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RTC 화상강의, 경희사이버대 학생 1만명 사로잡나

강윤주 온라인교육처장 "구루미클라우드, 교수-학생 교류방식 바꿔갈 듯"

컴퓨팅입력 :2018/01/25 16:00    수정: 2018/01/25 17:57

경희사이버대학교(이하 '경사대')에서 재학생 1만명의 교육환경을 바꿔 가기 위한 실험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2년 전 온라인교육지원처에서 대학원생의 실시간 세미나와 학부생 강의에 웹표준 기반의 클라우드기반의 화상강의 서비스 '구루미클라우드'를 쓰기 시작하면서다.

기존 화상강의 솔루션은 모바일 기기를 지원하지 못했다. PC 사용자에겐 프로그램 설치를 필수로 요구했다. 설치 후 원활한 사용을 위해 때론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연령대부터 디지털 사용 환경까지 천차만별인 사이버대학교 학생들의 여건을 고려하기 어려웠다.

반면 구루미클라우드는 컴퓨터에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고 동작한다. 브라우저 앱이 있는 PC와 모바일 기기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다. 그 브라우저가 '웹RTC(WebRTC)'라는 표준 웹기술을 지원하기만 하면 된다. 최신 PC, 태블릿, 스마트폰용 주요 브라우저는 모두 이를 지원한다.

구루미클라우드는 웹RTC기반 화상 솔루션 개발업체 '구루미'가 만든 클라우드서비스형 화상회의 솔루션이다. 구루미클라우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사대 일부 학생들에게 온라인강의를 쉽고 간편하게 지원하는 화상강의 시스템으로 도입됐다. 현재 1천명 정도가 이를 접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강윤주 온라인교육처장 겸 교수학습지원센터 소장

경사대에 따르면 구루미클라우드 도입으로 재학생 전반의 편의가 개선됐다. 수업을 준비하는 조교와 교직원의 업무부담도 줄었다. 학교 차원에선 기존 솔루션과 달리 교내 전산시스템에 구축이 불필요하고, 그에 따른 시스템 유지보수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 효과를 보고 있다.

경사대는 왜 구루미클라우드를 도입했을까. 학생과 교직원들은 이를 어떻게 쓰고 있을까. 경사대의 온라인강의 환경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최근 만난 경사대 온라인교육지원처의 강윤주 온라인교육처장 겸 교수학습지원센터 소장이 이 물음에 답했다.

강 처장은 지난 23일 인터뷰에서 더 많은 학교 구성원들에게 구루미클라우드 활용을 장려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또 온라인강의 환경에서 흔히 부족한 교수와 수강자간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저비용으로 더 고품질의 글로벌 교육콘텐츠를 만들어보겠다는 구상도 언급했다.

강 처장과의 인터뷰를 아래 문답으로 정리했다.

■ 해외 각지 학생간 온라인 화상 세미나에 주효

- 경희사이버대학교와 온라인교육처장 본인의 업무를 소개해 달라

"경사대는 스물대여섯개 학부와 대학원 전공 6개를 포함하고 재학생 규모가 1만명 가량인 사이버대학교다. 강의별 규모는 학부생의 경우 과목 특성차와 교수 재량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최대 200명 정도, 대학원은 강의당 최대 25명이다.

나는 대학 행정 중 온라인교육을 지원하는 온라인교육지원처 부서장이다. 온라인강의를 운영하는 대학 특성상 IT와 교육공학을 동시에 알고, 디자인 감각도 필요한 자리다. 사이버대학교 교수가 된지 12년째다. 원래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온라인 교육콘텐츠 만드는 걸 좋아한다."

- 구루미클라우드라는 서비스를 도입한 계기는

"전에 학교 종합정보시스템을 전체적으로 바꾸려고 했다. 불만영역을 하나하나 점검하기 시작했다. 대학원 쪽에서 구루미라는 시스템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졌다.

대학원이 만들어진지 몇 년 됐는데, 여기서 필수인 온라인 세미나를 진행할 때 문제점을 알게 됐다. 대학원은 온라인으로든 오프라인으로든, 학기마다 3번씩 실시간 세미나를 해야 한다. 오프라인으로 계속 만나긴 어렵기 때문에 온라인 세미나에 좋은 툴이 뭘까 고민이 있었다."

- 교내의 실제 구루미 활용 현황과 사례를 알고 싶다

"지금 대학원생은 100% 구루미를 쓴다. 학부에서는 한 번이라도 구루미를 접해 본 학생까지 포함하면 1천명 정도다. 다만 학부 교수 다수는 아직 학생들과 상호작용식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낯설어 한다. 학부 교수 중에는 5~6명 정도가 실험적으로 썼다.

일단 교수님과 학생간 세미나에 쓰였다. 우리는 사이버대학이다보니 학부 학생중 회사원이 많다. 온라인으로 실시간 세미나가 가능해 밤 8시부터 시작해 12시를 넘겨서까지 토론하는 일도 빈번하다. 대학원은 이보다 더하다. 세미나는 학생들끼리도 진행한다.

