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스팀잇에 열광할까

창업자 스캇도 놀라…"IT·호기심 강해"

컴퓨팅입력 :2018/05/04 16:42    수정: 2018/05/08 10:21

"한국에 정말 오고 싶었다. 다른 곳보다 한국에서 스팀잇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궁금했다."

블록체인 기반 블로깅 서비스 스팀잇 창업자인 네드 스캇이 3일 저녁 서울 강남 GS타워에서 한국 스팀잇 사용자들과 만나서 한 말이다.

스팀잇은 지난 2016년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작성한 콘텐츠에 대한 보상으로 암호화폐를 받을 수 있다는 차별점을 내세워 전세계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팍스-스팀잇 밋업에서 발표 중인 스팀잇 네드 스캇 대표

특히 한국에선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팀잇은 한때 한국에서 트래픽 기준 상위 200대 사이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전세계에선 1천위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트래픽 점유율을 따져봐도 이 같은 인기는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스팀잇 전체 트래픽 중 9.9%는 한국에서 발생한다. 미국(22.3%)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이날 행사에도 1천여 명의 사용자들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스캇 대표 역시 한국의 뜨거운 스팀잇 열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아예 한국 사용자 커뮤니티가 성장한 이유를 찾아서 다른 나라에도 확산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한국은 왜 유독 스팀잇에 열광할까. 스캇 대표는 궁금증을 풀고 돌아갔을까.

스팀잇은 무엇?

스캇 대표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콘텐츠 제작자가 더 많은 보상을 받는 소셜 미디어 서비스"라고 스팀잇을 소개했다.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사용자의 활동을 투명하고 정확하게 측정해 기여도에 따라 적절히 보상해 주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이 가능한 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팀잇 서비스 뒷단에는 '스팀 블록체인'이 있다. 여기엔 21명의 선출된 개인 또는 조직이 노드를 운영하는 '증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스캇 대표는 "실제 커뮤니티에 활동하는 사람에게 보상을 한다는 개념은 스팀잇이 최초로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스팀잇 서비스 뒷단에 있는 스팀 블록체인을 설명하고 있는 네드 스캇 대표

스팀 블록체인 위에선 스팀잇 외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운영되고 있다. 스캇 대표에 따르면 약 350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한다. 블록체인 버전 유튜브인 '디튜브'가 대표적이다. 스팀잇 계정으로 디튜브를 이용할 수 있고, 콘텐츠 기여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있다.

스팀은 스팀 블록체인 위에서 자체 토큰을 쉽게 발행할 수 있는 스마트미디어토큰(SMT) 기능도 개발 중이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스팀 블록체인에서 분산앱(DAaa)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자체 토큰을 발행하고 보상체계도 설정할 수 있게 된다. 이더리움의 ERC20 프로토콜과 유사한 개념이다.

스캇은 "SMT는 창업가들이 자체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팀잇 매력은? "돈 벌어서 좋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럼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한국에서 왜 유독 스팀잇의 인기가 높을까. 스캇 대표와 한국 사용자들이 소통하는 패널토의 및 질의응답 시간에도 이런 질문이 나왔다.

스팀잇에서 활동하는 웹툰 작가 이솔 씨와 유일한 한국인 증인 조재우 씨, 스팀잇과 웹툰 공모전을 진행하는 고팍스 이준행 대표, 공윤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스캇과 함께 무대에 올라 각자 생각하는 이유를 밝혔다.

글에 대한 보상으로 실물화폐와 교환할 수 있는 암호화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물론 큰 요인이다.

이솔 작가는 콘텐츠 창작자로 스팀잇이 주는 매력이 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스팀잇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면 창작자에게 스팀잇은 천국 같은 곳이다. 마감이 없고, 검열하는 사람도 없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 여기에 쓴 글을 모아서 책으로 출간할 수도 있으니 스타작가들만 받았던 선인세를 받으면서 활동하는 격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상으로만 인기를 설명하긴 어렵다. 전세계 사용자들이 모두 동일한 보상 체계에서 시스템을 이용하는데, 한국에서 더 인기 있는 이유로는 부족하다.

이날 참여한 패널들은 공통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IT에 대한 이해가 높고 호기심이 많은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특히 미래를 이끌 기술로 주목받는 블록체인에 대해 알고싶은 열망이 크고, 더 빨리 경험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왼쪽부터) 공윤진 고팍스 CTO, 이솔 작가, 네드 스캇 스팀잇 대표, 이준행 고팍스 대표, 조재우 증인이 무대에 올라 패널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 사람들이 IT 문맹률이 낮고 굉장히 열정적이어서 새로운 것을 자꾸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 같다"며 "이런 특성이 스팀잇뿐 아니라 블록체인 제품에 대한 채택을 훨씬 더 빠르게 만드는 것 같다"고 봤다.

공 CTO도 "한국은 스팀잇뿐만 아니라 트렌드에 민감해 모든 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반응하는 면이 있다"며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 작가도 "어린이집 학부모 모임에 참석해 보면 놀랍게도 많은 학부모들이 4차산업혁명 시대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살지 걱정을 많이하는 걸 봤다"며 "스팀잇이 한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계기도 여기에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재우 증인은 "빈부격차를 해결할 부로 이동하는 사다리가 끊겨 있다"며 "젊은 세대가 절망감을 가지고 있다가 블록체인에서 희망을 보고 열정적으로 뛰어든 것이 큰 맥락에서 한 요인으로 보인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스캇 대표는 이들의 의견을 모두 듣을 뒤 "한국에 와서 받은 질문만 봐도 한국 사람들이 정말 스팀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것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에서 정말 많은 토론이 이뤄지고 있고 이런 다양한 관점이 통합돼서 스팀의 미래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는 걸 알게됐다"며 "앞으로 다른 지역도 한국 커뮤니티 같은 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