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특허 세계적 강자…"기술력은 최고"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찾아서]②코인플러그

컴퓨팅입력 :2018/02/06 14:04    수정: 2018/03/07 22:53

암호화폐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겁습니다. 그러나 그 논란과 상관없이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4차산업혁명 시대 새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이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자는 차원에서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찾아서'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한국은 블록체인 특허 강국이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92건 출원했다. 출원 건수 면에서 중국(550건), 미국(282건)에 이어 3위에 랭크돼 있다.

한국을 블록체인 특허 세계 톱3에 오르게 한 1등 공신은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아니다. 직원수 50명 남짓의 블록체인 스타트업 '코인플러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코인플러그는 전세계 기업 중 블록체인 특허를 두번째로 많이 출원했다. 1위는 중국 스타트업 부비(Bubi)로 26건이고, 코인플러그는 21건다. IBM(17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17건)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도 코인플러그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코인플러그가 글로벌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얼라이언스(EEA), 하이퍼렛저, 차이나렛저 회원사이고 R3와 일본 핀테크 SBI와 협력하고 있다는 점도 이 회사의 기술력을 보여준다.

코인플러그는 스스로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자부하지만 "아직 경제적 성공을 이루진 못했다"고 평가한다.

코인플러그 어준선 대표

기술력만 가지곤 성장하기 어려운 이유는 역시 규제 때문이다. 코인플러그는 암호화폐 거래소 CPDAX와 블록체인 플랫폼 등 두 가지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둘 다 한국에서 사업하기 녹록지 않았다.

코인플러그 어준선 대표는 "정부가 세계 최초 CDMA방식 이동통신을 상용화 했을 때 가진 도전 정신으로 블록체인 시장을 바라봐야 한국이 세계 블록체인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제한적 상황에서도 코인플러그가 추구하는 목표는 분명하다. "블록체인이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시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이 믿음이 맞았다는 점을 시장에 증명해 보이겠다"는 각오다.

코인플러그 특허 기술 총집약된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

코인플러그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파이도렛저(Fidoledger)'를 바탕으로 금융권에 많은 프라이빗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 블록체인 기반 사설인증서 및 싱글사인온(한번에 관련 서비스 통합 로그인) 서비스 등을 여러 은행과 카드사에 구축했다.

최근엔 SK텔레콤, 전기안전공사, 보험회사와 함께 전기 설비에 IoT 센서를 달아 이상징후 데이터를 수집하고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블록체인 기반 IoT 플랫폼 사업도 추진 중이다. 블록체인에 IoT 센서 기록을 기록해 사고 발생 시 증거 자료, 참고자료, 보험료 산정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코인플러그의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구성도(이미지=코인플러그)

코인플러그는 또 한 시중은행이 추진하는 암호화폐 볼트서비스(금고서비스)의 기술개발사로 선정됐다. 볼트서비스는 암호화폐를 거래소에 맡기거나 스스로 보관하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은행이 대신 보관해 주는 서비스다. 바로 사업화는 어렵지만, 미래를 시장을 대비하기 위해 은행권도 준비에 나선 것이다.

코인플러그가 이런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특허로 입증된 기술력 덕분이다. 회사가 국내외 출원한 특허수는 모두 합치면 140여 개가 넘는다. 블록체인 기반 인증, 결제, 문서관리, 스마트 계약,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특허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어 대표는 지금같은 프라이빗 블록체인 사업으론 성장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에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기술적으로는 많은 것을 얻었는데, 경제적인 이익은 많지 않다. 아직 국내 환경이 블록체인에 돈 쓸 만한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념증명(PoC) 차원의 프로젝트가 대부분이고, 이익이 안 남아도 레퍼런스 확보를 위해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의 냉혹한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어 대표는 이어 "그래도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면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이 다행"이라며 "대중의 이해가 높아지고 참여가 많아지면 할 수 있는 사업이 늘어 날 것 같다"고 예상했다.

특히 퍼블륵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공개(ICO)에 기대를 걸고 있다. "초기 기업들이 거대한 플랫폼을 만들고 마케팅하기가 굉장히 힘들다"며 "아이디어 좋고 기술도 있는 업체들이 필요한 플랫폼, 사용자, 마케팅 비용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ICO이다"고 강조했다.

