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은행원 "주 52시간 근무?…웃기지마!"

[르포] "시간 외 근무수당이나 제대로 주세요"

금융입력 :2018/04/05 15:05    수정: 2018/04/06 09:03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오는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된다. 은행은 주52시간 근무를 당분간 하지 않아도 되는 특례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이 근무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일부 시중은행과 은행연합회 등은 이미 은행은 다양한 근무 형태를 적용, 주 40~50시간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5일 취재한 결과 은행 일선 현장 직원들의 주장은 달랐다.

정규 근무 시간인 40시간을 제외하고 야근, 주말 근무를 12시간만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는 데다 시간 외 근무 수당도 제대로 지급치 않는다고 토로한다.

5일 일부 시중은행 지점 근무자들을 만나본 결과 시간 외 근무 수당에 꼼수를 부리는 곳들이 더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시내 KEB하나은행 신축 본점 전경.(사진=KEB하나은행)

KEB하나은행 영업점에서 여신을 담당하고 있는 A씨는 "일단 출근 시간은 9시라고 되어 있지만, 아침 미팅을 잡아 일찍 출근하게 한다"고 전했다.

A씨는 "시간 외 근무 수당도 지점장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야근을 하고도 돈을 못받는 경우가 많다"며 "지점장은 본부장과 본점에서 시간 외 근무 수당 지급 비율을 정해놨다며 어쩔 수 없다고 답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일부 지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개인이 매월 신청할 수 있는 시간 외 근무 수당은 20시간으로 한정되어 있고, 영업점의 지점장들이 이를 승인해 주지 않는다는 것.

신한은행 직원 B씨는 "시간 외 근무 수당 승인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핵심성과지표(KPI)에 시간 외 근무 수당 등을 반영해 신청조차 엄두를 내지 못한 사례도 봤다"며 "몇몇 지점장들은 시간 외 근무 수당을 많이 결제에 올리면 인사상에 불이익이 있다고 은근슬쩍 눈치를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KPI는 지점 및 지역의 성과를 계량화해 평가하는 제도인데, 이 직원 말에 따르면 비용 부분에 시간 외 수당이 포함돼 있다. 시간 외 수당을 모두 승인받으면 비용이 상승, 결국 성과가 하락하게 되는 셈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 개인이 매월 신청할 수 있는 시간외 근무 수당의 제한은 따로 없으며, 지점장 승인 절차없이 신청시 바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또 두 은행들이 시간 외 근무 수당을 신청할 수 있는 시간을 정규 퇴근 시간인 오후 6시가 아닌 저녁 7시로 규정했다.

KB국민은행은 작년 10월 시간 외 근무 제도를 개편했다. 편법 운영이 KB국민은행 노동조합으로부터 다수 발각됐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역시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시간 외 근무 수당을 등록해도 강제적으로 반려해왔다.

지난해부터 KB국민은행은 초과 근무 시간에 따라 시간 외 근무 제도 1과 시간 외 근무 제도 2를 시행 중이다. 시간 외 근무 1은 오전 9~오후 6시 이전과 이후에 적용되는데 이 시간에 근무하게 되면 시간 외 근무 수당을 지급한다.

시간 외 근무 2는 저녁 7시 이후의 야근에 대한 수당이다. 현금으로 시간 외 근무분을 계산할 수도 있으며, 초과 근무 시간을 적립해 휴가처럼 사용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노조 측은 "시간 외 근무 제도를 개편한 이후에도 편법 사례는 없는지를 살피기 위해 기습적으로 전국 영업점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공항과 병원에 은행 점포가 있을 경우 주말 근무가 필수적이라, 주 52시간 근무와 시간 외 근무 수당에 대한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현장 직원들의 얘기다.

그러나 은행들은 '워라밸(Work life balance)'에 별 문제가 없다고 얘기한다. 오후 6시가 되면 자동으로 컴퓨터를 꺼 업무를 종료시키는 'PC오프(셧다운)제'를 운영 중이며 사무실이 아닌 집이나 기타 장소에서 근무할 수 있는 '스마트 근무' 등을 운영 중이라는 항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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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관계자들은 "시간 외 근무 수당 지급보다는 퇴근 시간을 앞당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야근을 줄일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퇴근 시간이 빨라진 것으로 집계됐으며, 문제가 있는 곳은 일부 지점의 얘기이며 전체 지점과 본점에 해당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