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가 블라인드 채용 고집하는 이유

설명회 통해 소통…"첫 인상보다 서비스 이해도"

인터넷입력 :2018/03/06 15:49    수정: 2018/03/06 16:04

사진, 학점, 나이 다 무시하고 자기소개서만으로 채용 전형을 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아프리카TV다.

지난해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시작한 이 회사는 올해 두 차례 공개채용을 할 계획이다. 채용전 설명회를 통해 충분히 회사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지원자에게 어필할 계획도 갖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스펙을 기준으로 지원자를 걸러낸다. 실제 채용 과정에서도 학벌을 비롯한 각종 스펙이 중요한 선발 잣대가 된다.

그런데 아프리카TV는 왜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수고를 감수하면서 블라인드 채용을 고집하는 걸까?

탁형진 아프리카TV 인재개발팀 팀장을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 "아프리카TV 이해도 중요…채용설명회 방식 바꿔"

탁형진 팀장은 컨설팅, 제조업 등을 거친 HR 전문가다. 2016년 5월 합류해 아프리카TV스러운 공채를 진행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아프리카TV스러운 공채는 뭘까?

먼저 그는 채용설명회에 집중했다. 채용설명회를 온라인 방송으로 진행하면서 구직자들에게 회사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제공하고 싶었다. 평소 구직자들은 궁금한 점이 있어도 질문에 소극적이었다. 회사와 구직자들과의 소통 창구가 부족해서다.

아프리카TV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방송과 채팅창을 통해 궁금한 점을 적극 물어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지원자 궁금증을 해소시키려고 노력했다. 인사담당자와 동문 선배가 직접 나서 아프리카TV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취업성공 노하우도 전달해줬다.

탁형진 아프리카TV 인재개발팀 팀장

탁 팀장은 "다른 기업들도 벤치 마킹하겠다고 문의 하곤 했다"며 "올해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도 강화해 다가가는 채용설명회가 되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탁 팀장은 지난해 오프라인 채용설명회를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점을 최대한 반영해 올해는 좀 더 다양한 공간에서 여러 시간대에 진행하려고 한다. 낮시간대 열린 채용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학생이나 재직자를 위해 저녁 시간에도 각 광역시에 위치한 오픈스튜디오에서 채용설명회 방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방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 지방 투어도 할 계획이다. 대학교뿐만 아니라 특수화 고등학교도 방문해 아프리카TV '헤비 유저'들을 직접 만날 계획이다.

그는 "신입사원으로 뽑힌 지원자 중 삼분의 일이 채용설명회 참석자"라며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니 직무 적합도도 많이 올라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TV가 채용이 공을 들이는 지원자가 적어서가 아니다. 아프리카TV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와 플랫폼이 다소 생소하다 보니, 경력직 채용하는게 어려워서다. 탁 팀장은 경력직도 중요하지만 서비스 이해도가 높고 유저프렌들리한 지원자를 확보해 함께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 "블라인드 채용 후 현업도 변화"

아프리카TV가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는 것은 첫인상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서비스 애정과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치는 지원자를 뽑겠다는 의지다. 지난 한 해 블라인드 채용으로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한 결과 현업에 나타나는 변화도 뚜렷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서비스를 잘 이해하고 있는 지원자가 합류하니 회사 분위기도 달라졌다.

탁 팀장은 "이력서 사진을 보면 선입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이러한 부분을 배제하고, 스팩 보다는 서비스 관심도를 표현해 줄 수 있는 지원자를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한 결과, 공채 인원의 턴오버가 현저히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에 비해 인력 이탈이 낮다는 회사 측의 평가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서비스 이해도가 높은 직원을 채용하니, 막연한 생각보단 서비스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속속 나오고 있다. 공채 교육기간에 신입사원들에게 주어지는 프로젝트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탁 팀장은 "지난해 게임 BJ하다가 입사한 직원이 있었는데, 지금 게임 커뮤니티 팀에 근무하고 있다"며 "이 직원은 BJ로 직접 활동해봤기 때문에 BJ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업무 이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탁형진 아프리카TV 인재개발팀 팀장

■ 장애인 채용에 앞장…평등하고 동등한 기회 제공

장애인의 고용은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라는 법령에 의해 의무고용률 2.7%를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벌금 납부로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들도 대다수다.

아프리카TV는 장애인 대상 개방적인 채용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TV에는 상시 근로자 중 3% 이상의 장애인 고용률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방송 제작, 광고 영업, 모니터링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근무중이다. 처음부터 장애인 채용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탁 팀장은 "장애인 근로자들과 비장애인 근로자들이 서로 배려하면서 본인들의 역할을 충분히 해 나가면서 팀 분위기도 좋아졌다"며 "앞으로도 장애인 구직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대기업 공채 정면 승부…자소서가 변수

올해 아프리카TV 공채는 4월과 12월 두 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대기업 공채 기간과 맞물릴 경우 지원율이 낮아질 수도 있지만, 회사 측은 정면 승부할 계획이다.

탁 팀장은 공채 시즌에 인사-총무-구매 등 모든 인력들이 투입돼 지원자 자소서를 다 읽는다고 설명했다. 인상깊은 부분은 체크를 하며 자소서를 선택하고, 모두 모여 선택된 자소서를 보고 리뷰하면서 토론을 통해 서류 심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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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팀장은 "다양한 인더스트리에서 HR업무를 해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라며 "의지가 없으면 신입사원을 가르쳐봤자 소용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소서를 열심히 본다"고 말했다.

상시채용의 경우 이메일 접수를 받고 있다. 탁 팀장은 "자유 양식을 더 선호한다"며 "자유양식을 통해 지원자의 OA 스킬이나 선택한 폰트 등으로 회사에 대한 관심도를 어느정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