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논의에 갇힌 보편요금제

이해관계 좁혀지지 않는 논의만 지속

방송/통신입력 :2018/02/07 17:59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가 논리가 빠진 명분 쌓기 식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서로의 입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제 목소리만 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논의를 진행중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이하 협의회)도 거수기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협의회는 오는 9일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한 추가 논의와 함께 기본료 폐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보편요금제가 기본료 폐지에 상응하는 정책 대안 중 하나였기 때문에 기본료 폐지와 병행 논의를 한다는 것이다.

보편요금제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대책에서 공식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국정기획위는 기본료 일괄 폐지를 강제하는 방안을 찾다가 보편요금제와 취약계층 요금감면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통신비 부담 절감 대책이 나온 직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 3사의 서비스 매출 21조원에서 일괄적으로 6조4천억원을 걷어내면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국정위는 기본료 폐지는 포기할 수 없지만 정부가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에 이같은 대책이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즉, 협의회가 이해관계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보편요금제를 두고 정부와 국정위도 이행할 수 없다고 여긴 기본료 폐지 논의를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협의회가 통신사에 보편요금제 대안을 요구하는 것도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보편요금제 입법 추진을 시작하면서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을 할 당시, 통신사들은 인위적인 가격 규제는 시장 왜곡과 헌법 위배 소지가 있기 때문에 철회되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통신사에게 대안을 가져와야 한다는 요구는 협의회 내에서 정부가 시민단체와 함께 기업을 압박하는 그림 밖에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알뜰폰 사업자의 주장이 철저하게 배제되는 점도 문제다. 알뜰폰 회사들은 법으로 요구하는 보편요금제에 대응하는 수준의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보편요금제의 취지를 알뜰폰 회사가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700만 가입자의 알뜰폰이 고사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협의회 내에서는 보편요금제 도입시 알뜰폰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겠다고만 밝힐 뿐 기존 알뜰폰 지원 정책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존 정책으로 위기에 몰려있는 알뜰폰 회사와 가입자 입장에서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 시민단체가 반 알뜰폰 정책에 동조하면서 통신사 몰아가기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관련기사

또 이미 비교 분석 가치가 없고 오류가 가득하다는 평가를 받은 핀란드의 컨설팅 회사 보고서로 억지 주장을 펼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논의되는 보편요금제 법안 수준으로는 규제개혁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할 논리를 갖고 있다”면서 “보편요금제 도입을 강제하는 논의는 알뜰폰을 고사시켜 국내 시장에서 이통 3사의 과점 지위만 높이고, 5G는 물론 기존 통신 품질도 악화시키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