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기자의 IT세상] 우리가 모르는 북한 SW기술

남북이 함께하는 IT강국 한반도를 꿈꾸며

기자수첩입력 :2018/04/30 10:18    수정: 2018/04/30 11:35

1998년 9월쯤으로 기억한다. 국내에 깜짝놀랄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북한이 우승을 했다는 것이다. 북한 SW실력에 무지했던, 북한을 한 수 아래로 봤던, 국내 관계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북한 컴퓨터 SW수준은 상당하다. 수학이 강해 패턴인식 등 일부는 우리를 능가한다. 며칠전 지디넷코리아가 주최한 북한ICT 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도 한 참석자는 "양자컴퓨터도 북한이 남한보다 뛰어나다. 세계적 과학자가 2명이나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북한 함흥컴퓨터기술대학 교수 출신인 김흥관 NK지식인연대 대표도 "블록체인기술도 일부는 북한이 더 우수하다"고 진단했다.

북한 SW 수준이 뛰어난 건 어쩌면 당연하다. 북한에서는 컴퓨터 SW 교육을 우수한 사람만 받을 수 있다. 그것도 어릴때부터 받는다. 출신성분도 우수하다. 이런 영재급 SW 교육을 북한은 30년이상 해왔다. 있는게 '몸'과 '머리'밖에 없기 때문이다. SW를 가르치는 고등교육기관도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정보센터(PIC) 등 여러 곳을 두고 있다. 1990년에는 전국컴퓨터프로그램경연대회를 처음으로 열었고, 윈도95용 한글처리프로그램 '단군'을 1996년 개발하기도 했다. '단군' 외 직접 개발한 SW가 여러개다.

북한의 우수한 SW실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CCTV SW의 상당수를 북한 개발자들이 만들었고, 중국이 해결 못한 상해교통정보시스템 에러를 북한 SW개발자들이 들어가 해결했다는 소식이다.

한때 남북 ICT 교류는 꽤 활발했다. KT가 발주한 SW개발 물량을 평양에서 개발했을 정도다. 삼성전자도 북한 개발자를 이용해 SW개발을 한 적이 있다. 북한 SW인력과 남한 기업을 전문으로 연결해주는 기업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남북 ICT 교류는 시들해졌고, 2010년 터진 천안함 사태로 남북ICT 교류는 전면 중단됐다.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는게 세상사다. 상황은 바뀌었고 다시 남북 관계에 평화무드가 찾아왔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4. 27 판문점 선언'은 경협에 관한한 우리 예상을 뛰어넘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남북이 경협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새 남북 경협안은 우리 정부가 오는 6월 발표할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담길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여러 말을 쏟아냈다. 기자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은 "역대 북남 합의서들처럼 불미스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자"는, 실천을 강조한 말이었다. IT 역시 북한에서는 모든 것이 김 위원장으로 통한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IT전문가들에게 수시로 자문을 받는 등 IT지식도 해박하다고 한다.

남북은 한때 개성공단에 대규모 남북 SW개발단지를 조성하려 한 적이 있다. 저임금의 뛰어난 북한 SW인력과 남한의 기술과 자본이 합쳐지면 큰 파괴력을 가져 올 수 있다. 남북 ICT 교류는 북한경제 활성화로 이어져 '통일 한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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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남북 ICT 교류가 해커 양성 등 북한 정권 공고화에 악용된다고 우려한다. 너무 '나간' 생각이다. 북한은 이미 ICBM 미사일을 만들었고, 우리 도움없이도 해커 수천명을 보유한 세계적 해커국가다. 오히려 남북 ICT 교류로 이들 '악성 해커'들을 '좋은 개발자'로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판문점 선언이 나온지 사흘째지만 가슴은 여전히 벅차다. 이제 '가슴'은 뒤로 미루고 지혜를 모으자. 그리고 만들어내자. 남북이 참여한 세계가 부러워하는 IT강국 한반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