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교육 의무화, 시수 부족이 더 큰 문제"

[특별좌담] "정보과목 교사들, 날마다 메뚜기 신세"

컴퓨팅입력 :2018/03/28 10:51    수정: 2018/03/28 11:55

올해부터 중고등학교에서 소프트웨어(SW) 교육이 의무화됐다. 중학교 신입생은 ‘정보’ 과목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3년간 최소 34시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어느 학년에 과목을 편성하느냐에 따라 적용 시기는 달라진다. 1학년에 편성하면 올해부터, 2학년에 편성하면 내년부터 적용된다.

중학교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도 올해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이 기존 심화선택에서 일반선택으로 전환된다. 초등학교는 5·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SW 의무화 교육이 적용된다.

중등(중고)학교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를 맞아 지디넷코리아는 SW교육이 왜 필요한지, 현장에서 문제점은 없는 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6일 국회에서 ‘중등학교 소프트웨어 교육,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지디넷코리아가 주최한 ‘중등학교 소프트웨어 교육, 이대로 좋은가' 좌담회가 26일 국회에서 열렸다.

좌담회에는 자체 1호 법안으로 소프트웨어교육지원법안을 발의한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과 노경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정책관(국장), 서인순 오산정보고등학교 교사(전국중등정보컴퓨터교사연합회장), 이현아 세종도담중학교 교사, 배정이 경기함현중학교 교사, 양재명 한국교육학술정보원( KERIS) 정보교육부장 등이 참석했다. 사회는 지디넷 코리아 방은주 솔루션 팀장이 맡았다.

최소 34시간으로 규정한 건 문제...시간 너무 적어 아쉬워

먼저, 현재 중등 SW교육 필수화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패널들은 모든 중학생이 SW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아졌지만, 34시간이라는 최소시간을 규정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입을 모았다.

과기정통부 노경원 국장은 “정보 과목이 선택 사항 일 때 68시간 이상 수업하던 학교들이 최소 34시간으로 의무화되면서 이에 맞춰 오히려 교육시간을 줄인 경우가 있다”며 “모든 학생에게 맛보기 하는 건 좋지만 최소 시간만 맞추면서 오히려 깊이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소프트웨어 교육 시간을 34시간 이상으로 채택한 학교는 84%에 달한다. 68시간 이상은 13%에 그쳤다. 34시간은 1주에 1시간씩 1년간 수업했을 때 채워지는 시간이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오산정보고 서인순 교사는 “34시간 이상이라고 돼 있지만, 학교에서는 34시간만 하는 거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34시간이라는 문구를 빼든지 아니면 최소 68시간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에 행사가 생기면 이 시간이 더 줄어들 수 있다”며 “34시간은 미래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시간으로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KERIS 양재명 정보교육부장도 이런 우려에 공감하면서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개정 교육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로 해 교육이 모든 학교로 확장된 데에 의미가 있다”며 “이제 시작이라 앞으로 점차 시수는 확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경원 과기정통부 SW정책관

■교과서 총 16종...문제해결과 프로그래밍 내용 크게 늘어

이어 지금 소프트웨어 교육이 왜 필요하고, 소프트웨어 교육은 무얼 가르치는지 의견을 나눴다. 자유한국당 송희경 국회의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하드웨어로만 해결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가 답이 되는 사회가 됐다”고 말하며 “소프트웨어 교육이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노 국장은 “우리가 모두 과학자나 수학자가 되려고 과학, 수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듯 소프트웨어도 모두 개발자가 되기 위해 배우는 게 아니다”며 “일상생활 모든 것이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돌아가는 사회이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사는 시민으로서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 부장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이번 중등 정보 교과서도 ‘문제해결 능력’에 중점을 둬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중등학교 SW의무화에 맞춰 이번에 채택된 정보 교과서는 총 16종이다. 작년 1월부터 심사해 9월에 최종 확정됐다. 16종 정보 교과서 내용은 대부분 ▲정보문화 ▲자료와 정보 ▲문제 해결과 프로그래밍 ▲컴퓨팅 시스템 등 4가지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이전 교과서와 달라진 점은 ‘문제해결과 프로그래밍’영역 비중이 대폭 확대됐다는 점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네 개 영역이 모두 비슷한 비중이었던 반면, 이번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문제해결과 프로그래밍’영역이 50%로 늘어났다.

