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SW교육 이대로 좋은가

한국정보과학회 특별 좌담회

컴퓨팅입력 :2018/02/09 11:24    수정: 2018/02/09 23:31

올해부터 중학교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가 시행됐다. 비전공자 대상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하는 대학교도 증가하는 등 교육계 전반이 소프트웨어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기관의 소프트웨어 교육은 모든 학생에게 소프트웨어 기본 소양을 가르쳐 4차 산업혁명 시대형 인재를 키운다는 방향성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세간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방향성을 차치하고 교육의 질이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하냐는 지적이 많은 것이다.

지디넷코리아는 SW인력 산실인 대학의 SW교육 실태를 점검하는 특별 좌담회를 7일 서울 방배동 소재 한국정보과학회 사무실에서 개최했다.

좌담회는 방은주 지디넷코리아 솔루션팀장이 사회를 보고 고건 이화여대 석좌교수, 홍봉희 한국정보과학회장(부산대 교수), 노경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SW정책관(국장), 이효승 네오와인 대표, 최백준 틸론 대표 등이 패널로 참석,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대학 SW교육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한 좌담회가 7일 한국정보과학회에서 열렸다. (왼쪽부터)최백준 틸론 대표, 방은주 지디넷코리아 솔루션팀장, 노경원 과기정통부 SW정책관, 고건 이화여대 석좌교수, 홍봉희 부산대 교수(한국정보과학회장), 이효승 네오와인 대표.

고건 교수는 좌담회 모두강연에서 대학교 내 소프트웨어 기술교육에서 교수와 지원인력의 부족을 지적하고,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봉희 교수는 "현재 국가에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전략적 마스터 플랜이 없다"며 "국가 차원의 큰 비전과 전략을 짜고 각론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우왕좌왕하고 있어 국가적 주제로서 소프트웨어 교육의 거버넌스와 아키텍처가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좌담회의 첫 논의 주제는 국내 대학의 소프트웨어 교육 현실에 대한 것이었다.

홍봉희 교수는 대학 내 교육 패러다임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학의 소프트웨어 교육 패러다임이 안 바뀐다. 현직 대학교수도 예전 학습 방식에 익숙하고, 우리나라는 교육지원인력(TA) 중심의 교육이 되지 않는다. 교수도 TA 활용을 생각하지 않고, 대학 운영자도 생각이 없다. 이론 중심으로 강의하는 교수가 많다. 학생도 새로운 방식으로 교육하면 30% 이상이 포기한다. 인문사회계, 이공계 전체의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 공대도 코딩 교육 위한 과목, 시간 배정에 인색한 게 현실이다. 학교차원에서 해도 과목 하나둘 만들어 두고 만다. 근본적 생각의 전환없이 시늉하고 마는 게 문제다."

이효승 대표는 기업체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실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머리도 좋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기업체에서 사람을 뽑았는데 기대보다 아닌 경우가 많다. 기업은 뽑아놓은 사람을 나가라고 하기 어렵다. 뽑을 사람의 수준 가늠이 안 된다. 대학교를 졸업했으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으로 1급 자격증을 주고. 그보다 더 잘하면 2급 주고, 7급까지 주는 식의 자격증 제도가 있으면 좋을 듯하다."

최백준 대표는 소프트웨어 교육이 전 분야 전공자에게 고루 제공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업의 전문가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지적이다.

"요즘의 소프트웨어 개발은 프로그래밍 스킬 자체보다 시나리오와 기획력, 논리력이 중요하다. 과거엔 로우 레벨의 개발툴 다루는 기술이 중요했는데, 시나리오로 어떻게 흘러서 UI가 진전돼야 하는지, 업무 프로세스 파악 같은 게 중요해진 것이다. 경영에 필요한 건 경영출신이 잘 알고, 스마트팩토리는 공장 아는 사람이 잘 안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공대생에 치중될 게 아니라 전분야에 고루 같은 시간을 들여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선정된 학교들을 보면 교육을 위한 플랫폼이나 시스템 투자에 인색해 아쉽다."

정부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올해부터 초중등교육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 과정을 실시했다. 소프트웨어중심대학을 선정해 관련 교육에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노경원 과기정통부 SW정책관은 대학교 내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동의했다.

"대학 구성원이 대학을 바꿀 수 없고, 정부도 바꿀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에게 제공되는 교육이 미래를 위한 게 아니라 과거에 누적된 트랙에 따라 관행으로 결정된 현황에 따른 다는 것이다. 어느 분야나 학생이 가능성을 가져지만 키워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소프트웨어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서 중요하단 사실에 많은 분들이 동의하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하는데, 그 힘이 학교 내에는 별로 없다. 그래서 과기정통부 입장에서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으로 학교의 변화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대학의 SW경쟁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토론이 이어졌다. 홍봉희 교수는 교육 인프라를 확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의 주체는 대학이어야 한다. 대학 내 소프트웨어 교육 인프라 확충, 특히 시설 아닌 인적 인프라가 중요하다. 이 부분을 정부에서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이란 그림으로 그린 건 좋다. 그러나 교수 혁신이 빠졌다. 석박사 대학원생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돼야 한다. 전공학과 학생들 중 3, 4학년이 멘토로서 1, 2학년을 가르치고, 1, 2학년생이 타과생을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소프트웨어중심대학에서 관련 비용지출을 못하게 막고 있다. 코딩교육은 멘토링으로 하는 것이다. 컴공과 학생이 선생에게 배워서 전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코딩 처음 배운 학생들 대부분은 에러 메시지 나오면 무슨 말인지 모르고 좌절한다. 이를 위해 진입 시점에 많은 TA가 필요하다."