학생간 활용으로는 글로벌한국학과를 들 수 있다. 학과에 한국어교사자격증 취득 교육과정이 있다. 자격증 만들어지기 전부터 해외에서 한국어교사로 일하던 사람들이 수업을 듣는다. 재학생 중 70~80%가 해외 거주자다.

이들은 해외 전역에 흩어져 있어서 오프라인으로 모이는 게 불가능하다. 온라인 세미나를 하기 위해 구루미를 잘 활용한다. 이들에게 강의 진행할 때 어떻냐고 물으면 (구루미 사용) 이전보다 훨씬 낫다고 얘기한다."

■ 프로그램 설치가 없다는 작지만 큰 차이

- 교육관리시스템(LMS)에 통합돼 있던 기존 툴은 어떤 것이고, 뭐가 불편했나

"2010년쯤 도입했던 설치형 솔루션이다. 수강생 중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도 일부 있지만 연로한 이들도 있다. 수강생 연령대가 10대부터 70대까지 걸쳐 있다. 연배가 60~70대 정도 되면 기존 기술로 제공하는 프로그램 설치, 세미나 참가를 어려워하거나 못하기도 한다.

이들에겐 설치 자체가 어려운 작업이 된다. UI도 직관적이지 않아서, 사용자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도 생긴다. 조교가 수업운영을 하기 위해선 이런 것에 적응 안 되는 사용자에게 원격으로 프로그램 설치, 카메라 설치 등 지원할 게 많았다.

대학원에서도,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한 다음에야 온라인 세미나를 진행할 수 있다. 나처럼 10년 넘게 사이버대학 관련업무 하는 사람이면 처음부터 (익혀서) 진행하면 된다. 대학원은 아니다. 2년마다 새로운 사람이 계속 와서 적응해야 한다.

사용자에게 직관적인 툴을 찾다가 구루미를 발견했다. 프로그램 설치를 안 했으면 좋겠고, 웹에서 구현이 다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구루미를 실행하면 기기의 카메라 영상도 기본으로 뜨니까 결국 관리자가 손 볼 게 별로 없어졌다. 우리가 너무나 원했던 솔루션이었다.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 입장에선 방법이 단순할 수록 좋다. 한 2년 가까이 구루미 등 서너개 (화상강의용) 툴을 테스트해 봤다. 구루미는 처음 써볼 때부터 기본적으로 회원가입조차 하지 않고 실행할 수 있다는 게 큰 이점이었다. 이젠 최적화를 거쳐서 우리 LMS에 통합돼 있지만.

이런 사용편의 효과는 수업 준비하는 조교들이 가장 잘 안다. 시스템 활용 관점에서 구루미가 훨씬 낫다. 내가 IT 전공자는 아니지만 얼마나 단순하고 사용자들이 편하게 쓸 수 있도록 UI가 만들어졌는지가 소프트웨어의 중요한 일면일 텐데, 구루미를 이런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

- 학부생들도 활용하고 있는지

"학부에서는 교육콘텐츠 제작, 운영 환경을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일반 대학교의 (오프라인 기반) 학부생의 교수와 학생간 교류 방식을 사이버대학교에서도 운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구루미를 사용하면 (온라인강의) 교육은 일방향식이라는 편견을 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100명이상 학생이 듣는 대규모 강의에서 그중 10명이라도, 학기 중에 한 주만이라도, 교수와 대면해서 수강할 수 있는 방식이 가능하다면.

그러자면 학부에서도 처음 온라인강의 툴을 쓸 때 단순해야 한다는 게 중요했다. 학부생은 대학원생처럼 꾸준히 학기당 3번씩 온라인 세미나를 할 일은 없으니까. 처음 학생들이 이걸 쓸 때 실제로 진입장벽이 낮았고, 실제로 써보면서 좋아했다."

■ 온라인강의에 상호작용 더해…교수들 '면벽수행' 피로도 줄일 듯

- 온라인교육에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것 같다

"일반적인 상호작용은 학생이 게시판에 글 올리면 교수가 답을 다는 거다. 언젠가 교양 과목 수업을 진행하는데 학생이 올린 글이 너무 많아 일일이 답하기 힘들었다. 그 때 연구실에 카메라 하나 놓고 '보이는 라디오'처럼, 질문글을 하나씩 읽고 이 내용에 대한 답은 뭐다, 그렇게 녹화해서 보여 줬다. 실시간은 아니었지만 이것도 영상으로 가능한 상호작용 방식의 하나라 생각한다.

이 보직(온라인교육처장)과 교수학습지원센터장을 같이 맡으면서 더 나은 온라인 교육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역할을 맡은지 10년차가 넘어가는데, 점점 학생들이 눈앞에 보이지 않고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만으로는 참여도가 낮다고 느껴지고 혼자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온라인수업을 맡은 교수 대부분이 이런 피로감을 느낀다.

