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S 뜨나…메시지 주도권 전쟁 2막 올랐다

SKT·삼성·구글, GSMA와 RCS 논의 나서

방송/통신입력 :2018/02/27 10:02    수정: 2018/02/28 07:56

<바르셀로나(스페인)=박수형 기자> 차세대 메시지 전송 플랫폼을 놓고 전 세계 통신사와 삼성전자, 구글이 힘을 합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협력 관계 내부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최종 성공 여부는 알 수 없지만 RCS 2라운드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에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MWC 2018 현장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MWC가 개막하고 삼성전자 부스에 들러 고동진 사장과 만났을 때 RCS와 관련한 논의를 나눴다”고 밝혔다.

박정호 사장은 이날 MWC 공식 전시가 본격 시작된 오전 9시에 곧장 삼성전자 부스에서 고동진 사장을 만나 서로의 전시 부스를 둘러보며 별도로 회동 시간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RCS 협력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박정호 사장의 간담회 직후 MWC 전시장 현장에서 기자와 만난 고동진 사장 역시 “오전에 박정호 사장과 만나 RCS 논의를 했다”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MWC 개막 직후 만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 RCS가 뭐길래...

RCS(Rich Communication Suite)는 글로벌 통신사들이 모여 선보인 통합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기존 단문 메시지(SMS)가 단순한 텍스트 전달 위주에 그쳤다면 RCS는 동영상과 같은 멀티미디어 파일을 주고받고 그룹 채팅을 지원하는 등 모바일 메신저 앱이 제공하는 수준의 서비스다.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 주도로 내놓은 표준 메시지 플랫폼이지만 각국의 통신사가 RCS로 서비스 성공 사례를 만들지는 못했다.

국내에서도 이동통신 3사가 ‘조인(Joyn)’이란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몇 년 유지되지 못한 체 사장됐다.

당시 카카오톡과 같은 메시징 앱의 등장으로 통신사들이 문자서비스 수익 감소를 방어하기 위해 마지못해 내놨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낮았다는 평가다.

애플 아이메시지

■ RCS 논의 구조 확 변했다

RCS는 한때 왓츠앱, 페이스북메신저, 카카오톡 등 메신저 앱이 자리잡던 시기 통신사들이 문자서비스 수익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이후 m-VoIP 서비스까지 유사한 논쟁이 이어졌지만 음성통화와 문자서비스가 아니라 통신서비스 트렌드가 데이터 중심의 모바일 환경으로 급속하게 이동하면서 관련 논쟁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반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자체적인 서비스 구축에 나서면서 새로운 양상을 띄기 시작했다. 문자메시지 플랫폼을 두고 주도권이 이동통신사에서 메신저 앱으로 넘어간 이후 오히려 제조사들이 경쟁 영역으로 들어왔다.

대표적으로 애플의 아이메시지가 꼽힌다. 아이폰 이용자 간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는 애플이 내세운 새로운 플랫폼을 거쳐야만 했다. 아이폰7부터는 아이메시지 플랫폼 기능을 비약적으로 고도화시키는 iOS 업데이트도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2016년 뉴넷캐나다를 인수하면서 RCS 관련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경쟁사의 움직임에 삼성전자 역시 발빠르게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말 RCS 사업을 하고 있는 '뉴넷 캐나다(NewNet Canada)'를 전격 인수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RCS 인프라가 없는 이통사에 RCS 서버 솔루션을 제공해 이통사의 RCS 도입을 가속화하고 RCS 기술이 탑재된 디바이스 보급을 확대해 보다 빠른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설명했다.

■ RCS 협의 전개 양상 주목

흥미로운 점은 글로벌 통신사 상당수가 사실상 실패 사례로 여기는 RCS를 두고, 삼성전자와 구글이 먼저 통신사에 손을 내밀었다는 부분이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원장은 “구글 안드로이드와 삼성전자가 수년간 GSMA를 향해 RCS 협의를 요구해왔다”며 “GSMA 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 안건으로 올라온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거대 플랫폼을 업고도 실패를 거듭해 온 안드로이드 메시지.

박진효 원장은 GSMA 내 관련 기술분과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때문에 직접적인 논의 과정을 지켜봐왔다. 그런 가운데 삼성전자와 구글의 요구사항을 두고 박진효 원장은 실질적인 협의 단계에 오르기 위해서는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 원장은 “몇몇 통신사와 협의를 하는 것은 오히려 쉬울 수 있을 것”이라며 “GSMA 회원사 모두를 만족시키는 통신사, 제조사, OS 회사 간 논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각국의 통신사 사정에 따라 삼성전자와 구글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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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장은 “발전지향적인 통신사들은 텍스트 메시지 대화가 오가는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에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며 “페이스북 메신저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일반적인 인터넷 사업자들처럼 이용자 수를 늘려 광고매출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쌓는데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으로 데이터를 얻으려는 통신사는 반기지만, 파이프라인 수익구조에 만족하는 해외 통신사들은 RCS 연구개발에도 크게 관심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삼성전자가 원하는 방향과 구글이 원하는 방향도 이해관계에 따른 차이가 있고 공식 논의가 시작된 만큼 상반기 내에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