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규제, 심층 논의 없이 국회 프레임에 갇혀”

언론학회 "역차별 경쟁 저해 시장환경 만들 수도"

인터넷입력 :2018/02/06 17:29    수정: 2018/02/06 17:39

지난해 국회에서 ‘뉴노멀법’이 발의되는 등 인터넷 포털 규제 이슈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회가 제시하는 프레임대로 규제 논의가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또 인터넷 규제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부족하고, 다양한 논의가 필요함에도 뉴노멀법에서는 주로 포털사업자 지위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만 부각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아울러 인터넷 플랫폼 규제가 이용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면서도, 정작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용자 소외 문제가 심각히 나타난다는 문제도 언급됐다.

포털 규제를 위한 뉴노멀법에 위헌적 요소가 많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 “심층 논의 통해 인터넷 규제 원리·원칙 세워야”

6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는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4차산업혁명 시대, 바람직한 플랫폼 규제정책’ 세미나가 개최됐다.

여기에서 발제자인 경기대학교 윤성옥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는 국내외 인터넷 규제 논의를 살펴보고, 국내에서 제기된 뉴노멀법을 중심으로 기사를 분석한 결과를 공유했다.

언론학회가 주최한 플랫폼 규제 관련 토론회.

윤 교수에 따르면 언론은 지난해 3월 뉴노멀법 논의가 시작된 이후, 국회에서 관련 이슈가 이뤄지지 않은 4~9월 사이 기사를 거의 작성하지 않았다. 국회가 열리고 의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다시 기사가 쏟아지는 식이었다.

이에 윤성옥 교수는 “이런 특징은 어쩌면 국회-언론-국민 간의 관계에서 당연한 모습일 수 있지만, 국회에서 인터넷 규제를 위한 일련의 행위가 발생하면 언론은 이를 전달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며 “이는 인터넷 규제 논의가 자칫 국회가 제시하는 프레임대로 언론보도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인터넷 규제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부족한 문제도 짚었다. 기사형식이 토론회, 공청회 개최 등 전문가나 관련자들의 발언을 전달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단독 취재나 객관적 데이터를 통한 특집 기사가 적다는 지적이다.

또 그는 뉴노멀법이 주로 포털사업자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만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한계도 지적했다. 포털사업자 규제는 언론으로서 포털, 검색어 중립성, 표현의 자유 보호 등 다양하게 논의가 필요한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의 지위만 지나치게 부각돼 논의 자체가 한쪽으로 쏠렸다는 비판이다.

뉴노멀법 주요내용(표=윤성옥 교수)

아울러 그는 뉴노멀법에서 법적 쟁점은 시장경쟁, 공적 책무, 이용자 보호로 나뉘는데 주로 시장경쟁 분야 쟁점만 부각됐다는 한계도 꼬집어 말했다. 특히 이용자보호와 관련된 법률개정 내용이 많음에도 단독으로 이 문제를 짚는 경우가 한 건도 발견됐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소사업자와 콘텐츠 수익배분 문제 등을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윤 교수의 입장이다.

이 밖에 뉴노멀법 입법과 관련 논의에 있어 시민단체와 이용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도 유의깊게 살펴야 할 문제라는 것이 윤 교수의 시각이다. 학계와 산업계 의견뿐 아니라, 이용자들의 목소리도 많이 반영돼야 한다는 뜻이다.

윤성옥 교수는 “포털사이트는 단순히 경제적 재화나 서비스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이 아닌, 복잡한 특징과 기능을 갖고 있는데도 인터넷 플랫폼 규제 논의가 지나치게 시장중심적으로 접근되는 것은 문제”라며 “정책 결정과정에서 일반 국민의 여론을 적절히 반영하는 균형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뉴노멀법은 이용자 보호와 무관하게 이용자 보호를 명분으로 통제를 위한 인터넷 플랫폼 규제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국회나 언론이 심층적인 논의를 통해 우리 사회가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도록 공론화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한 인터넷 규제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인터넷 플랫폼 규제 원리와 원칙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신설규제, ‘탈영토성’ 플랫폼서비스 특성 무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김현경 교수는 포털과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통신사 같은 기간통신사업자 규제원리를 차용하는 뉴노멀법의 타당성을 연구해 그 결과를 공유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기간통신사업의 경우 정부가 소수의 사업자에게만 진입을 허용해 독점을 보장해 주되, 보편적 역무 등 특별한 의무를 부과한다. 반면 부가통신사업은 정부 규제 없이 자유업으로 영위되는 것이 바람직한 분야다. ‘신고’만 하면 되기 때문에 진입 문턱이 낮다.

그럼에도 뉴노멀법은 대형 포털사에 통신사 수준의 규제를 의무화 하도록 한다. 가령 방송통신발전기금과 같은 분담금을 부과하거나 시장획정을 통한 경쟁상황평가를 받도록 한다. 또 회계정리 의무 등을 지운다.

뿐만 아니라 규제의 시각에서는 뉴스 서비스를 하고 있는 포털을 정보 매개자가 아닌 뉴스서비스 사업자로 판단한다. 이에 언론사가 준수해야 하는 공적책임 강화를 요구한다.

이에 김현경 교수는 “방발기금 충당을 위한 분담금을 플랫폼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개정안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비례성 원칙 위반으로 위헌적 요소가 크다”며 “경쟁상황평가, 회계정리보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기간통신사업이 갖는 고유한 특성을 반영해 수립된 제도를 전혀 다른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동일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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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플랫폼 사업자에게 상시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역시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비례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무엇보다 모든 신설규제들이 ‘탈영토성’이라는 플랫폼서비스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규제들이 국내 사업자에게만 적용될 경우 결국 우리 정부가 우리 기업에게만 불리한 경쟁 저해적 시장을 앞장서 형성한다는 것이 김현경 교수의 총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