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는 왜 중국에서 '기타 브랜드'가 됐나

노트7 파동에 사드 직격탄...포지셔닝 문제도

홈&모바일입력 :2018/04/18 10:34    수정: 2018/04/19 09:03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퇴출 기로에 선 삼성전자에 대한 현지 언론의 '실패 원인'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중국에서 선두를 달렸으나 이제 '기타 브랜드'로 분류되고 있다. 올해가 '운명의 해'가 될 전망이다.

최근 중국 여러 언론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중국 시장 부진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 언론 핑웨스트는 최근 "왕년에 애플의 유일한 적수였던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이미 완전히 망했다"는 제하 기사를 통해 삼성이 중국에서 밀려나는 수순에 있다고 보도했다.

'노트7 폭발'과 '사드'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가운데, 시장 점유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현지 '소비자 만족 대비 높은 가격'이라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노트7'으로 잃은 민심에 '사드' 폭탄 떨어지다

삼성전자의 하락은 이미 수 년간 이어져 왔다.

핑웨스트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2%에 달했다"며 "2013년과 2014년 삼성전자의 중국 판매량은 각각 5천894만대와 5천280만대로 당시 2위였던 애플을 큰 차이로 따돌린 바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브랜드의 판매량이 폭증하면서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판매량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5년과 2016년 삼성전자 판매량은 각각 2천902만대와 2천243만 대에 그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괜찮은 편이었다. 판매량이 반토막 났지만 중국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10%를 유지했고 '갤럭시'와 '노트'의 명성도 유지됐다.

결정타는 2016년 '노트7' 폭발 사건으로 시작됐다. 글로벌 1차 리콜 조치를 실시하면서 중국을 제외한 것이 중국 소비자로부터 공분을 샀다.

중국 언론 차이나타임스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시장의 유통과 조직 구조 개편을 통해 중국 시장 쇄신을 꽤했지만 노트7이 남긴 부정적인 영향으로 인해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불거진 '사드' 논란은 삼성에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3.1%에 그쳤으며, 2분기 2.7%, 3분기 2%에 이어 4분기에는 1%대까지 지속적으로 급락했다. 마침내 올해는 0% 대라는 치욕적인 숫자를 봐야 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노트7 폭발 원인을 설명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ZD넷코리아)

■근본적 원인...'가격 대비 제품 매력 예전 같지 않아'

이 가운데 여러 중국 언론은 삼성전자의 '내리막'이 현재진행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갤럭시S8의 경우 전체 출하량 2천만대 중 중국에서 고작 30만 대가 팔렸을 뿐이다. 노트8의 경우에도 10만 대를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신작도 분위기를 크게 바꾸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핑웨스트에 따르면 갤럭시S9의 경우 징둥 온라인 직영 매장 예약 구매량이 2000개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더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제품의 경쟁력' 이란 평가가 나온다.

차이나타임스는 "상품 포지셔닝 문제가 삼성전자 점유율 하락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는 하이엔드 영역에서 애플과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흡입력 있는 '셀링 포인트'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중급에서는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산 브랜드의 '가성비'에 밀린다"는 것이다.

또 다른 언론 프롬긱도 "중국 소비자들이 이제 과거와 달리 갤럭시 가격을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같은 가격이면 아이폰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급 기기로는 화웨이나 샤오미의 제품이 가성비가 더 좋다고 느끼는 경향이 짙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 99IT닷컴도 "공식적으로 중국 인력 구조를 개편하고 바이두·알리바바와 협력하는 동시에 빅스비 중문판도 내놨지만 효과는 잠시일 뿐"이라며 "삼성전자의 휴대전화가 어떤 모델로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을 지가 진짜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핑웨스트는 "삼성전자가 비록 세계 시장에서 아직 애플의 적수일지 모르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이미 완전히 '끝장났다'"며 "데이터로 봤을 때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는 이미 중국의 '명단'에서 사라졌으며 '기타 브랜드'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 남은 것은 '브랜드 가치'

그러나 삼성에게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삼성과 갤럭시의 브랜드 가치는 높은 편이고 제품 포지셔닝을 잘 한다면 재기할 수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게 제기되는 것.

소후닷컴은 최근 "아직 많은 사람들이 삼성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란 제하 기사에서 삼성의 브랜드 경쟁력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엔드 제품 이미지와 함께 안드로이드 고급 기종으로서 지위도 부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기업이 아직까지는 삼성전자의 브랜드 경쟁력을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소후닷컴은 "아직 삼성 휴대전화를 선택하는 이들은 아마 이러한 브랜드 가치를 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높은 기술력과 이익 실현 능력 역시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프롬긱은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에서 하락하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아직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며 "아직 많은 핵심 기술력을 갖고 있으며 이익 방면에서 중국 스마트폰을 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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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역시 소비자들의 떠난 마음을 어떻게 되돌릴 것인지다.

소후닷컴은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를 고를 100개의 이유가 있다고 해도 일부 사람들은 1개의 이유 만으로 선택을 포기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소비자들의 선택은 자유"라고 설명했다. 기술력과 브랜드를 토대로 소비자의 마음을 확실히 끌어당길 만한 '제품 혁신과 정확한 포지셔닝'이 삼성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