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디지털화폐...한·중·일, 미묘한 입장차

한·일 "당분간 계획 없다" vs 중국 "염두에 두고 있다"

금융입력 :2018/04/18 11:33    수정: 2018/04/18 14:20

최근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법정 디지털화폐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발행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고 있다.

기술 트렌드와 그로 인한 장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중·일 중앙은행도 디지털 화폐 발행에 대해 진지하게 고심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디지털 화폐 발행을 가정하고, 법리상 불거질 수 있는 문제 등을 담은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일본은 지난 2016년 유럽중앙은행과 파트너십을 맺고 '프로젝트 스텔라' 라는 분산 원장 기술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중국인민은행 지난 2014년부터 관련 부서를 만들고 디지털 화폐 발행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3국 모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되 현재 입장은 약간씩 다르다.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장래에 디지털화폐 발행 계획이 없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한국은행은 "가까운 장래에 발행 계획이 없으며, 이번 연구보고서가 디지털 발행을 가정한 것일 뿐"이라고 진지하게 설명했다.

일본중앙은행의 아마미먀 마사요시 부총재도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소비자를 위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나라는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면, 중앙은행과 민간은행으로 구분된 현재의 금융시스템이 일원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자칫 큰 사고라도 난다면 국가 경제 전체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미야 부총재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일반 용도로 발행하는 것은 가계와 기업이 중앙은행에 직접 계좌를 개설하는 것과 유사하다"며 "이는 2단계 통화 시스템과 민간은행의 금융중개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P2P방식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경우 중개 은행(민간은행)의 역할이 미미해진다는 점을 우려한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화폐를 발행하면, 중개 은행서 개인 및 기업 간 결제가 이뤄진다.

이와 달리 P2P방식으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면 중개 은행의 일이 없어진다. 결국 중앙은행을 통해 개인이 직접 거래하는 형식이 되는 셈이다. 중개 은행의 역할이 사라지면 건전성이 취약해지고 금융 시스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윤성관 전자금융조사팀장은 "P2P방식도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큰 은행이 중앙은행을 돕는 '허가된 블록체인' 방식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허가없는 블록체인' 방식"이라며 "허가된 블록체인 방식을 적용하는 것 등을 연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두 나라는 그러나 다른 분야에서 디지털화폐 발행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일본이 유럽중앙은행과 공동 연구하는 과제는 분산 원장 기술을 금융 시장 인프라에 적용할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중국인민은행. (사진=췐징왕)

스웨덴중앙은행처럼 소매금융(리테일)에 디지털 화폐를 적용하기 보다 정부 및 당국 간 결제 분야에 디지털 화폐를 이용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윤성관 팀장은 "소매금융보다는 도매(Wholesale) 분야 적용를 두고 조사 중에 있다"며 "국가 간 외화 송금이나 증권 결제 부문 등인데, 국내는 증권 지급결제망이 잘 갖춰진 형태이기 때문에 디지털화폐 발행이 현 시스템보다 아주 뛰어나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입장은 두 나라와 사뭇 다르다.

중국인민은행 올초부터 "실물을 대신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 발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일부 관계자들은 중국인민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은 분산 원장 기술과는 다른 방향으로 결론을 맺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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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민은행이 중앙집권 형태로 전자 화폐를 발행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인민은행도 지난 3월 분산 원장 기술보다는 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중앙집중적 형태를 고려 중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