 지정하면 소프트웨어가 그에 따라 제작 가능한 다양한 제품 디자인을 알아서 생성해 준다. 또한 사용자가 다양한 제조 방식에 적합한 설계를 탐색할 수도 있다.

2013 GE 제트 엔진 브래킷 챌린지 대회에 출품된 사전 구상된 브래킷 디자인을 기존 토폴로지 최적화 기술로 개선한 것.

자주 간과되지만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이 같은 또 다른 장점은 부품을 통합하는 데에 있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엔지니어가 생각하기 어려운 수준의 복잡성를 다루고,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로 제너레이티브 알고리즘에서 자주 생성되는 복잡한 기호학적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2, 3개 혹은 20개 이상 별도의 부품들로 만든 조립품을 대체하는 단일 부품이 생성될 수 있다. 이렇게 부품이 통합되면 공급망과 유지관리가 간소화되고, 전체적인 제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실제로 수천 개의 유효한 설계 솔루션, 시뮬레이션 기능 탑재, 제조 가능성 인지, 부품 통합 등 기능을 갖추고 기존의 단순한 설계 개념을 뛰어넘는 영향을 끼친다. 한 마디로 제조 과정 전체에 관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제너레이티브 제조(generative manufacturing)’라고 일컫을 수도 있다.

제조 과정에 대한 폭넓은 영향력 때문에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혁신적인 수준의 실질적 혜택을 제공한다. 투입되는 비용, 개발 시간, 재료 소비, 제품 중량 등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항공기 제작 회사 에어버스의 경우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기술을 사용해 A320 항공기의 내부 격벽을 다시 구상하고, 복잡한 설계를 만들어냄으로써 격벽의 중량을 45%(30kg) 저감하는 데 성공했다. 이같은 중량 저감으로 제트 연료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뿐만 아니라 A320 전량에 적용될 경우에는 연간 수십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도 거둘 수 있었는데 이는 승용차 9만6천 대의 연간 배출량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빌딩, 사무실 공간 등과 같은 규모가 큰 프로젝트에도 적용 가능하다. 토론토에 위치한 마스 이노베이션 디스트릭트의 최근 프로젝트에는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이 사용됐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을 이용해 사람이 혼자서는 만들어내기 힘든 사무실 환경을 평면도로 제작, 건축가는 직원 개개인이 선호하는 근무환경을 비롯해 다양한 직원들의 요구 사항을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이 프로젝트는 데이터 수집에서부터 시작됐다. 직원들에게 ‘혼자 조용히 일하는 스타일인가?’ 또는 ‘동료들과 소통하며 일하는 스타일인가?’와 같은 질문들을 던지고 직원들의 작업 스타일과 기호들에 대한 테이터를 수집했다. 더불어 최적화된 협업이 가능하도록 서로 가까이에 앉아서 일해야 하는 팀들도 고려했다. 이렇게 데이터가 수집되자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소프트웨어가 1만 개의 옵션을 생성했다. 그 다음 디자이너가 인력을 투입, 옵션들을 검토하고 절충안을 만들었다.

이렇게 인간과 컴퓨터가 협업을 한 결과 직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일터가 만들어졌다. 이는 사람이 혼자서 또는 컴퓨너 하나만 가지고는 달성할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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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머지않아 일상 용품에서부터 교통수단, 사무실 공간 배치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것들이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을 기반으로 설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발전된 컴퓨터 기술을 통해 이전에는 엔지니어가 구상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솔루션들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제품의 형태도 소재도 더욱 독특해질 수 있을 것이다.

AI가 모든 작업 과정의 일부로 도입되고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이 제품을 설계할 때 표준이 된다면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성취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기술들로 시간, 재료, 연료, 환경 오염 등 불필요한 요소들을 줄여나가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전세계 중산층의 성장을 수용할 수 있는 만큼의 충분한 재화를 생산할 수 있다면 말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라비 아켈라(Ravi Akella) 오토데스크 이사

오토데스크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제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라비 아켈라 이사는 2006년 오토데스크에 제조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로 입사해,인벤터(Inventor), 오토캐드(AutoCAD), A360 제품 등 제조 관련 다양한 제품 관리를 담당해왔다. 아켈라 이사는 아이오와 대학교에서 구조 역학(Structural Mechanics) 석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