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전기차 활력...컨트롤 타워 부재

[문재인 정부 1년...친환경·미래차 정책]

카테크입력 :2018/05/14 07:49    수정: 2018/05/14 14:18

"전기차의 경우 현재 양산 단계에 와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급 대수는 꼴찌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정되기 전 서울 종로구 세운전자상가 5층 팹랩서울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을 청년일자리로’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발표한 20페이지 분량의 공약모음집(▶바로가기) 첫 페이지에서 전기차를 언급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전기차,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3D프린팅, 빅데이터, 산업로봇 등을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불모지에서 태동한지 근 50년만에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자동차 산업이 생산과 판매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볼때 전기차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 진정한 모빌리티의 완성인 미래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바로 이웃인 중국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과 시장 육성에서 앞서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문 정부 역시 이러한 산업적 위기와 과제를 잘 알고 친환경·미래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한 여러 공약을 내놓았을 것이다.

그럼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동안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친환경차 및 미래 자동차 지원 정책과 공약은 잘 지켜져 왔을까. 우리나라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산업 생태계는 얼마나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까.

롯데그린카가 운영중인 카셰어링용 볼트 EV 전기차가 급속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초소형 전기차 시장 활력...업계 '기대감 커"

문재인 정부는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업계에 큰 활력소를 불어 넣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5월 11일 세종시에 초소형 전기차 생산공장을 세운 이순종 쎄미시스코 대표는 “문재인 정부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디젤 차량 퇴출과 함께 전기 오토바이 보급 확대를 내세운 것”이라며 초소형 전기차 확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초소형 전기차 시장 육성을 위한 기업 간담회도 열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12월 19일 인천 송도 캠시스 본사에서 ‘혁신성장을 위한 기업 간담회’를 주재했다.

캠시스는 지난해 4월 초소형 전기차 ‘PM-100'을 선보인 업체로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자동차 전장부품에 이어 초소형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기업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19일 인천 송도 캠시스 본사에서 열린 기업 간담회에서 출시 예정 초소형 전기차 PM-100을 운전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캠시스에서 열린 ‘혁신성장을 위한 기업 간담회’는 LG그룹 간담회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문재인 정부가 초소형 전기차 육성을 위한 고민이 크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문재인 정부 이후 커지면서 르노삼성, 쎄미시스코, 대창모터스 등의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초소형 전기차 모델 보급 확산을 위한 마케팅을 시작했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4월 EV 트렌드 코리아와 5월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 등을 통해 르노 트위지 홍보에 나서고 있고, 쎄미시스코는 스타필드 고양, 전국 이마트 주요 지점 등의 유통망을 활용해 중국 즈더우사로부터 수입한 초소형 전기차 D2를 전시하고 있다. 초소형 전기차 ‘다니고’를 판매중인 대창모터스는 지난해 11월 모바일커머스 업체 티몬과 MOU를 맺고 온라인 판매망 확충이라는 성과를 얻게 됐다.

초소형 전기차 시장은 해가 지나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 등이 지난 2월 19일 친환경 배달장비 보급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올해부터 3년간 우편 배달용 이륜차 1만대가 모두 초소형 전기차로 전환될 수 있게 됐다.

지난 3일 국무조정실 국정과제관리관실에서 발간한 ‘문재인정부 1년 국민께 보고드립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륜전기차 등 초소형 전기차 출시가 용이해진 점이 정책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됐다. 이전 정부부터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차종 분류가 진행되지 않아 실제 차량 출고가 어려웠지만, 문재인 정부 이후부터 차종 분류 문제가 해결되면서, 초소형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캠시스 인천 송도 사옥 1층에 자리잡은 전기 푸드트럭 콘셉트카 'TX500e' (사진=지디넷코리아)
르노삼성 부스에 배치된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사진=지디넷코리아)
우편배달용 차량으로 꾸며진 대창모터스 초소형 전기차 다니고 (사진=우정사업본부)

■전기차 충전 방해 관련 법안 공포도 이뤄져

지난 3월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공포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충전방해금지법)’은 문재인 정부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문제 해결에 큰 전기를 이뤘다는 평가다.

오는 9월부터 효력을 발휘하는 이 법안에 따르면, 충전구역 내에서 물건을 쌓아두거나 충전 방해 행위를 한 자는 과태료 100만원에 처해진다. 내연기관차량 등이 충전시설 내에 무단 주차를 하면 2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지난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가장 흔히 지적된 전기차 관련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전기차 충전소 주차 문제였다. 전기차 충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대한 갈등이 갈 수록 심각해지자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7일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후 입법예고기간동안 30여건에 이르는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이 법안은 대표 발의 후 약 7개월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이 공포되면서 문재인 정부는 ‘정책브리핑’ 웹사이트 등을 통해 충전방해금지법의 내용을 카드뉴스 형식으로 소개하는 등 국민적 관심을 키우기 위해 직접 나섰다.