코인플러그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ICO를 계획하고 있다. "각국 정부마다 ICO를 보는 입장이 조금씩 다르지만 긍정적으로 보는 나라들이 있다"며 "우리도 ICO를 준비 중에 있고 곧 백서를 공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일반 대중에 공개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아니고 해외 적격투자자에 한해서만 투자를 받을 계획이다. 투자가 금지된 나라에선 진행하지 않을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 해외에서 돌파구 찾는다

2014년부터 시작한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은 최근 정부 규제에 협력관계를 맺어온 은행들이 부담을 느끼면서 상당히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코인플러그 거래소 CPDAX는 현재 원화입금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동안 가상계좌를 받아온 우리은행이 내부 사정으로 실명계좌 시스템을 오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1월말부터 암호화폐 실명거래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코인플러그도 암호화폐 거래에 가상계좌 사용을 중지했지만, 실명계좌 시스템도 도입되지 못한 상황이다.

코인플러그 암호화폐 거래소 화면 캡처

코인플러그는 다른 은행과도 실명거래시스템 연결을 위해 의사를 타진 중이다. 코빗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생긴 거래소로, 현재 빅 4로 불리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거래소뿐 아니라 다른 암호화폐 관련 사업도 최근 냉각 분위기다. 코인플러그는 편의점과 비트코인 선불카드 판매, ATM을 통한 출금 사업도 진행해 왔다. 은행권과 선불카드 판매, 카드사와 비트코인으로 포인트 전환 등의 사업도 하고 있었다. 이 모든 사업이 최근 규제 분위기로 모두 중단됐다. 홈페이지에도 서비스 중지에 대한 공지를 게시했다.

어준선 대표는 "거래소와 암호화폐 쪽 사업은 융단폭격을 맞은 수준"이며 "이제 국내에선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도 아닌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어 대표는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기술에 대한 전문성과 사업경험을 살려 해외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어 대표는 "해외는 암호화폐를 국내와 다른 시각으로 보는 나라들이 많다"며 "해외 2~3개 국가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 상황에 대해선 "국내 암호화폐 광풍이 부니까 부작용이 우려돼 정부가 규제를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기술과 산업에 대한 이해가 쌓일 것이고 글로벌 트렌드와 다른 방향으로 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어 대표는 코인플러그는 거래소 운영에 필요한 글로벌 스탠다드를 모두 따르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크립토커런시시큐리티스탠다드(CCSS)라는 비영리 제단에서 만든 규격을 그대로 지키고 있고, 웹사이트의 기본을 지켰는지 테스트하는 '모질라재단' 평가에서도 A+ 등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제2의 CDMA 신화 만들려면...정부도 벤처 도전정신 되새겨야"

어준선 대표를 포함해 코인플러그 창립 멤버 중엔 현대전자 출신으로 글로벌 IT기업 시스코에 오랫동안 몸담은 사람이 많다. 현대전자의 CDMA 사업부가 '엑시오'라는 스타트업으로 독립했고, 이를 시스코가 1억7천만 달러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어 대표는 2000년대 초반 CDMA 분야에서 일하면서 정부의 과감한 추진력을 몸소 느꼈다. "당시 이동통신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선택의 기로에 있었는데 퀄컴이라는 스타트업 기술을 믿고 정부가 CDMA라는 디지털 방식을 선택했다.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고 우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것이다. 지금의 갤럭시 신화가 나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어 대표는 "이후 정부의 그런 도전적 선택은 볼 수 없었다. (지금 블록체인에 바라는 점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개인이 신사업을 해볼 수 있게 자리는 마련해 줘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코인플러그가 2014년 선보인 비트코인 ATM기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 분리 가능 여부를 놓고 국내에서만 논쟁이 뜨거운 상황도 같은 맥락에서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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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블록체인은 암호화폐를 빼놓고 존재할 수 없다. 프라이빗은 암호화폐 없이 가능하지만, 큰 혁신을 가져오긴 어려운 사업이다. 퍼블릭 블록체인이 인터넷이라면, 프라이빗은 인트라넷이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를 바꾼다고 얼마나 큰 혁신이 일어나겠나. 관련 사업을 하는 블록체인 전문 기업도 SI비즈니스 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어 대표는 미래 세대를 위해 블록체인 산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의 미래는 중년과 장년이 경험했던 세상이 아니다. 이제 경제의 주역은 청년들인데, 청년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논의해야하고, 그들이 도전할 수 있게 배려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