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기술, 우선 허용하고 사후 규제한다

대통령 주재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방안 토론

방송/통신입력 :2018/01/22 11:30    수정: 2018/01/23 07:53

신기술과 신산업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규제를 혁신하기 위해 관계부처가 모인 범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설정에 이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매 정부마다 규제혁신을 꾀했지만 일부 구호에만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실제 해결 사례를 포함한 추진성과를 논의하기 시작한 점이 눈길을 끈다.

정부는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 토론회’를 열고 신산업과 주요 혁신성장 선도사업에 대한 규제혁신 추진성과와 향후 추진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규제혁신 토론회는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정책수단인 규제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전 부처가 함께 공감하고 실질적인 혁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새 정부 규제개혁 추진방향’에서 신기술과 신산업 규제 혁파방안을 제시했다. 이후 원칙허용과 예외금지를 통한 기존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에서 우선허용과 사후규제를 통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전환방안은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는 혁신적인 규제 설계 방식”이라며 “신제품과 신기술의 신속한 시장 출시 등을 우선 허용하고 필요시 사후 규제하는 방식으로 규제체계를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전환은 우선 입법방식에 기존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에 ▲포괄적 개념 정의 ▲유연한 분류체계 ▲사후평가, 관리까지 추가하는 입법 방식이다. 또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제도 도입을 통해 신사업 시도가 가능하도록 기존 규제를 탄력 적용하는 방식을 포함하고 있다.

■ 38개 개선과제, 포괄적 네커티브 규제 우선 고친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전환의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난해 10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발굴된 자동차 분류체계 유연화 등 총 38건의 개선과제를 우선 해결키로 했다.

우선 신제품이 법령에 저촉되지 않도록 포괄적으로 개념을 정의해 올 하반기부터 LNG 선박에서 연료공급사업을 할 수 있고, OLED를 활용한 교통안전표지판의 출시가 가능해진다.

선박연료공급업이 선박급유업에 한정된 점을 고쳐 연간 4.5억달러의 시장 창출이 가능한 LNG 연료공급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또 기존 발광형 교통안전표지의 광섬유 표현을 발광체로 확대해 OLED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제품 분류 체계에 포함되지 않는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혁신 카테고리를 신설해 해결하는 과제도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를테면 초소형 삼륜전기차는 현재 자동차 체계 내에 포함되기 어렵지만 혁신카테고리 도입에 따라 초경량 전기자동차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16종에 한정된 옥외광고물에 빛을 이용한 광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광고가 새롭게 나올 수 있고, 이전까지는 장기이식이 가능한 조직을 13종으로 제한했지만 장기등이식윤리위원회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할 경우 새롭게 허용되는 카테고리가 늘어난다.

금지사항만 열거해 별도로 열거되지 않은 사항은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네거티브 리스트를 통해서는 유전자 치료 연구의 대상질환을 늘리고, 사물인터넷 환경센서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대기오염을 측정할 수 있게 된다.

이전까지는 유전자 치료 연구의 대상질환을 유전질환, 암, AIDS로 제한했지만 다른 질병도 유전자 치료를 위한 연구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 대기오염물질을 측정하는 방법이 기존 법에 제한됐지만 측정방법 조문을 없애 IoT 센서로 다양한 방식의 측정이 가능해진다.

이밖에 뮤직비디오는 자체 심의만으로 시장에 선보일 수 있게 된다. 영상물등급위원회사 사전 등급분류를 해왔지만, 자율심의와 사후 평가 관리를 도입하면서 이뤄진 결과다.

또 식품 시험 검사기관의 장비 구비 부담이 줄어든다. 사전에 규정된 설비기준을 없애고 사후에 보유설비 적정성 평가를 하는 식으로 바뀐다.

■ 규제 샌드박스 도입 법령 제개정 추진

정부는 신산업 규제특례의 원칙과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을 추진한다.

개정안에서는 신산업과 신기술 분야 우선허용 사후규제 원칙을 규정하고, 신산업 분야 규제특례 부여방향와 규제정비 의무를 신설한다.

