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회장, 연임 앞두고 사면초가

노조 채용비리 의혹 제기하고 금융당국 벼르고

금융입력 :2018/03/14 15:46    수정: 2018/03/14 16:10

세 번째 연임을 앞두고 있던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하나은행 채용 비리 의혹에 휘말린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자진 사퇴하면서 금융감독당국의 칼날이 하나금융지주를 정조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채용 비리 의혹 사건을 금감원과 하나금융지주 간 갈등에 따른 '정치적 폭로'로 의심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KEB하나은행 노동조합도 'CEO리스크'와 동시에 김정태 회장 측근의 채용 비리를 폭로하고 나선 상태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뉴스1)

14일 금융업계는 김정태 회장의 세 번째 연임 안건이 차질없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통과할 수 있을 지를 두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는다.

하나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는 오는 23일로 김정태 회장 연임에 대한 안건이 상정돼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대부분은 잡음없이 의결되긴 어렵다고 내다본다. 금융감독당국과의 대립각을 보이고, 금감원도 특별검사단을 꾸려 조사를 착수한 만큼 김정태 회장의 연임은 하나금융지주 전체를 고려했을 때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금융감독당국은 최흥식 전 금감원장 채용 비리 의혹 제기의 배후를 하나금융지주로 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에서 "감독기관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며 "알려진 제보가 하나은행 내부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경영진도 제보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냐는게 일반적인 추론"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불거진 최흥식 전 금감원장에 대한 채용 비리가 사실일지라도 하나금융지주의 '정치적 공세'는 이해해주기 어렵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다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무위에서의 발언이 "사회적인 관심사인 채용에 대한 새로운 문제 제기가 나왔으니까 이 부분을 확실하게 규명한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고, 이것이 확실하게 규명돼야 감독당국도 제대로 할 일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수장을 잃은 금감원도 특별검사단을 꾸리고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 관한 채용 비리를 검사한다. 최성일 부원장보를 단장으로 총 3개 특별검사단을 운영한다. 검사인력은 20명으로 배정됐다.

금융감독당국과의 갈등도 문제지만 KEB하나은행과 하나외환카드 노동조합으로 이뤄진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이하 하나금융 공투본)도 김정태 회장의 연임을 강력히 반대한다.

이날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지주 명동 본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하나금융 공투본은 김정태 회장 역시 채용 비리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나금융 공투본에 따르면 김정태 회장의 친동생과 조카가 하나금융지주 관계사인 '두레시닝 부산사업소'와 KEB하나은행에 입사해 근무를 하고 있다.

김정태 회장의 직계가족인 남동생이 2006년 두레시닝 부산사업소에 입사해 정년이 지난 현재도 과장으로 근무 중이며, 조카(여동생의 딸)도 2004년 KEB하나은행 계약직에 입사해 2005년 정규직으로 전환돼 과장으로 재직 중이라게 하나금융 공투본의 얘기다.

이에 대해 KEB하나은행 측은 김정태 회장의 남동생과 조카는 모두 정상적인 채용절차를 통해 입사했다며 특혜 의혹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정태 회장의 연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제시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하나금융지주 9.64%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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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공투본은 이들에게 지난 7일 CEO리스크 등을 이유로 들며 연임 안건에 부결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답변은 오지 않은 상태지만 오는 20일께로 하나금융 공투본은 답변을 회신할 것으로 내다본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국민연금이 작년 KB금융지주 주주총회 당시에도 노동조합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한 선례가 있다"며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하나금융지주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