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옥중 1년 구상' 어떤 것일까

M&A·투자·신뢰회복 등 '큰 그림' 내놓을 지 주목

디지털경제입력 :2018/02/05 17:37    수정: 2018/02/05 18:1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항소심 선고에서 집행유예(2년6월에 집유4년)로 풀려나면서 삼성전자는 일단 총수 장기부재에 따른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됐다. 이 부회장의 석방으로 삼성전자는 기업인수합병(M&A)과 단기 투자 등 시급한 경영 현안을 정상화하는 데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석방됐다고 해도 당장 경영에 복귀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변수가 적지 않다. 또한 1년간의 그의 경영 공백으로 미뤄졌던 각 부문의 사업 현안이 얼마나 빨리 정상화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가깝게는 검찰의 상고가 예상되는 만큼 대법원 확정 판결이 아직 남아있다. 물론 법률심인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뒤집기는 어렵지만 아직 이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들에 대한 법적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또한 재벌 총수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에 따른 정치권, 시민단체 등 여론 상황이 삼성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경영 정상화를 서두르겠지만 여러 측면에서 제약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내놓을 답변은 아직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삼성 측은 이번 항소심 판결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이번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 받았다. 2심에서도 12년형을 구형한 특검은 상고 의사를 내비추고 있다. 대법원 심리는 법률심으로 법리적 쟁점에 대해서만 심리하지만 원심 판결에 대한 인용·파기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섣부른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경영 복귀 시점 언제...미래성장 동력 확보 등 과제 산적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수감되어 있던 지난 1년여 동안 오너 부재로 인해 기업 인수합병(M&A) 등 사업 전략과 신사업 투자 및 추진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미래 성장을 좌우할 인공지능(AI), IoT, 빅데이터, 자율차 등 차세대 사업 분야에서 M&A 등 큰 흐름을 타지 못하고 뒤쳐지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 의식이 팽배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선단장 없는 배를 타고 있는 참담한 심정", "위기의 시작점은 바로 지금"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업 구조 혁신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의 초호황으로 실적 측면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매분기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하고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IM사업부문이나 TV·가전 등 CE 사업부문의 실적과 시장 성장 전망이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은 시장 포화와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으로 인도, 중국 등 신흥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이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례로 지난 4분기 IM부문은 매출 25조4천700억원, 영업이익 2조4천2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전성기 시절인 3~4조원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중장기적으로 지속 성장을 위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디바이스솔루션(DS), IT·모바일(IM), 소비자가전(CE) 등으로 대표되는 현 사업 구조를 미래 지향적으로 혁신 시켜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그동안 끊어졌던 글로벌 경영 네트워크 가동에도 다시 나서야 한다. 이 부회장은 작년에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지주회사인 '엑소르'의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또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의 상임이사직 임기 연장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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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 무죄를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외적인 신뢰 회복에도 나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부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그룹 회장이란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향후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시 삼성전자의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 스타일에 큰 변화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