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아이디어→아이템화 위한 3가지 조건

[김형민의 창업공학⑤] 새 시장창출 등 고려 필요

전문가 칼럼입력 :2018/04/05 14:10    수정: 2018/04/12 09:47

김형민 비원플러스 대표이사
김형민 비원플러스 대표이사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정의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인간과 기계의 융합’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다.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1차 산업혁명과 19세기 전기, 대량 생산이 본격화 되는 2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고전적으로 제조업 기반의 경제활동을 하던 시기이다.

1969년 인터넷과 컴퓨터를 통해 3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지식산업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앞날을 더 이상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무의미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만으로도 얼마든지 글로벌한 기업으로 성장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아이디어 = 사업’ 이라는 등식이 성립될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사업이 가능하다는 말이 곧 아이디어 자체만을 가지고 당장 사업화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좋은 창업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업화 하기까지는 대단히 많은 준비와 점검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림 1) 아이디어, 아이템 그리고 사업화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창업관련 국가지원사업이나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그리고 상당수의 강의 수강생들을 통하여 경험해 본 바로는 창업을 준비하는 많은 분들의 아이디어 자체는 크게 다르지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즉, 사람들의 아이디어라고 하는 것이 대동소이해서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아이디어를 아직은 경험해 보지 못했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들은 일반적으로 생활 속에서 겪은 불편함을 해소하는 차원의 아이디어, 기존의 제품들을 개선하는 아이디어, 여러 제품들을 조합하고 융합하는 아이디어, 심지어 전문가들 조차도 본인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아이디어들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아이디어들이 있지만 그 중 대부분은 이러저러한 연유로 창업까지 이어지지 못한다. “저 사업 아이디어 원래 내가 생각했던 건데” 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원래’라는 말에도 선뜻 동의를 하기 어렵지만 무엇보다도 본인이 ‘실행’을 하지 못했기에 생겨난 현상이다.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실행’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다. 더군다나 한번도 창업을 경험해 보지 못한 창업자라면 아이디어를 어디서 어떻게 사업화해야 하는지 알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이템화’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이디어 자체만으로는 매우 추상적이고 그 실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를 검증하고 실체화 시키는 단계가 필요한데 이 과정이 바로 ‘아이템화’ 과정이다. ‘아이템화’ 하는 과정은 창업을 준비하는 기간이며, 이 기간이 대단히 중요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아이디어를 사업화 하였을 경우 성공이나 실패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치기 때문이다.

아이템화는 조사하고 검증하여 실체를 만들어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첫째로 시장, 경쟁사, 고객이 필요로 하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초기 창업 기업들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시장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둘째로 아이디어를 실제 구현 할 수 있는지, 법과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검증하여야 한다. 셋째로 시제품이나 베타버전을 만들 때 유용할 수 있는 자금 내에서 가능한지, 실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심 가치를 기업 내에 보유할 수 있는지, 지적재산권 확보가 가능한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림 2) 아이템화 단계에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사항

아이템화 과정에서 반드시 점검해 보아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아이템인가?

2. 아이템이 고객의 성향이나 습관을 바꾸게 하는 것인가?

3. 사업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어떤 가정(假定)이 존재하는가?

첫째, 작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것은 무척 버거운 일이다. 못할 것도 없겠지만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비용이 상상이상으로 많이 들어간다. 바람직하지는 않다.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사업은 대기업에게 적당한 아이템이다.

둘째, 고객의 생활 습관이나 성향을 바꾸어야 하는 아이템이라면, 이것 역시 사업화 하기에 만만하지 않다. 고객은 오래된 습관이나 성향을 변경해 가면서까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불편함(오랜 습관을 변경하는 데에서 기인하는)을 감수할 만큼의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그만한 가치를 제공하려면, 작은 스타트업에게는 이 또한 매우 고단한 일이다.

셋째,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이러저러한 가정을 고려해야 한다면 이 가정들을 제거한(최소한 제거할 만한 상당한 준비를 한) 후에 시작하는 맞겠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만든 앱을 많은 사용자들이 다운로드 받는다면 광고료를 받는 수익모델로 연결이 가능하고”라는 가정을 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많은 사용자들을 다운로드 받게 하는 것이 사업 성공의 핵심 포인트다. 그런데 사업의 가장 핵심부분을 블랙박스처럼 가정으로 블랭크(blank)처리를 해 버리면 이 사업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된다. 사업의 핵심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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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를 아이템화하고 그 과정 중에서 자본금을 마련하고 더 나아가 좋은 팀빌딩을 하였다면 이제부터 냉엄한 현실로 발을 내 딛는 사업의 시작이다. 창업을 통하여 창업자가 얻고자 하는 바는 창업자의 경영 철학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그래도 ‘매출을 통한 이익 실현’이 우선 되어야 한다. 사업이 예상하고 계획한 대로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순간순간 냉철한 판단을 필요로 하며, 위기를 대처하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필연적이다. 어쩌면 애초 준비한 아이템을 변경하는 사업의 피봇(pivot)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 ‘미래’의 일이다. ‘지금’의 아이템화를 충실히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업을 잘 영위할 수 있는 체력이 길러진다.

나는 임금 근로자로 생활하는 분들이 일반적으로 창업을 고려할 경우에 3년 이상의 창업 준비기간을 가지라고 얘기한다. 3년이 생각보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처음 일년은 인터넷을 통한 구글링을 하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기간이다. 그 다음 일년은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조금 더 깊은 단계의 트랜드 분석을 해 보고, 그 분야와 관련 된 창업교육을 받아야 한다. 마지막 일년은 철저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보고 전략을 수립하며 필요한 자본금을 최종적으로 준비하는 기간이다. 아이디어 창업의 경우에는 이 보다 창업 준비기간이 조금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찬히 준비하는 것이 해로울 리는 없다. 시기에 민감한 아이디어가 있어서 때를 놓칠까 조급해 하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 아이디어만이 좋아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아이템화 한 창업자가 사업을 잘 했기에 성공하기 때문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형민 비원플러스 대표 / 창업공학 전문가

現, 비원플러스 대표이사. 現, 명지대학교 인문교양학부 객원교수 現, 중소벤처기업부 창업패키지도약사업 평가위원 現,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중소기업기술개발지원사업 평가위원 現, 과학기술부 엑셀러레이팅연계지원사업 멘토 現, 창업진흥원 1인창조비즈센터 전문가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