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으로 포기하지 마세요"

[안희정의 사심가득 인터뷰] 서울대 출신 경력단절맘의 '코니 아기띠' 창업 스토리

인터넷입력 :2018/02/22 10:40    수정: 2018/02/22 11:46

엄마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은 뭘까.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아기를 돌보느라 제때 자고 먹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핑계일 순 있지만, 특별히 운동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몸매 또한 당분간 포기상태다. 샴푸는 커녕 세수할 시간도 없어 어쩌다 외출할 일이 생기면 스타일이 영 꽝이다. 손목? 이미 내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엄마라는 이름 때문에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코니 아기띠는 이러한 엄마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아기띠는 육아에 필요한 아이템이지만, 막상 고르려고 하면 쉽지 않다. 스타일을 챙기자니 불편하고, 편안한 걸 고르자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기랑 외출할 때 챙겨야 할 짐도 많은데 아기띠까지 무겁고 치렁치렁 하면 스트레스부터 받게 된다.

코니 아기띠를 만든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는 여기에 주목했다. 입고 있는 사실조차 잊을 수 있는 가볍고 편한 아기띠, 스타일 망치지 않는 아기띠를 만들고 싶었다.

평소 육아용품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임 대표는 다양한 종류의 아기띠를 직구나 온라인을 통해 구매했다. 포대기서부터 슬링, 아기띠 등 여러 제품을 써봤다.

그러나 임 대표는 이렇다 할 아기띠를 발견하지 못했다. 목 디스크로 아기 안는 것에 부담이 있는 그는 마음에 드는 아기띠를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아기를 업고 동대문으로 가 천을 떼서 무작정 샘플실로 찾아갔다. 천을 다루는 재주가 없는 임 대표는 모눈종이에 원하는 모양을 그려 아기띠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는 괜찮아 보이는 천으로 여러개의 샘플을 만들었다. 그 중 20kg인 아기도 아기띠로 안을 수 있는 신축성과 탄력성이 뛰어난 원단을 골라 500개를 먼저 생산했다. 쇼핑몰은 남편이자 공동 대표인 김동현 대표가 만들었다.

홍보는 인스타그램으로만 했다. 평소 팬이었던 워킹맘 아나운서에게 인스타그램 DM으로 제품을 소개한 후 보냈더니 만족해했다. 이 아나운서가 아기띠 포스팅도 해줬다. 코니 아기띠 론칭 전, 이미 인스타그램에서는 바이럴이 됐다. 어떻게 구매해야 하는지 문의가 들어왔다. 그렇게 임 대표 부부는 지난해 9월 아들 생일에 코니 아기띠를 정식 출시하게 됐다.

티몬 초창기 때부터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임이랑 대표와 티몬 창업 멤버인 김동현 대표를 만나 창업 스토리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왼쪽부터)코니바이에린 임이랑 대표와 김동현 대표

- 티몬플러스 퇴사 후 어떻게 지냈나? (두 대표는 티몬에서 분사된 티몬플러스에서 각각 대표와 마케팅 담당을 하다 매각되면서 퇴사했다.)

(임이랑 대표)"육아에만 전념했다. 퇴직 후 남편과 공동육아를 하기로 결심했다. 공동육아를 하면 둘 중 한명은 쉴 수 있을 줄 알았으니까(웃음). 착오였다. 아기한테 눈을 뗄 수가 없어 둘이서 온종일 육아에만 매달리게 됐다. 지쳐갈 때 쯤 뭐라도 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사 다니면서도 내 일을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남편도 도전해보라고 해 퇴직금으로 창업에 뛰어들게 됐다.

- 코니 아기띠를 출시한 날 반응이 어땠나.

"500개를 두 달 안에 판매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출시 전부터 인스타그램 반응이 좋았다. 대기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쭉쭉 판매됐다. 2주만에 준비한 수량이 동 났다. 하루에 10개만 팔아도 좋겠다고 생각해 보수적으로 잡은 물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아 놀라웠다.

