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왜 네이버 사내이사 연임 포기했나

“공정위 총수 지정, 글로벌 사업 부담된 듯”

인터넷입력 :2018/02/26 18:35    수정: 2018/02/27 08:17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대기업 총수로 지정된 네이버 창업주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등기이사 연임을 포기하기로 했다.

일본과 프랑스 등 해외 투자와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이해진 GIO가 국내 대기업 총수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목적에 사내이사직을 내려놓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5월에 있을 공정위의 기업집단과 동일인 지정에서 이해진 GIO가 빠지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네이버는 내달 23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네이버 비즈니스위원회 리더인 최인혁 해피빈재단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또 그동안 이사회 멤버로서 활동을 해왔던 이해진 GIO는 3월19일 임기 만료 후 연임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준대기업 집단 지정된 네이버, 총수된 이해진

이해진 네이버 GIO.

공정위는 지난해 9월 네이버를 비롯한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57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또 이해진 GIO를 비롯해, 김재철 동원 회장, 우오현 SM 회장,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김정주 NXC 회장 등이 기업에 실질 지배력을 지닌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됐다.

공정위는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은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는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고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를 막기 위한 제도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법에서는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동일인이라는 항목을 두고 있다. 동일인은 회사나 개인으로 지정될 수 있는데, 개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는 것은 재벌 총수를 뜻한다.

대기업 총수는 배우자는 물론 6촌 내 혈족, 4촌 내 인척 간 거래에 제약이 발생함과 동시에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

■ "준대기업 집단 동의, 이해진 총수 안타까워"

네이버 분당 사옥.

지난해 네이버는 공정위의 준대기업집단 지정에 대체적으로 동의했지만, 이해진 GIO 총수 지정에는 안타깝다는 입장을 표했다. 글로벌 사업에 있어 총수라는 타이틀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와 함께,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심의 건전한 네이버 경영체제를 피력했다.

당시 회사는 “이해진 GIO가 실질적으로 네이버를 지배하지 않는다”며 “네이버에 자칫 부패 기업이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재벌, 총수 개념에 안타깝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이해진 의장은 보유 주식 11만주(0.33%)를 시간 외 대량 매매 형태로 처분해 지분을 4.64%에서 4.31%로 낮췄지만 공정위의 총수 지정을 끝내 피하지 못했다.

이에 이해진 GIO가 올해 3월 등기이사 임기가 끝나면 공정위 재심사 때 총수 지정을 피하기 위해 연임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고, 실제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공정위는 매년 5월 기업집단과 동일인을 검토해 발표하는데, 이 때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이해진 GIO가 회사에 실질적인 지배력이 없음을 들어 총수 지정에서 빠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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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네이버는 26일 대규모기업집단 현황 공시를 통해 ▲계열사 간 자금거래 현황 ▲특수관계인에 대한 자금대여현황 ▲계열회사 간 유가증권거래 현황 등 계열사와 특수관계인 간 거래 현황을 공개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해진 GIO 사내이사 연임 포기는 공정위 총수 지정과는 무관하게 지난해 초부터 이 GIO가 글로벌 투자 집중을 위해 꺼냈던 얘기”라면서 “이해진 GIO가 사내이사에서 빠진다고 해도 총수 지정과 관련해서는 공정위 판단 소관이고, (총수 제외를) 고려해 결정한 사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