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퀄컴 지키기…"명분은 안보, 속내는 5G"

"주총 전 금지명령 이례적"…기술유출 원천 봉쇄 꾀한듯

방송/통신입력 :2018/03/14 09:31    수정: 2018/03/14 10:1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결국은 5G가 문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로써 총 1천170억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합병은 사실상 무산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미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합병금지 조치를 취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사진=씨넷)

이 같은 행보는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CFIUS)가 퀄컴에 압박을 가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당시 CFIUS는 싱가포르에 둥지를 틀고 있는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할 경우 미국 모바일 기술이 뒤쳐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CFIUS는 이런 근거를 토대로 지난 6일로 예정됐던 퀄컴 주총을 연기하라고 명령했다. 결국 CFIUS의 명령에 따라 퀄컴 주총은 4월6일로 연기됐다.

이날 주총에서 퀄컴 주주들은 3월초 주총에서 11명의 이사 중 6명 교체 건에 대해 투표할 예정이었다. 6명 모두 브로드컴이 선임한 후보다.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사실상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는 확정된다.

■ "미국 정부 5G 기술 얼마나 중요하게 느끼는 지 보여준 사례"

브로드컴의 퀄컴를 사실상 저지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합병금지 행정명령’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미국 씨넷은 이런 과정을 소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총이 열리기도 전에 합병금지 행정명령을 발령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통상적으로 합병금지 조치는 이사회에서 확정된 뒤에 발령하는 것이 그 동안의 관행이었다.

씨넷은 이에 대해 “미국 정부가 5G 무선 기술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5G 기술은 차세대 IT 지형도를 바꿀 핵심 기술로 꼽힌다. 자율차, 가상현실(VR) 경험, 원격수술 같은 첨단 기술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5G기술은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차세대 기술의 핵심으로 주요 국가들이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씨넷)

특히 앞선 3G나 4G와 달리 5G는 모든 국가와 기업들이 동의한 글로벌 표준 기반으로 운영된다. 미국 정부가 특히 더 관심을 갖는 건 이런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많은 표준들이 자리를 잡았지만 여전히 작업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퀄컴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스마트폰용 칩 분야에선 세계 최고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3G와 4G 관련 특허를 상당 부분 갖고 있는 퀄컴은 5G에 개발에도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퀄컴이 싱가포르 기업에 넘어갈 경우 엄청난 타격이 우려된다는 게 미국 정부의 시각이다. ‘5G기술 유출=국가안보 위협’이란 관점으로 이번 공방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스타이플의 케빈 캐시디 애널리스트는 12일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얘기하는) 보안 위협의 상당 부분은 퀄컴이 경쟁자들에 앞서 있는 5G 통신 기술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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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분에 대해선 미국 정부도 동의하고 있다.

CFIUS는 “5G 표준 확립 과정에서 퀄컴의 강기 기술 경쟁력과 영향력이 줄어들 경우 미국 국가 안보에 심각한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