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자율주행의 미래와 과제 안겨준 '싼타페 TM'

6분14초간 스스로 운전, 차선변경 차량은 잘 감지 못해

카테크입력 :2018/03/23 16:57    수정: 2018/03/23 17:06

이번주 자율주행차 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우버 자율주행차 사망 사고였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많은 자율주행차 사고를 접해 들었지만, 차도를 지나가는 행인을 치고 사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우버는 이번 보행자 사망 사고로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 등 주요 지역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을 잠정 중단했고, 토요타도 미국 내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을 잠시 멈추기로 결정했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자율주행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자율주행차가 우리 삶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아니면 자율주행차는 아직까지 현재 시대 도로에서 다니기엔 무리가 있을까.

이번 우버 자율주행차 사고에 동원됐던 차량은 볼보가 제작한 플래그십 SUV ‘XC90'이다. 지디넷코리아는 XC90과 비슷한 성격의 차량인 현대차 싼타페 TM 2.0 가솔린 터보를 2박3일간 시승하면서, 반자율주행 기능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HDA)'을 써봤다.

싼타페 TM 2.0 가솔린 터보 (사진=지디넷코리아)
신형 싼타페 2.0 가솔린 터보 뒷모습 (사진=지디넷코리아)

■기존 HDA보다 스스로 주행하는 시간 늘어나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은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연동된다. 말 그대로 내비게이션이 자동차의 위치를 고속도로로 인지하면 활용 가능한 구조다. 일반 도로에서는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을 쓸 수 없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은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설정 속도보다 느리게 주행할 수 있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량의 차선 내 이탈 방지를 위해 스티어링 휠을 조절하는 차로 이탈방지 보조 시스템, 운전자의 주행 패턴을 분석해 휴식을 유도하는 ‘운전자 주의 경고’ 등이 복합적으로 활용된다.

차선 내 앞차와 보행자를 감지하는 싼타페 TM의 레이더 센서는 라디에이터 그릴 아래쪽에 위치했다. 차선 인식에 꼭 필요한 카메라는 윈드쉴드 위쪽 가운데에 자리잡았고, 차량 주변에는 주차시 충돌 방지를 위한 센서와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용 센서 등이 위치했다.

시승 첫 날인 21일에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눈이 내렸다. 시승 코스로 정한 인천공항 고속도로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고속도로는 동서쪽으로 강한 바람이 불어 차량이 좌우로 살짝 흔들리는 기상 조건이었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싼타페 TM HDA가 얼마나 잘 작동되는지 살펴봤다.

인천대교 고속도로에서 HDA 모드 실행시 수 차례 ‘핸들을 잡으세요’ 메시지가 울렸지만, 싼타페 TM은 이 경고를 수 차례 띄워놓아도 기능 해제 없이 스스로 주행을 이어갔다. ‘핸들을 잡으세요’ 경고를 띄워도 주변 차선과 도로 상태 등이 차량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되면 자동 주행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 측 설명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제네시스 G70 HDA 모드 주행시, 최대 3분 가량 운전자 개입없이 운전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때에 따라서 5분 이상도 주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G70 출시 때 나왔다.

이번 테스트 속 싼타페 TM HDA 지속 시간은 3분대의 제네시스 G70보다 두 배에 해당하는 6분14초다. 눈이 내려 도로가 미끄럽고 차선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이 정도 시간을 유지해 제 기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해당 기술이 좀 더 보편화된다면, 일반 도로에서도 손쉽게 HDA와 비슷한 기능을 쓸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HDA 모드가 실행된 채 주행중인 싼타페 TM 내부 (사진=지디넷코리아)

■차선변경 차량 감지 능력 개선 필요

하지만 아직까지 운전자가 HDA 기능을 100% 믿으면 안된다. 해당 기술이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일컫는 말이 아닌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이다. 운전자의 피로감을 덜어주기 위한 보조적 기능의 수단이라는 뜻이다.

HDA 기능이 실행되면, 시속 60km/h 이하 속도에서도 차로 이탈방지 보조 기능을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체 구간에서도 손쉽게 HDA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이 기능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정체 시 차선 변경하는 차량들의 움직임을 쉽게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눈이 내린 후 맑게 개인 22일, 서울외곽순환도로 정체구간에서 싼타페 TM HDA 기능을 써봤다. 이 때 평균 속도는 시속 30km/h~40km/h 였고, 속도 설정은 제한 속도인 100km/h에 맞췄다.

HDA 모드가 실행된 싼타페 TM은 혼잡 구간에서도 안정적인 주행 패턴을 나타냈다. 최대한 차선 중앙을 유지하면서 정체 구간을 부드럽게 통과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약 2분 동안 운전자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을 했다.

HDA 시스템이 실행중인 싼타페 TM 계기반 7인치 TFT-LCD 디스플레이 (사진=지디넷코리아)

그러자 왼쪽 차선에 있던 은색 세단 차량이 시승 차량 앞쪽으로 차선 변경을 시도했는데, HDA 모드가 켜진 싼타페 TM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앞 차 흐름에만 전념하기 바빴다. 일반 운전자의 경우, 여유 공간이 생길 때 차선 변경하는 차량의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이 시스템이 사람의 인지능력까지 다다르기엔 한계가 있어보인다.

싼타페 TM에 탑재된 HDA 시스템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운전자의 수동 운전 패턴을 인지해야 하는 숙제를 남겼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모든 기업과 해외 기업들도 이같은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난제가 있어 보인다. 수 많은 데이터가 확보되더라도 현실 도로상에서는 우리가 예측못한 여러 가지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자율주행 관련 인력 강화에 나섬과 동시에, HDA 기술력 확보를 위한 내부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계획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G80급에 자동차선변경이 가능한 ‘HDA2' 기술을 내놓고, 2030년부터 완전 자율주행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싼타페 TM 가솔린 터보의 일반 주행 성능과 HDA 모드가 담긴 영상은 기사 하단에서 확인 가능하다.

관련기사

*영상=[싼타페 TM 2.0 가솔린 터보 HDA 테스트] 자율주행 실현의 희망과 숙제를 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