교수들이 교단에 설 때 힘이 되는 건 학생과의 피드백과 리프레시인데, 그간 이런 상호작용이 없으니 '면벽수행'같은 기분을 토로한다. 화상강의 툴을 통한 상호작용으로 이런 피로감 극복하는 게 답이라 본다. 그래서 올해 더 적극 활용하려 한다."

- 재학생들 외의 다른 활용처도 있나

"학교만이 아니라 외부, 공무원들에게 온라인 화상회의수단으로까지 구루미를 알리게 된 상황이다. 예술경영전공수업을 진행하면서 나주나 세종시 등 지역마다 흩어져 있는 문화예술분야 관련사업을 하는 기관과의 화상회의에 이걸 쓰면 좋아하더라는 걸 알게 됐다."

(편집자 주: 강 처장은 문화창조대학원 문화예술경영전공 주임교수이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직도 맡고 있다.)

- 더 개선돼야 할 점은 없을까

"한 학기동안 활발히 이용해 온 수업조교, 교수, 학과 직원들과 얘길 나눠 본 결과 이전 것과 비교가 되지 않게 낫다는 건 분명하다. 개선점은 치명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 수업 운영을 조금 더 편리하게 해달라는 것, 사소한 것들이다. 발표가 진행되고 있을 때는 화면에서 듣고 있는 학생들 창을 빼고 교수와 발표자 것만 나오게 만든다든지, 학생이 아니라 교수가 기기의 마이크를 켜고 끄는 제어권을 갖게 한다든지."

■ 개별화하는 온라인교육 맞춤 도구로 기대

- 수업 참여자 입장과 별개로 학교 차원의 이점은 뭐가 있나

"비용면에서 유리하다. 기존 설치형 프로그램 구축, 운영 환경은 뭔가 구입하면 서버에도 설치해야 했고, 그것 때문에 서버도 구입해야 했다. 그게 (소요 비용이) 크다. 사이버대학교는 건물 증축보다 서버 증축이 중요한데, 구루미클라우드 도입할 땐 그러지 않아도 됐다. 이용자 수에 딱 맞춰 쓴 만큼 요금을 내고 있다. 한 학기 전체 집행한 예산 총액을 봐도 기존 솔루션 구입 비용대비 차이가 커서, 기획처가 좋아한다.

또 설치형 솔루션을 쓰는 동안에는 유지보수하더라도 기술은 결국 노후화하는 것이다. 이후 변화가 필요하면 업그레이드 요청을 따로 해야 한다. 구루미클라우드는 클라우드서비스라 언제나 최신버전을 자동으로 유지해 준다. 우리가 그에 대한 별도 비용을 치르지도 않는다.

다른 중요한 차이는 모바일 대응이다. 전에는 온라인강의 수강환경이 PC만 지원했다. 이제 모바일로 강의를 듣는 학생이 많다. 온라인세미나도 마찬가지다. 구루미는 모바일로도 참여할 수 있게 돼 학생들이 반겼다. 설치형 솔루션으로 모바일 대응하려면 그도 문제였을 것이다."

- 경사대 온라인교육 환경을 어떻게 바꿔가고 싶은지

"나노학위같은, 소규모 맞춤형 교육을 지향하는 추세다. 사이버대학교에 자유전공제같은 걸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학생이 자기 교육과정을 짜서 졸업하게 하는 거다. 학생이 맥락없이 자기 교육과정을 짤 수는 없으니 이를 위해 교수들이 컨설턴트 역할을 해야 한다. 교수와 학생간 상호작용이 중요한데, 일일이 만나서 하기 어렵다. 구루미클라우드가 세미나, 수업 툴만이 아니라 상담용 툴로도 유용할 것 같다.

대학원에서는 논문지도도 하게 될텐데, 여기에도 구루미가 좋다. 이걸로 교수와 학생이 문서를 공유하면서 빨간줄 그어가며 볼 수 있다. 내가 독일에서 박사과정 지도받을 땐 지도교수와 2주 전에 약속 잡고 당일 줄 서서 앉아 있다가 15분 얘기하고 나와야 했다. 예전 생각하면 지금 구루미 사용 환경은 상당히 좋아진 거다. 온라인 교육은 점차 개별화하고 구루미는 그에 맞춰 필요한 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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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쉽게 쓸 수 있으니 강사 섭외를 국내서만 할 게 아니라 해외 석학이나, 해외 거주 중인 한국인 석학들과 학생이 강의에 함께 참여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싶다. 수준높은 글로벌콘텐츠 강의를 저비용으로 할 수 있겠다.

온라인세미나에 익숙해진 대학원에선 스스로 이용방식을 개발해 나갈 것이다. 학부는 지난해까지 실험적으로 써 보는 해였다면, 올해는 더 활성화하는 해로 본다. 3~4년 뒤에는 이런 방식이 일상화된 선도적인 대학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