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기자의 IT초대석] 어세룡 인스웨이브 "컴퓨터가 너무 재미있었다"

"올해 개발자 생태계 구축에 혼신...매출 170억에 도전"

컴퓨팅입력 :2018/02/28 15:32    수정: 2018/03/01 12:01

취미를 묻자 "공상하기, 쓸데없는 생각하기"라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 인창고를 졸업한 그는 대학(고려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지금도 철학과 물리학에 관심이 많다. '데미안'을 중1때 읽었고, 웬만한 고전 역시 중학교때 다 읽었다. 도스토예프스키에 특히 관심이 많았고, 그의 작품은 모두 섭렵했다.

중3과 고1때는 실존주의에 매력을 느껴 까뮈와 카프카에 빠져 살았다. 운동권 서적이라 일컫는 난쏘공(난장이가쏘아올린공)도 고등학교때 읽었다. 그림도 곧 잘 그렸다. 대학을 미술쪽으로 가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상 포기했다.

기자가 되고 싶어 언론사 공부를 하던 중 우연찮게 LG CNS(당시 LG EDS) 입사에 도전, 덜컥 합격했다. 도스(Dos)'도 몰랐던 그는 컴퓨터 언어가 너무 재미있었고, 지금까지 왔다.

어세룡 인스웨이브시스템즈(inswave systems) 대표 이야기다. 철학도 였던 그는 웹표준을 선도하는 전문기업인 인스웨이브시스템즈(인스웨이브)를 2002년 4월 설립, 15년째 이끌고 있다. 인스웨이브는 웹표준 UI 플랫폼 '웹스퀘어(WebSquare)'를 2007년 국내 처음으로 출시, 화제를 모았다. '액티브X를 대체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어세룡 인스웨이브 대표. 대학때 철학을 전공했다.

어 대표는 "10년전에 우리의 '웹스퀘어'가 웹표준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면서 "금융, 공공, 엔터프라이즈쪽으로 시장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스웨이브는 올해 매출 170억 원 달성에 도전한다. 지난해보다 20% 이상 성장한 수치다. 올해는 특히 '웹스퀘어 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전력할 계획이다. 구로에 있는 어 대표 사무실에서 인스웨이브의 올해 행보를 들어봤다.

=작년에는 경영성적이 어땠나.

"매출만 보면 작년에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재작년과 비슷한 140여억 정도를 달성했다. 작년에 신규 시스템통합(SI) 매출이 거의 없었다. SI 매출은 앞으로 줄이려 한다. 큰 성과도 있었따. 대형은행에 웹 단말(웹탑)을 처음으로 공급하했다. 우리한테는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올해 사업 전망 및 계획은

"우리 사업은 크게 금융, 공공, 엔터프라이즈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올해는 금융과 공공 분야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엔터프라이즈 전망도 나쁘지 않지만 공공과 금융에서 더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금융쪽에서 큰 프로젝트가 올해 많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출시한 HTML5 웹표준 기반 웹단말 솔루션 ‘웹탑(W-ebTop)’도 기대주다. 금융권이 고민하고 있는 HTML5 웹 표준 문제를 해결해주는 제품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형 은행에 공급하는 사례가 나올 것이다. 공공도 올해는 시장환경이 지난해보다 좋을 것으로 본다."

올 1월 열린 인스웨이브의 '2018년 전사 워크숍' 사진.

=사물인터넷(IoT) 같은 신산업 분야 공략에도 주력하고 있는데

"우리 제품 중에 'W기어(WGear)'가 있다. 웹 표준 환경에서 외부 솔루션과 서비스를 연동해주는 제품이다. 'W기어'를 사용하면 IoT를 넘어 'WoT'(Web of Things)를 구현할 수 있다. IoT의 개념을 웹으로 확장하는 거다. 기업의 다양한 시스템과 서비스를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연계해준다."

=올해 신제품 계획은

"올해 우리 회사 목표는 '웹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 창출'이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기술과 HTML5 웹 표준 기술을 확장,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은 물론 블록체인까지 융합한 제품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주력제품인 '웹스퀘어5'의 대대적 업그레이드에도 착수, 내년에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올해도 '솔루션데이'를 여나. 작년에 처음 개최해 호응이 좋았다던데

"올해도 개최한다. 원래 '파트너스 데이'였다. 작년에 처음으로 행사를 확대하며 '솔루션 데이'로 이름을 바꿨다. 작년 행사에서는 웹단말인 '웹탑' 등을 소개했는데 고객 반응이 좋았다. 올해도 5,6월 중 연다. 올해는 인공지능을 적용한 솔루션을 선보이고 레퍼런도 소개한다."

=올해 처음으로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이유는

"올해 역점 두는 것 중 하나가 개발자 생태계 구축이다. 이를 위해 개발자 컨퍼런스를 올해 처음으로 연다. 시기는 하반기로 보고 있다. 컨퍼런스에 앞서 개발자를 위한 소규모 세미나를 상반기에 먼저 열 예정이다. 개발자 컨퍼런스 외에 개발자 커뮤니티 지원도 강화할 예정이다.

사실 '웹스퀘어'보다 더 중요한 게 개발자다. '웹스쿼어'를 잘 쓰는 개발자가 많아야 인력 공급이 쉽고 시장을 더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웹스퀘어' 개발자를 많이 원하기도 한다. 2007년부터 웹스퀘어 무료 교육을 해왔고, 2013년12월에는 교육센터도 개설했다. 지금까지 1만명 정도를 교육했다. 올해는 개발자 커뮤니티와도 협력하는 등 개발자 교육과 교류를 강화할 생각이다.

'웹스퀘어 인증'도 확대한다. 현재 개발자, 엑스퍼트, 컨설턴트 등 3단계로 이뤄져 있다. 기본 교육을 받으면 개발자 인증을, 심화 교육을 받으면 엑스퍼트 인증을 준다. 인증을 받으면 취업 알선 등 여러 혜택이 있다."

지난해 6월 코엑스에서 열린 인스웨이브의 개발자 컨퍼런스 장면.

=철학을 전공했는데 IT업체를 창업했다

"원래 기자가 되려 했다. 언론사 공부를 6개월쯤 했을때 LG CNS 시험을 봐 취업했다. 1993년의 일이다. 당시 LG CNS가 전공을 불문하고 직원을 뽑았다. 입사 조건도 단순했다. LG화재 지원팀에서 일하며 컴퓨터 기술을 익혔다. 너무 재미있었다. 내 전공이 철학이다. 철학은 원리를 이해하는 거다.

컴퓨터 언어도 원리를 아는 거다. 코볼이 어떻고, 유닉스 커맨더가 어떻고, 커널이 어떻고 하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신나게 팠더니 "재가 좀 하네"하는 평판을 받았다. LG CNS를 떠나 몇차례 이직했고, 금융사의 보험관련 IT시스템 개발팀장으로도 일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002년 4월에 같이 일하던 동료 4명과 함께 인스웨이브를 창업했다."

관련기사

=직원 채용시 중요시하는 부분은

"전문성과 태도(애터튜드) 중 애터튜드를 더 중시한다. 일단 호기심이 있고 성실해야 한다. 나도 궁금한 건 못 참는다. 바로 찾아 본다. 모르고 넘어가면 열받는다(웃음). 호기심이 많으면 기본적으로 성실하다고 생각한다. 창업에 대해 한마디 하면, 한국에서는 창업이 정말 힘들다. 한국에서 창업은 미친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