고건 교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전공자에게 소스코드의 내부 설계를 교육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공생 교육에서 OS나 데이터베이스 같은 기술이면 제대로 가르쳐서 기업가서 잘 일하게 해줘야 하는데, 학생들이 실습을 해보지 않아서 못한다. 미국과 일본의 대학교는 미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소스코드를 학교에 줬다. 다만, 나라 밖으로 코드를 못갖고 가게 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소프트웨어 사용법만 가르쳤다. 자동차학과서 운전만 가르친 셈이다. 내부 설계를 가르치려면 소스코드가 있어야 하는데 학교에 없었다. 그런데 공개 소프트웨어 나오면서 내부 설계 교육이 가능해졌다. 지금은 SCI 논문에 치여 공개 소프트웨어 교수가 없다시피 하다. 가르칠 사람이 없다. 그래서 무크가 필요한 것이다. 동영상으로 교육하고, TA 통해 실습하게 하는 식으로, 규격화해서 하면 고급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노경원 SW정책관은 멘토링을 통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기타와 프로그래밍 언어는 동네형에게 배워야 한다는 말도 있다. 롤모델이 있고, 상호소통도 하고, 혼도 나면서 배워야 한다. 책을 사서 파이선을 배운다면 쉽게 따라할 수는 있다. 복사해서 붙여넣기하는 형태다. 당연히 코드 돌아간다. 그건 배우는 게 아니지 않나. 개발언어 배우는건 내가 어떤 문제를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짜보고, 에러 메시지도 보고, 어떻게 해야 풀리는지 노력을 해야 배우는 게 된다."

초중등고 SW교육도 논의 주제로 올라왔다. 올해부터 중학교 SW교육이 34시간으로 의무화된다. 내년부터 초등학교에서도 SW교육이 의무화된다.

이효승 대표는 "스크래치든 뭐든 코딩을 해보는 게 좋다. 그러나4학년은 돼야 말이 통할거라 본다"며 "중요한 건 텍스트만 하지 말고, 미션을 주고 임베디드 같은거 연결해서 흥미를 갖게 하고, 경진대회를 많이 열어 상주고, 학교가게 하면 잘 될 거 같다"고 말했다.

홍봉희 교수는 "정보과학회가 정보올림피아드를 열고 있는데 관심도 크다"며 "문제는 가르칠 교사가 매우 적다"고 말했다.

그는 "멘토링해야 하는데 초중고 교사자격증으로 진입 장벽을 쳤다"며 "개발 은퇴자들을 활용해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게 하고, 지역 대학에 컴공과 학생을 초중고 교육에 활용하게 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경원 SW정책관은 "실제로 교과서 만들어지는 게 블록형 언어로 만들어서 어렵지 않다"며 "34시간 이상으로 돼 있어서 그 이상으로 하면 되므로 시간 부족도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중학교 3분의1 정도는 정보교과를 선택해서 68시간 평균으로 가르쳤다"며 "교육시스템 변화는 어렵지만 우리나라 교사의 주어진 커리큘럼 수행력은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18만명 초등교사 중에 33% 이상 다 정보교과 교육을 한번 이상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점점 교과 시수를 늘리고, 교대의 소프트웨어 교육도 필수로 집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SW강국으로 가기 위한 방안 토론이 진행됐다 .

고건 교수는 공공 영역의 오픈소스 활용을 강조했다.

"리눅스 커널 강의를 서울대와 이대서 20년 넘게 해도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안 한다. 제대로 할려면 10년 넘게 공부해야 하는데 보상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안 쓴다. 전공자가 없어서다. 공공이 앞장서야 한다. 공개 소프트웨어 이외엔 양질의 교육할 방법이 없다. 바닥으로 내려가야 한다. 학생들에 대한 보상인 급여도 학위 기반이 아니라 스킬셋 기반이어야 한다."

홍봉희 교수는 체계적인 소프트웨어 코딩 능력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코딩 능력시험을 작년에 처음 했는데, 알고리즘을 만드는 어려운 문제로 했다. 알고리즘 작성 능력말고, 디버깅, 설계 등 다양한 측면으로 해야 한다. 역량에 따라 급수를 주고, 5만명 이상 자격증 보유자를 배출해야 한다."

이효승 대표는 공공 부처에서 제각각 시스템통합 사업을 하지 말고 모듈화할 것을 주문했다.

"어느 부처나 와서 자기네 물건을 만들라고 한다. 그러지 말고 레고처럼 가져다 모듈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엔지니어를 소진시키지 말아야 한다. 이것 때문에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이 30년은 뒤로 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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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원 SW정책관은 소프트웨어실무역량평가인 '탑싯(TOPCIT)'을 들면서 다양한 소프트웨어 인재 정책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정책에 인재양성은 중요한 부분이고 그를 위해 여러 정책을 해왔다. 탑싯 자격증은 15%만 객관식이고 나머지는 주관식인데, 소프트웨어의 전분야를 망라한 잘 만든 시험이다. 군은 의무적으로 보고 있고, 해외서도 참고하고 있다. 민간에서 관심을 갖고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면 좋겠다. 민간 자격 시험 많아지면 자칫 토익과 비슷해져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실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게 될 수 있어 주의깊게 봐야 한다. 올해 오픈소스로 어떻게 소프트웨어 교육 바꿀 것인가에 대해 오픈소스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