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의 음원 사업 재진출 무기는 ‘중무장 ICT’

고도화된 데이터 활용 능력, 실감형 미디어 기술력 압도

방송/통신입력 :2018/01/31 11:37

SK텔레콤이 국내 유력 기획사와 맞손을 잡고 음악 사업과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에 뛰어드는 가운데 기존과 차별화된 정보통신기술(ICT)을 꺼내든 점이 주목된다.

31일 SK텔레콤은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음악사업 협약식을 갖고 연내에 음악 플랫폼 사업을 위해 합의를 마쳤다.

인공지능(AI), 5G, 블록체인 등 차세대 ICT 기술을 내세운 신규 음악 플랫폼 서비스를 함께 선보이기로 한 것의 합의 내용의 골자다. 통신사가 가진 네트워크를 통한 배급망 기술 외에 SK텔레콤이 최근 투자와 개발을 집중하는 차세대 기술을 꺼내든 것이다.

멜론 서비스를 키워낸 SK텔레콤은 카카오가 멜론을 인수한 뒤 지분을 정리했다. 이후 새로운 플랫폼을 다시 만들어낸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기존 음악 시장 구조가 굳어져 있는 가운데 SK텔레콤이 활용키로 한 미래 기술은 다각적인 의미를 갖는다.

■ 데이터 기반 서비스 고도화 우위

우선 SK텔레콤은 AI 서비스의 밑거름이 되는 데이터 부문에 상당한 힘을 쏟아왔다.

단순히 데이터 사이언스 조직을 갖추는데 그치지 않고 사내 모든 사업부에 데이터 관련 조직을 배치했다. 사업부 단위는 물론 인사를 비롯한 기업문화와 경영지원 업무에서 얻어지는 데이터도 소홀히 대하지 않고 데이터 기반의 회사 전략을 갖춰왔다.

이 부분이 기존 음악 시장 구조와 비교해 훨씬 고도화된 데이터 기반의 신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AI 플랫폼의 핵심 콘텐츠를 음악으로 볼 때 기존처럼 단순히 이용자가 자주 듣던 패턴의 음악을 골라주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보다 개인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힙합이나 해외 팝을 즐겨듣는 이용 패턴 분석에 따른 추천 외에 신보가 나왔을 때 이용자 맞춤형 콘텐츠 공급 관점에서 추가적인 가치를 내놓을 수도 있다.

또 음악 사업의 파생 콘텐츠에서도 데이터를 통한 사업 예측성이 높아진다는 점이 눈에 띈다.

회사 관계자는 “이전까지 공연이나 굿즈 사업은 수요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워 수요에 맞는 공급이 쉽지 않았던 측면이 크다”면서 “음악 사업을 비롯한 파생 콘텐츠 사업을 마구잡이 식이 아니라 규모를 예측하고 적기에 공급하는 사업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블록체인과 AR·VR, 차세대 디지털 콘텐츠의 핵심

SK텔레콤의 이날 발표 내용 가운데 신규 음악 플랫폼에 블록체인을 도입하겠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음원 저작권 보호화 거래 기록 투명화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꼽았다. 또 블록체인을 통한 거래 비용 절감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주된 이유로 들었다.

국내에서는 암호화폐 외에 디지털 콘텐츠 유통의 블록체인 도입 논의는 많지 않았다. 전자문서의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적용을 위한 시도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디지털 음원 유통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어떤 이용자가 어떤 방식의 결제를 통해 특정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분산 저장된 로그를 역으로 추적하면 된다.

이 경우 대규모 창작 집단 외에 자신의 저작권 요구를 강하게 할 수 없는 영세 창작자의 권리를 더욱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이용자의 패턴도 블록체인 기술로 남아 새로운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의 고도화도 가능해진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5G 통신 시대에 부각될 실감형 미디어 기술로 스트리밍 위주의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 콘텐츠로 국면이 전환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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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통신사인 SK텔레콤과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서로 요구하는 부분이 정확히 일치한 점으로 보인다. 5G 시대 킬러 콘텐츠를 원하는 통신사와 새로운 콘텐츠 제작 방식을 원하는 엔터테인먼트의 계산이 맞아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UHD 방송 콘텐츠가 제작되기 시작할 당시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방송사와 4K 화질 기반의 뮤직비디오 촬영 협업에 노력을 기울였다”며 “실감 미디어 기술을 가장 많이 준비하고 있는 통신사와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힘을 합치면 콘텐츠 제작에 그치지 않고 협력 모델의 새로운 플랫폼 구축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