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도사에게도 어려운 등본 발급, 뜯어고쳤다"

[테크핀 강자 ④] 인증플랫폼 '플라이하이'

금융입력 :2018/05/08 16:24    수정: 2018/05/08 19:52

'테크핀(Techfin)'을 외치는 스타트업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처음 제안한 테크핀은 IT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금융사가 IT기술을 활용한 핀테크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지디넷코리아는 전통 금융시장에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테크핀 스타트업 강자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천송이 코트' 사기가 어렵다는 말 한 마디에 '간편 결제' 시장이 태동했다. 간편 결제 하려니 공인인증서 때문에 짜증이 난다는 국민 청원에 20년여만에 공인인증서 의무도 폐지됐다. 불편함이 조금씩 해결되는 세상이다.

그런데 회사 취업, 은행 대출 등에 필요한 서류들은 왜 이렇게 발급받기가 어려운가. 각종 액티브 엑스(Active X)를 설치하고 발급을 받더라도 프린터가 없다면? 모든 게 헛수고다.

수고로움과 번거로움을 몸소 체험한 후 증명서 발급과 출력, 제출해야 하는 과정을 줄인 곳이 있다. 문서 인증 및 보안 플랫폼 '플라이하이' 얘기다.

플라이하이의 김기영 대표는 '나처럼 컴퓨터 좀 한다는 사람도 하루 종일 걸리는 정부 민원 서류' 해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김기영 대표는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각종 서류를 떼려면 하루를 잡아야 한다. 컴퓨터를 잘 하는 사람도 이런다. 불편하더라. 도저히 못하겠다 싶어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어느 날 정부에 매달 보고를 해야 하는 데 접수 시스템 서버가 동작이 제대로 안됐다. 서류 제출을 못해서 어떡하나 싶어 전화를 걸었다. 그 쪽에서 그러더라 '문서 발급 번호만 불러달라'고.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다."

■ PC·프린터없어도 모바일로 주민등록등본 뗀다

우리는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하면 두 가지 경우를 떠올린다. PC와 프린터가 있는 곳에 가거나 무인민원증명서류발급기를 찾는다. 대중적으로 보급된 스마트폰은 빠져있다. 온라인 발급 시스템들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하지만 플라이하이가 내놓은 '옴니독'을 보면 모바일로도 손쉽게 민원 증명 서류를 떼고, 제휴돼 있는 제출 기관에 보낼 수 있다. 문서를 일일이 출력할 필요가 없다는 데서 사업이 시작됐다. 김기영 대표는 "문서는 중요하지 않고 발급번호가 필요했다. 데이터 발급번호만 있으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프린터가 없어도 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자료=플라이하이)

옴니독이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갈고 사용자 본인 인증을 한다. 인증과 동의 절차를 거친 뒤 뗀 서류는 종이로 출력되는 민원 서류와 동일한 문서 내용이 추출돼 기관에 전달된다.

김기영 대표는 "오히려 종이문서보다 변조될 위험성이 적다. 현재 제휴된 은행들이 있는데 은행 앱은 보안 정도가 좋다. 해킹으로부터 방어력이 좋다는 얘기다"면서 "조사에 따르면 종이와 스캔 과정에서 0.3%정도가 위조된다고 한다"고 설명한다. 플라이하이는 문서를 출력하지 않고도 바로 전달하기 때문에 이런 위험이 적다는 얘기다.

현재 옴니독으로 전달 가능한 문서는 25종이다. ▲민원24(주민등록등본·주민등록초본·납세증명서) ▲대법원(기본증명서·가족관계증명서·혼인관계증명서) ▲국세청(소득금액증명원·사업자등록증명원·원천징수영수증·연말정산신용카드사용내역·폐업증명서·납세증명서·부가가치과세표준증명원) ▲건강보험관리공단(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납부확인서·완납증명서) ▲국민연금관리공단(연금증서/연금수령증·연금정산용가입내역확인서·가입자가입증명서) ▲4대 사회보험(가입자가입내역확인서) ▲내보험다보여(보험가입내역정보) ▲계좌정보통합서비스(개인 전계좌 현황정보) ▲공무원연금(계정정보) ▲사학연금(계정정보) ▲자동차민원포털(자동차등록원부) 등이다.

이밖에 KB금융그룹 계열사에 들어간 신분증 진위 확인 서비스 '옴니체크'도 눈여겨볼 만 하다. 옴니체크는 촬영된 신분증이 위조됐는 지를 확인해줘, 다양한 금융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플라이하이 김기영 대표.(사진=지디넷코리아)

■ 발급 서류 늘리기만 하면 된다? 정보 의미를 알아야

민원 서류 종류를 늘리기만 하면 손님이 대폭 증가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김기영 대표는 '정보 컨설턴트' 얘기를 꺼낸다. 그는 "수많은 서류와 서류가 담고 있는 정보의 의미를 공부하고 있다. 이런 사업을 하는데 증명할 수 있는 서류는 이게 돼야 한다는 매칭을 가이드해주는 것"이라며 "기계적으로 발급만해서는 안된다. 이런 문서를 어디다 왜 쓰는지를 알아야 고객도 수긍하고 우리 서비스를 염두에 둔다"고 강조한다.

그는 최근 금융권의 화두인 중금리 대출을 거론했다. 김 대표는 "중금리 대출을 무작정 해줄 수 없다. 하더라도 부실이 터지면 안된다. 그러려면 상대방의 신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게 중요하다"며 "그렇다면 신용 한도와 세금 소득을 알아보면 된다. 결국 증빙 문서가 판단해줄 것이고 또 제출 시간이 빠르다면 더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영 대표는 '보안=불편한 것'이라는 등식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김 대표는 "보안이 꼭 갖춰야할 요소 중 하나에는 '만족스럽게 동작한다'는 게 있다. 업무와 보안이 구분이 안 되게 해야 한다. 보안이 저절로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의식하면 불편함이 생긴다"며 "은행사들이 패스워드 16자리에 특수문자를 섞고 그렇게 만든다. 하지만 누가 외우겠나"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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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이야기가 나오다보니 최근 폐지된 공인인증서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사견을 내놨다. 그는 "관심있게 보고 있는데, (결정하는) 사람들은 전문가가 아니니 다른 이슈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휴대전화 인증으로 바뀌거나 하면 결국 돈을 내야 한다. 모든 것은 언제까지나 공짜일 수는 없다. 공인인증서가 대체되면 다른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기영 대표도 새롭게 떠오른 보안 기술 '블록체인'을 눈여겨보고 있다. 김 대표는 "생활에 쓸 수 있는 블록체인은 만들고 싶다. 지금은 보안성이 딸리거나 성능이 나쁘다는 이슈를 갖고 있다"며 "공증 업무를 제대로 하는 블록체인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