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애플스토어…한파속 '밤샘 노숙'

[르포] '가로수길' 가보니…수백명 대기, 1인 시위도

홈&모바일입력 :2018/01/27 12:56    수정: 2018/01/28 11:21

"한국 첫 애플스토어에 1등으로 입장하고 싶어 추위를 무릅쓰고 기다렸습니다"(최지언, 강남구·18세)

국내 첫 애플스토어가 문을 열면서 가로수길에는 개장을 기다리는 방문객들의 뜨거운 열기가 이어졌다. 손발이 얼어붙는 듯한 매서운 한파도 첫 애플스토어를 보러 오기 위한 애플 팬들의 발걸음을 막지 못했다.

이날(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국내 첫 애플스토어 '애플 가로수길' 앞에는 개장하기 한 시간 가량 전인 오전 9시 11분 기준으로 330명의 소비자들이 줄을 이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23번째로 애플스토어가 상륙한 국가다.

영하 16도에 이르는 한파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꺼운 겉옷과 목도리, 장갑 등으로 꽁꽁 싸맨 대기자 행렬이 끝을 볼 수 없을 만큼 길게 이어졌다. 대기자들은 강추위에 붉어진 얼굴로 애플 직원이 제공한 아메리카노와 핫팩을 들고 개장을 기다렸다. 개장 시간이 다가오자 "10분 남았다!"고 외치고 7.6미터 유리벽을 넘어로 보이는 높은 천장을 보고 감탄하기도 했다.

개장하기 2분 전 애플 가로수길의 문이 활짝 열렸다. 카운트다운이 이어지고 오전 10시가 되자 140명의 애플 직원들이 박수를 치고 큰 환호를 보내며 방문자를 맞았다. 이들은 입장문 뒤로 양렬로 서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하고 '반갑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추우시죠', '어서오세요' 등의 인사를 건네며, '반가워요' 문구가 적힌 기념 티셔츠가 든 박스를 전했다.

애플 가로수길 첫 대기자는 전날(26일) 오후 3시 30분부터 약 18시간 줄을 선 최지언 씨였다. 현재 해외 소재 미대 입학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최씨는 새벽에는 침낭에서 노숙을 하고 근처 카페 화장실 등을 이용하며 추위를 버텼다. 그의 가방에는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맥북 등 애플 기기들이 있었다.

최씨는 "한국 첫 애플스토어에 1등으로 입장하고 싶어 추위를 무릅쓰고 기다리게 됐다"며 "한국에 애플스토어가 들어오면서 기존에 누릴 수 없었던 새로운 애플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 같아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애플 '배터리 게이트' 사태에 대해서는 "현재 아이폰7플러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았다"며 "배터리 문제는 애플과 소비자 양측의 입장이 모두 이해되는 부분이고, (본인의 경우) 아이폰 신제품을 구매하면 두 번 이상 iOS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최지언(강남구·18세)씨.(사진=지디넷코리아)

이날 새벽 3시부터 줄을 선 A씨(남·19세)는 "현재 아이폰6를 사용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기기 작동이 멈추는 문제 때문에 수리 서비스를 받으려고 한다"며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으면 그 때 구매를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애플 가로수길은 개장한 이날부터 분야별 교육 세션과 로봇 코딩 체험, 수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각 아이폰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배터리 교체도 가능하다는 게 이 곳 직원의 설명이다. 정식 서비스는 내주 월요일(29일)부터 시작하며 예약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아이폰 개통의 경우 매장 내 전산 작업을 마치는대로 가능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애플 가로수길 맞은편에서는 1인 시위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9시50분 전 B씨(남·29세)는 '뉴턴이 '사과'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당연한' 것을 보고 중력의 법칙을 알아냈듯이 휴대폰도 '당연히' 오랫동안, 처음 산 그날과도 같은 물건이 좋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한참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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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을 비롯해 아이패드, 맥북 등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는 그는 "팻말에 적힌 게 하고 싶은 말의 전부"라며 "지금까지 수많은 아이폰 모델들을 사용해 왔는데 이번 배터리 사태와 관련해 애플의 책임있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 아이폰 배터리도 조만간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안젤라 아렌츠(Angela Ahrendts) 애플 리테일 부문 수석 부사장도 방문하며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