둘이서 주문 들어오면 포장하고, 배송했다. 소비자 응대도 제대로 못했다. 우왕좌왕 하다가 CS 전담 인력을 충원하게 됐고, 외주 물류 업체도 쓰게 됐다. 마케팅은 SNS로만 하는데, 코니아기띠 후기가 1천900개를 넘었다.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후기를 남겨주고, 보완할 점을 얘기해주고 있다.

코니 아기띠는 아빠가 착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 창업, 그것도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처음엔 제조업 백그라운드가 없으니 동대문 가면 초보 티가 너무 났다. 그곳에선 주문서를 장끼라고 하고, 원단 샘플을 스와치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전혀 못알아 들었다. 제가 쓰고 있는 용어와 업계 용어가 너무 달랐다. 발로 뛰고 귀동냥 하며 눈치로 배웠다. 이젠 다 알아듣는다.

티몬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었는데, 대표가 돼 이것저것 다 해야 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남편과 서로 잘 할 수 있는 업무를 나눴다. 제가 제품기획과 마케팅, 디자인,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고, 남편은 물류와 생산, 광고 쪽을 담당하는 등 업무 분담을 했다.

육아하면서 느낀점은, 내 시간을 가지려면 남의 시간을 돈주고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하루에 몇시간 일하기도 힘들었다. 베이비시터를 구하고 일에 좀 더 집중했다.

- 홈페이지를 보면 CS 담당 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 왜 그런가.

"CS업무로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전화업무와 상담업무를 할 직원을 추천받았다. 사무실도 없으니 집에서 재택으로 아기를 키우면서 일할 수 있는 직원을 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합류한 분이 하준맘이다. 하준맘은 넥슨에서 11년동안 CS만 담당한 베테랑이다. 하준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 퇴사하게 된 케이스다. 하준이 등교 후 CS 업무를 봐달라고 했다. 회의는 일주일에 한 번만 하고, 평소엔 슬랙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퇴직 후 육아를 선택하면서 경력 단절에 대해 깊게 생각해봤다. 이직 하고 연봉을 올리는 커리어 패스를 밟으면서 아기를 제가 원하는 환경에서 과연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때문에 육아하는 엄마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경력단절된 엄마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고, 육아맘이라는 이유로 차별하고 싶지 않았다. 그 인력들이 가진 장점이 있고, 경력을 살려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코엑스에서 열린 베이비페어에 참석했을 때 필요한 아르바이트 인력도 육아맘들로 구성했다. 누군가에게 아기를 맡기고 나와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 일급도 평균보다 높게 책정했다. 이윤을 조금 포기하면 가능하다. 이왕이면 저희 아기띠로 아기를 안아본 사람들이 낫겠다고 생각해 그 중심으로 뽑았다.

- 코니 아기띠 디자인이 심플하다. 유사품이 나오면 어떡하나.

"디자인 출원 했지만, 비슷한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걸 막을 순 없다. 그 부분에 대응하느라 힘을 빼느니, 제품과 서비스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퀄리티에 신경 쓰고 소비자 응대를 좀 더 잘 하려고 한다."

- 코니 아기띠 외에 생각해둔 라인업이 있나.

"쓰레기 버리러 갈 때도 우아할 수 있는 홈웨어를 만들고 있다. 수유할 때 내복만 입었었는데 그 옷이 너무 싫었다. 아기 낳기 전이 더 생각났다. 그래서 새로 만드는 홈웨어 라벨에 '당신은 여전히 예쁘다'고 써 놓았다. 저한테도 해주고 싶은 말이다. 공장에서는 굳이 등 라벨에 이러한 문구를 넣어야 겠냐고 물어봤다. 앞뒤를 구분할 때 문구가 써 있으면 이 옷을 입는 사람이 잠시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시도들이 엄마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다. 잠재고객에게 보내 후기를 받으며 반응을 살피고 있다. 곧 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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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어린이집이 있는 사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아직 정직원은 4명인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수익이 안정화 되면 장소 하나 빌려서 교사와 영양사 등을 고용해 어린이집을 만들 거다. 아이를 데리고 출근할 수 있는, 아이가 잘 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그런 믿고 맡길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가장 먼저 코니바이에린에 지원하고 싶도록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