경기함현중학교 배정이 교사도 실제 교육 현장에서도 문제해결 프로그램을 40% 이상으로 구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정보 교과를 68시간 이상 하는 학교에서 가능하다며 34시간으로 줄어들었을 때는 문제해결 프로그램 활동이 축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원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시수가 문제...시수 늘려야

좌담회에서 가장 논란이 뜨거웠던 부분은 교육 시간, 즉 교육 시수였다. 패널들은 모두 내실있는 교육을 위해서는 시수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교원 수 부족 문제도 근본 원인은 교원 수 자체가 아니라 시수확대라고 지적했다.

세종도담중학교 이현아 교사는 “정보 과목 시수가 적다 보니 정보 선생님들이 날마다 출근학교가 달라 메뚜기가 된다”며 “시수 부족으로 정보 교사가 학교 내에 있지 않게 되면 학교 동아리 수업과 같은 연계 활동은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이어 “교사 수에 급급해 다른 교과를 맡고 있는 선생님에게 정보를 가르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시간이 걸려도 전문교사를 채용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 교사 비율만 얘기하는 일부 시각에 우려를 제기했다.

양재명 KERIS 정보교육부장

배 교사도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교원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시수가 부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보화 교사가 몇 명이나 되느냐가 아니라 한 학교에서 순전히 정보를 몇 시간 가르치는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국장도 이수 시간을 늘려줘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이어 그는 “시수를 늘리지 않고 현 시스템에서 교사를 늘리는 것은 제약이 많다”며 “시수를 늘리면 교사 문제는 자동으로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이수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필수교육에 대한 근거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수시간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로 “정치권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왜 필요한지 합의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 부장도 “시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확대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인순 오산정보고 교사.

선생님들 "문제 해결식 수업하고 있어"...일각의 '코딩 우려' 씻어

송 의원은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코딩은 무엇이다’와 같은 개념 설명에 그쳐서는 안된다"며 교육 내용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이 교사도 교육 방법 중요성에 공감했다. 이 교사는 “핵심 내용을 미리 알려주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과 같은 참여 수업을 하다 보니 학생들이 고민도 하고 협업도 한다”며 “예전에는 정보화 수업을 마냥 컴퓨터 놀이 시간으로만 인식했다면, 이제는 생각할 거리가 있는 재밌는 수업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이어 “2015 교육과정에 자료 분석, 공유하는 부분을 실생활과 연계시켜 그걸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들어가니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배정이 경기함현중학교 교사.

배 교사도 “선도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육만족도 조사를 했었는데 아이들이 문제해결 능력과 스크래치가 재미있었다는 서술형 댓글이 많았다”고 말했다. 스크래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도구 중 하나로 초, 중학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배 교사는 “지역사회 문제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해 가르치고 있다”며 “딱딱하고 필기하는 수업이 아니라 생각하고 토론하는 수업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프트웨어 교육 인프라를 두고는 아쉬움이 있었다. 배 교사는 지금의 컴퓨터실 환경이 예전 전산실 풍경이랑 똑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컴퓨터 사양은 기본적으로는 이미 갖춰져 있다고 본다. 하지만 컴퓨터실 구성환경이 협력이 가능한 무선망을 갖춘 교육 환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직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의원도 “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해서는 와이파이와 같은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며 “아이들 교육에는 정부가 예산을 아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프라가 도시에 집중돼 있어 낙후 지역은 계속 낙후되어 있는데 이런 부분을 남겨두면 교육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현아 세종도담중학교 교사.

소프트웨어 교육 성공하려면 인식 전환과 초·중·고 연계 필요

패널들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식 전환과 교육 연계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서 교사는 "소프트웨어 교육 전체 플랫폼이 나와서 그걸 가지고 초·중·고·대학교를 잇는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책적으로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노 국장은 "초등학교에 정보 교과목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보 교육 전문성도 높일 수 있고, 전담교사 시수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학년에서만 교육받고 끝나는 것이 아닌 1,2,3학년이 계속 이어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타 교과와 연계해 문제해결을 하는 데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교육이 보편적으로 퍼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양 부장도 "소프트웨어는 정보 과목에서만 이용되는 게 아니라 다른 교과 선생님들도 필요하면 가져다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돼야 한다"며 의견을 같이했다.

이 교사는 "실제 현장에서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교과가 많아졌다"며 소프트웨어가 생활과 밀접할 수밖에 없다는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프트웨어 교육이 내 밥그릇을 뺏어간다'는 인식만 바뀌면 융합 교육 측면에서 여러 교과 선생님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다"며 "이러한 인식을 바꿀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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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교사는 "꼭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인력을 키워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편교육이 단단해져야 하고,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을 키워내기 위한 심화 교육 과정은 따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송 의원은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에게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하는 것"이라며 동기 부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