전기차 충전소 내 일반차량 주차 금지 법안 공포가 한 달이나 지났지만, 이에 대한 홍보 부족은 여전하다. 화성휴게소 전기차 충전소에 주차된 기아차 K7 (사진=지디넷코리아)
경기도 광주시 이마트 지하주차장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에 주차된 기아차 쎄라토 (사진=지디넷코리아)

■여전히 부족한 충전기 관리, 인식 개선 문제

우리나라 전기차 산업은 올해부터 고질병 중의 하나였던 주행거리 문제가 해결됐다. 현대차는 한번 충전에 최대 406km 주행 가능(환경부 공인 기준)한 '코나 일렉트릭' 차량의 고객 인도에 나서고 있다. 기아차는 내달 부산국제모터쇼 등을 통해 한번 충전으로 최소 380km 주행 가능한 니로 EV 전체 사양 공개를 앞두고 있다. 쉐보레 볼트 EV, 테슬라 모델 S, 르노삼성 SM3 Z.E.,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2018 등 최소 200km 이상 주행가능한 보급형 전기차와 프리미엄 전기차도 국내 시장에 이미 판매중이다.

앞으로 전기차 수는 더 늘어나고 이에 대비한 급속충전기 또는 완속충전기 인프라도 더욱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충전기 대비 방안과 충전기 주변 고객 편의시설을 확충해야 하는 정부 정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할 전기차 운영 문제 중 하나는 바로 관용차량 운영이다.

환경부가 운영하는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정보 사이트 'ev.or.kr'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주민센터 또는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충전소 수는 1천489곳에 이른다. 이 중 대다수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완속충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벽면에 차지비 전기차 완속충전기가 설치된 수원시 금곡동 주민센터 지하. 일반 차 주차 금지 문구도 있지만, 충전기 주변에는 관용차와 민원인 차로 둘러쌓였다. (사진=지디넷코리아)

1천489곳에 이르는 주민센터 및 행정복지센터 충전기 바로 앞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제공받은 SM3 Z.E. 관용차량과 서울시 복지전용 차량 '찾동이'가 특별한 운행 일정 없이 장시간 정차된 것으로 지디넷코리아 취재결과 확인됐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전기 관용차량 운영에 대한 매뉴얼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면서, 1천489곳에 이르는 충전시설은 관용차량 때문에 유명무실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정부 스스로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 전념한 나머지 관용차량 활용 방법에 대한 대책 마련에는 소홀했다는 평가다.

■전기차 통합정책 운영 부서 부재

문재인 정부의 전기차 운영 정책의 단점 중 하나는 해당 정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부서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 확대와 전기차 산업 육성 방안 업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맡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확대와 보조금 책정 등은 환경부와 기확재정부 등에 맡고 있는 등 전기차 관련 정책 담당 부서가 여러 곳으로 나눠져 있는 상황이다.

한국전기차협회를 이끌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같은 현상이 효과적인 전기차 정책을 세우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 전기차 관련 포럼 현장에서 전기차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각 부처 직원들이 서로 처음 만나 명함을 돌리는 모습이 너무나 놀라웠다”며 “전기차 관련 정책이 서로 나눠져 있으면 소통 문제나 정책 합의에 크게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문재인 정부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쉐보레 볼트 EV,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의 전기차도 국회 본청 앞에 모였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12월 19일 송도 캠시스 본사 간담회 이후 기자와의 만남에서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벤처부 등 각 부처에서 전기차 관련 산업 육성에 대한 고유 영역을 가지고 있다”며 “어떤 한 곳을 잡고 컨트롤타워를 설립하는게 효율적인지 모르겠지만, 부처간 영역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향성은 전기차 수요 파악 실패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각 부처간 전기차에 대한 이해도가 적다 보니 전기차 국고 구매 보조금 책정에 착오가 생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전기차 국고 보조금을 기존 1천400만원에서 1천200만원으로 줄였다. 보조금 규모는 2만대 수준으로 잡았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올 초부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월 초 사전예약을 받은 코나 일렉트릭의 사전 예약 대수는 1만2천대에 이르며, 2월 사전 예약이 진행됐던 기아차 니로 EV의 사전예약대수는 27시간 만에 올 한해 국내 공급가능 대수인 5천대 수준을 넘어섰다.

신형 쉐보레 볼트 EV, 아이오닉 일렉트릭도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예약 수치를 기록했다. 심지어 테슬라 모델 S P100D, 모델 X, 재규어 I-페이스 등의 프리미엄 전기차도 출시가 예정되면서 정부 스스로 전기차 보급 대수를 너무 보수적으로 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비판 여론을 접한 정부는 지난 4월 부랴부랴 추경예산 1천190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가능대수를 기존 2만대에서 2만8천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국회 본청 앞에 등장한 테슬라 모델 S 90D (사진=지디넷코리아)

■충전방해금지법 적용 범위 구체화 마련도 과제

출범 1년째인 문재인 정부의 전기차 정책이 탄력을 받으려면 충전방해금지법의 적용 범위가 명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공포된 법안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소의 개념이 공용 뿐만 아니라 아파트와 같은 주거시설 내 충전기도 포함되는지에 대한 표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만일 충전방해금지법이 주거시설에 포함되는 경우, 일반 내연기관차량을 타는 내연기관차량 소유주의 반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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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로 수원에 위치한 한 신축 아파트의 경우, 전체 주차 가능면수는 1천50개이지만, 아파트 주민들이 직접 등록한 자동차 대수는 무려 1천500대에 이른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 아파트 내 충전소가 충전방해금지법에 포함된다면 주차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전문가들과 이용자들은 지난 2일 개막한 제주전기차엑스포 등을 통해 충전방해금지법에 대한 토론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