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이니까 프로야구 중계가 더 재미 있네"

전문성에 맛깔난 입담...편파중계 BJ 3인을 만나다

인터넷입력 :2018/04/30 14:44    수정: 2018/05/01 23:00

특정구단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되 때론 따끔한 훈수도 곁들이는 편파중계. TV 일반 중계와 비교하면 낯설기도 하지만 독특한 재미가 있다. 중계를 하는 BJ들은 한 팀만 파기 때문에 일반 해설가보다 더 전문적이고 입담도 훨씬 맛깔난다.

BJ들은 특히 경기가 없는 월요일마다 오프라인 미팅을 갖는다. 모든 구단 BJ들이 한 데 모여서 중계에서 못 다 한 썰을 푸는 ‘야자타임’을 진행한다.

최근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프릭업스튜디오에서 이들을 만나 편파중계의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최장수 편파중계 BJ ‘캐스터안’(LG 트윈스), 창원의 제일 가는 진행자라고 자부하는 ‘이규래캐스터’(NC 다이노스), 야구 선수 출신 BJ ‘테디윤’(KT 위즈)이 그들이다.

■맛깔 나는 입담으로 구단 창단 때 캐스터 발탁

이규래캐스터(NC다이노스), 캐스터안(LG트윈스), 테디윤(KT위즈)

세 BJ의 출신과 약력은 제각각이었지만 입담과 재치로는 일당백들이었다. 이들의 노련함에 기자의 인터뷰가 순간 만담의 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프로야구 편파중계 최고참 캐스터안은 2003년 LG 트윈스가 편파중계를 국내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도입했을 당시 캐스터로 발탁돼 16년간 활동했다. 해당 시기엔 LG트윈스가 라디오 채널을 갖고 있어 2008년까지는 라디오 캐스터로 활약했다. 아프리카TV가 프로야구 중계권을 산 2009년부터는 아프리카TV로 들어와 편파중계 방송을 진행했다.

캐스터안은 “아프리카TV에서 편파중계 방송을 하면서 음악방송도 하고 있다”며 “2003년부터 계속해서 방송을 해온 것은 팬심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규래캐스터는 NC 다이노스가 2013년 공식 창단했을 때 캐스터로 지원해 합격했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던 대학 3학년 때부터 캐스터 생활을 시작했다. 구단과 손잡고 스프링트레이닝 중계를 해오다 2016년에 아프리카TV로 들어오게 된 케이스다.

테디윤의 경우 대학 야구선수 출신이었으나 부상으로 그만둔 뒤 광고회사에서 평범한 직장 생활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한 행사에서 직원 신분으로 얼떨결에 MC 진행을 맡게 돼 자신의 끼를 발견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2015년 KT 위즈가 창단 때 캐스터 모집에 지원했고 결국 구단 전속 BJ로 발탁됐다.

테디윤은 “처음에는 팀이 너무 많이 져서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고, 팬도 많이 없었다”며 “그렇지만 적은 수의 팬들과 한분 한분 정이 쌓이다보니 지금 확실히 눈에 띄게 시청자수가 많아져 뿌듯하다”고 말했다.

■"우리 팀 중계는 TV 해설위원보다 자신있다"

이규래캐스터가 28일 NC 대 두산 4차전 중계를 하는 장면(출처=아프리카TV 캡처)

이들 BJ들은 한 시즌 144경기를 모두 챙겨보다 보니 기존 TV에서 해설위원보다 깊은 이해를 가지고 정확한 평가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선수들 특징과 기록을 다 꿰고 있으며, 혹 해설위원이 말한 내용 중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촌철살인으로 파고든다.

테디윤은 “얼토당토 않는 얘기를 잘못 알고 있는 해설위원도 있는데 팬들 입장에서 그런 얘기를 들으면 당혹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며 “팀에 있어서만큼은 내가 더 전문가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어 “팬들도 그런 부분들을 지적해주면 상당히 좋아 한다”며 “TV 중계로는 방송 수위가 너무 점잖고 선비 같을 수 있는데 아프리카TV에서는 농담도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고 말했다.

이규래캐스터는 “해설위원도 사람이기 때문에 특정 팀에 치우쳐 중계할 수 있는데, 이게 아니다 싶으면 우리가 정정하고 우리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고 밝혔다.

테디윤과 이규래캐스터가 편파중계에 대한 직관적인 강점에 대해 설명했다면, 캐스터안은 편파중계 16년 역사 속에서 이제는 문화까지 형성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캐스터안은 “편파중계를 오래 하다보면 팀을 사랑하는 팬들의 성향도 알게 된다”며 “가령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싫어하는 지를 알게 돼 특정 상황에서는 어떤 멘트를 해줘야 하는지 알아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팬들이 상처받을 만한 일이 빵 터지면, 다른 팀 팬들한테 놀림감이 되는데 그때 제가 위로한다”며 “야구 기사 댓글을 보면 온통 욕하는 글 투성인데 제 방송에 들어와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겼을 때와 별풍선 많이 받을 때 가장 보람 느껴

23일 방송된 아프리카TV 프로그램 야자타임에서 각 구단의 편파중계 BJ들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출처=아프리카TV 캡처)

편파중계 방송을 진행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적이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BJ들은 “별풍선을 많이 받을 때 즐겁고, 우리 팀이 이겼을 때 보람있다”고 답했다. 특히 경기에서 이겼을 때 팬들로부터 별풍선을 많이 받는 편이라고.

캐스터안은 팬들과 같이 늙어갈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캐스터안은 “제 방송을 보다가 만나 결혼한 커플도 있고, 군대 간다고 인사하고 제대했다고 인사하러 오는 사람도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규래캐스터는 “경기가 밤 10시나 돼야 끝나는데, 이기고 끝나면 다음날 아침까지 기분이 좋다”며 “반면 지는 날에는 같이 보는 팬들조차 의견이 달라 서로 싸우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럴 때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KT위즈의 중계를 맡고 있는 테디윤은 “그동안은 무관심이 가장 힘들었다”며 “3년간 거의 혼자 놀았던 수준이었고, 악플보다 무플이 무섭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KT·NC·LG, 올해 가을 야구 예상은 조심스럽게 5~8위

테디윤, 이규래캐스터, 캐스터안

기자는 마지막으로 돌직구 질문을 한번 던져봤다. 올 가을 야구 어떻게 될 거 같나. 편파중계 BJ답게 각 팀을 비호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세 BJ는 눈치싸움이라도 벌이듯 차분한 어조로 보수적인 수준의 팀 순위를 전망했다.

테디윤은 “세 팀 다 암울한 편인데, KT 위즈의 경기들을 시작부터 끝까지 다 보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그 팀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더 냉정해질 수밖에 없고, 높게 봐도 8위”라고 말했다.

이규래캐스터는 “NC는 4년 연속 가을 야구 갔는데, 이번에는 선발투수나 뒤에 오는 투수들이 다 무너지고 있다”며 “타자, 수비력 다 안 좋다. 냉정하게 봤을 때 5강(5등)까지고, 어떤 팬들은 우승을 예정하는데 절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스터안은 올해 성적은 연연하지 않겠다며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전에 큰 변화를 겪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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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터안은 “양상문 감독이 단장으로 가고 류중일 감독이 왔는데, 이번 시즌은 디딤돌을 놓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며 “꼭 숫자로 표현해야 한다면 제 목표는 개인적으로 중간(5위), 딱 중간만 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사 순위가 그거보다 못해도 지금 너무 잘하고 있고 충분히 만족한다”며 “빠르면 다음 시즌이나 그 다음 시즌에서 순위에 대한 목표를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