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엔터 “웹툰 불법복제 속수무책...정부대책 절실”

지난해 웹툰 해적사이트 33곳 삭제...불법게시물 폭증

인터넷입력 :2018/03/05 16:29

지난해 한국웹툰을 실시간으로 훔쳐가던 해적사이트 중 33곳이 삭제됐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5일 '2017년 레진코믹스 웹툰 불법복제 대응현황'을 발표하며 웹툰산업의 미래를 위해 실효성있는 정부 정책 지원을 호소했다.

■ 대형 해적사이트 33개 삭제

현재 대부분의 웹툰 해적사이트들은 국내법망을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 중이다.

이에 레진코믹스가 지난해 해외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업체에 직접 대응해 대형 해적사이트 55개 중 33개가 삭제됐다.

레진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웹툰 불법복제를 바탕으로 자금력을 갖춘 해적사이트 경우 ISP를 갈아타는 수법 등으로 웹툰 도둑질을 멈추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레진코믹스 웹툰을 포함 국내 대형 포털과 웹툰플랫폼들의 만화를 불법복제하고 있는 대표적인 해적사이트 A의 경우, 레진코믹스 대응 후 중앙아메리카 벨리즈와 불가리아에 위치한 ISP업체를 이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벨리즈의 B사는 사서함만 갖고 있는 유령회사로 드러나, 레진측은 B사에 ISP를 재판매한 동유럽 불가리아의 ISP C사, 그리고 C사에 ISP를 재판매한 또 다른 불가리아 업체 D사에 각각 해적사이트 A를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현재 C사와 D사 모두 저작권 침해 행위에 무관심해 직접 대응이 쉽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레진은 D사의 데이터센터로 우크라이나에 위치한 E사에 연락을 취한 상태지만, E사 역시 적극 대응을 하지 않아 해적사이트 A에 대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레진엔터테인먼트 법무팀은 "웹툰 도둑질로 자금력을 갖춘 해적사이트들이 저작권보호 사각시대에 있는 국가의 재판매 ISP를 사용하는 추세라 민간기업에서 대응하는데 한계가 크다"며 "국내 웹툰산업을 멍들게 하는 해적사이트에 대해 당국 차원에서의 보다 적극적인 저작권보호 정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 불법게시물 458만건 적발하고 434만건 삭제

레진코믹스는 지난해 구글, 해외 일반사이트, 소셜미디어 등의 모니터링을 통해 458만여건의 불법게시물을 적발하고, 이를 구글 등 운영사에 신고해 이중 434만건이 삭제됐다고 밝혔다.

합법적 플랫폼 내에서의 불법 게시물은 구글검색어>해외일반사이트>소셜미디어순으로 많았고 이중 구글 검색어 비중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구글 검색어 내 레진코믹스 웹툰 불법 게시물은 438만건, 이중 418만건이 신고 후 삭제됐다.

특이사항은 해외 일반사이트 내 불법게시물 증가율이다. 적발규모가 상반기 9천868건에서 하반기 12만2천633건으로 약 1143% 증가하면서 앞으로의 추세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레진측은 "인력과 자원을 투자해 구글 검색어 등에서의 불법복제물이 많이 줄어든 것은 나름의 성과이나 이는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갈수록 불법복제물과 해적사이트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 웹툰을 눈뜨고 도둑질 당하는 상황이 하루라도 빨리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현행법 상 해적사이트 차단 심의 기간 1~6개월

지난해 레진코믹스가 관계 당국에 차단신고를 요청한 해적사이트는 192개였다.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 중인 해적사이트로 국내 차단을 위한 심의기간이 길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레진측은 “창작자가 공들여 만든 신규웹툰이 업로드되면 2시간 만에 해적사이트서 훔쳐가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관계당국에 해적사이트를 신고하면 사이트 차단을 위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에 걸쳐 심의가 진행된다”며 “그사이 해적사이트는 보란듯이 계속해서 웹툰을 불법복제하고, 수개월 뒤 심의가 끝나 사이트가 차단되면 새로운 외부링크를 만드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7월 국회에서는 불법복제물을 제작배포하는 해외 서버 불법사이트들의 통신망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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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정안 발의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해당 법안은 국회 계류 중인 상태다.

레진엔터테인먼트 이성업 사업총괄이사는 "빠르게 퍼지는 웹툰의 불법복제는 국내 원천 콘텐츠 환경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한국웹툰이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생존하는 데 강력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국내법을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저작권을 훔쳐가는 이들을 막기 위해 정부의 관심과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