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댓글조작, 아웃링크·실명제가 진짜 답일까?

“정치권, 일부 언론 여론몰이 휘둘리지 말아야”

기자수첩입력 :2018/04/25 15:49    수정: 2018/04/25 15:50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네이버 댓글정책에 대한 정치권과 일부 언론들의 비판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네이버 내에서 노출(인링크)되던 뉴스를 해당 언론사 페이지를 통해 노출(아웃링크)되도록 바꾸라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보수 언론과 야당에서의 이 같은 목소리를 더 크게 내는 분위기다.

덩달아 평소 국내 포털에 대한 공정성에 의문을 품던 대중들도 뉴스 직접 서비스 중단과 인터넷 실명제 도입 등을 주장하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25일 분당 네이버 사옥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네이버 수사를 촉구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 여론을 어지럽힌 드루킹에 대한 분노가 특정 사업자에게 과도하게 쏠리는 느낌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개선된 댓글정책을 내놨음에도 완전한 해결책이 못된다며 분노에 가까운 열변을 토하고 있다.

[☞관련기사 보기: 네이버, 1인당 한 기사 댓글 3개로 제한]

[☞관련기사 보기: 카카오 "댓글도배하면 24시간 댓글 금지"]

그렇다면 정치권과 일부 언론, 또 적지 않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요구하는 뉴스 아웃링크 전환이 댓글조작 문제를 완벽히 해소하는 정답일까? 또 네이버나 다음이 댓글창을 아예 없애는 것으로 이 문제가 잠잠해질까?

결론적으로 현재 외부에서 댓글조작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방법들도 댓글조작 이슈를 깨끗이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단기적으로 볼 때 네이버, 다음에서 이뤄지던 댓글공작, 여론몰이가 사라질 순 있겠으나, 여론의 표출은 또 어디선가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그 공간이 A에서 B로 옮겨질 뿐, 인터넷 공간에서의 집단적인 행동과 인위적인 행위 자체를 막는 길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관련기사 보기: "모든 매크로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은 없다”]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 장면(사진=뉴스1)

사용자 관점에서 네이버나 다음에서 바로 보던 뉴스를 개별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해 보는 것을 대다수 이용자들이 환영할까도 생각해볼 일이다.

일각에선 네이버를 가리켜 ‘가두리 양식장’이라 폄하하지만, 사용자 관점에서 보면 한 곳에서 이슈를 파악하고 내가 보고 싶은 뉴스를 쉽고 빠르게 보는 것이 편리할 수 있다. 결제를 위해 여러 창을 띄우지 않고 한 번 등록한 비밀번호로 결제가 이뤄지는 간편결제가 탄생하고, 애용되는 이유와 같은 이치다. 사용자의 시간과 수고를 덜어준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 있다.

경우에 따라 지연되고, 광고도 많은, 더구나 특정 이념에 기울어진 언론사 사이트에 가서 뉴스를 보고 싶은 사용자가 냉정히 얼마나 될까.

아웃링크는 또 다시 조·중·동, 일부 유력 방송사 중심의 뉴스 생태계가 더욱 굳혀지는 계기가 돼, 결국 뉴스 독자들은 편향된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특정 유력 언론사들이 운영하는 댓글 창에는 언론사 입맛에 맞는 댓글만 남고, 반대되는 댓글은 악플로 간주될 우려도 크다. 더욱 기울어진 댓글들만 남아 마치 이게 여론인양 인식될 문제는 없을까?

열악한 사이트의 경우 보안에 취약하거나, 접속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2012년 위헌 결론이 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본인 신분이 노출되면 댓글조작이나 악플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논리다.

이는 한편으로 옳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결정이다. 의도한 대로 댓글조작이나 악플이 일부 줄어도, 결국 대다수 시민들의 입을 스스로 막겠다는 뜻과 같기 때문이다. 혹시 취업할 때나 기득권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스스로 검열하게 되고, 자기 목소리를 낮추는 결과가 가져올 장기적인 부작용을 너무 간과한 거 아닌가 싶다.

이는 본인 댓글 이력 노출이나, 평판을 중시하면서도 개인 정보가 더 많이 담긴 소셜로그인 방식 등 방법을 달리하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가 어렵게 쟁취한 표현의 자유까지 내놓을 필요가 없어 보인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규모 해킹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큰 기업들도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보안기술을 높이지만 더 지능화된 해킹 수법으로 뚫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에 보안 업계에서는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비유한다.

해킹에 따른 보안 이슈처럼 댓글 조작도 묘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조작 시도에 대한 기술적 대응이 쫓고 쫓기는 싸움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댓글조작 이슈도 마찬가지다. 사실 뾰족한 수는 없다. 막고 뚫리고, 또 다시 막는 과정의 반복이다. 가짜뉴스, 인위적인 여론 조작에도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시민 의식과 정치에 대한 일상적 관심을 교육 등을 통해 높이는 것이 결국 해결책일 수밖에 없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터넷에 올라온 게시물 중 뭐가 정보가 뭐가 광고인지 구분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딱 봐도 광고라는 걸 알아채는 것처럼 시민들의 눈높이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대다수 시민들이 가짜 댓글에 콧방귀 낄 수 있는 수준이라면 댓글조작이 왜 필요하겠는가.

물론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여론의 광장을 운영하고 있는 포털사들도 보다 책임감을 갖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댓글조작 이슈도 관심과 의지가 컸다면 이상 징후를 얼마든지 포착하고, 이에 대한 진화된 기술적·정책적 대안들을 더 빨리 내놓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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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얼마나 많은 댓글공작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지, 이를 얼마나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더욱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을 대중들이 인식할 수 있게끔 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끝으로 드루킹 사태로 불거진 댓글조작 이슈에서 여러 방법들이 난무하지만, 이것들이 정말 사용자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여론을 악용한 기득권층의 불순한 의도에 기인한 것인지 냉정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