또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기 위한 분야별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존 규제와 별도로 신사업을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제도다.

분야별로 규제 샌드박스 입법 추진내용을 살펴보면 ▲ICT 분야 정보통신융합법 ▲핀테크 분야 금융혁신지원법 ▲산업융합 분야 산업융합촉진법 ▲지역 혁신성장 관련 지역특구법 등 4개 법률 제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법안은 2월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규제 샌드박스 적용이 가능한 시범사업 실 사례로는 금융기관 고객정보 시스템의 클라우드 활용, 인공지능 기반 핀테크 회사의 대출 업무 등이 있다.

기존에는 고객정보와 관련없는 시스템만 클라우드 이용을 허용했지만, 일정한 요건을 갖춘 금융서비스는 고객정보와 관련된 시스템도 클라우드를 이용해 시범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또 대출심사, 예금보험 계약, 신탁인수 등은 제3자에 위탁이 불가능했지만 지정대리인을 통한 제3자에 관련 금융 업무를 최대 2년간 위탁할 수 있도록 허용해 인공지능에 기반한 대출심사 서비스를 개발한 회사가 은행으로부터 대출심사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할 수 있다.

■ 신산업 현장 규제애로 89건 해결

정부는 신산업 분야 현장의 목소리를 수시로 듣고 적극적으로 현장과 소통해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혁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 절차 간소화 등 현장에서 느끼는 총 89건의 규제애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주요 개선사례 가운데 현행 규제와 상충되는 지점은 신산업 허용을 위한 법령 개선으로 해결했다.

과속단속 카메라 기능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처벌 대상인 라이다 센서 차량이 도로에 다닐 수 있게 된다. 온라인 금융상담사와 투자일임계약을 맺을 수 있다. 영상통화를 통해 설명의무를 이행하는 식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산관리서비스의 대중화를 이끌 수 있게 됐다.

사람과 협동로봇이 공장에서 함께 일할 수도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협동작업장에 들어갈 때 로봇이 반드시 정지해야 했지만, 안전기준에 부합하는 경우 사람과 공동작업을 허용한다.

또 농업진흥구역 내 모든 적법 건축물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이전까지는 2015년까지 허가된 건축물에만 태양광 발전 설치가 허용됐다.

신산업을 위한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해결방식도 이뤄졌다. 이를테면 벌채 후에 임목부산물은 경제성 부족으로 산림에 방치했지만,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중치를 부여해 미이용 임목무산물의 쓰임새가 새로 생겼다.

디지털 교과서의 검정 공고기간은 단축된다. 검정을 마친 서책형 교과서를 기반으로 디지털 교과서를 개발해도 최소 1년 6개월의 검정을 거쳐야했지만, 별도의 패스트트랙을 마련해 디지털 교과서 시장을 조기에 창출시킨다는 계획이다.

현행 규정의 모호한 부분은 규정을 명확하게 고쳐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별도 시설투자비 부담을 줄이고, 개인 의뢰 유전자 검사는 의료광고 심의 없이 광고할 수 있게 됐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행정절차는 간소하게 줄였다.

우선 정보보호 인증제도인 ISMS와 PIMS를 통합해 기업의 관리비용 부담을 줄였다. 유사한 심사 항목을 가진 제도를 단일체계로 통합하는 동시에 심사기간과 인증수수료도 줄였다.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 절차도 간소화됐다. 모든 허가 신청 차량에 안정성 검증을 했지만, 동종 차량 여러대가 신청할 경우 1대만 선별 검증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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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의 해외 허가를 위한 제출서류도 줄였다. 기존에는 의료기기 기술문서의 재발급과 최종본이 발급되나 해외 허가용으로는 재발급 불가능했지만 이를 허용키로 했다.

이밖에 채혈침 등 글로벌 의약품 임상시험용 의료기기의 수입이 간편해진다. 통관 때마다 매번 ‘시험용 의료기기 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했지만, 다년간 임상시험을 할 때 ‘시험용 의료기기 확인서’를 최초 1회만 발급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