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전공자가 짜장면 배달업 왜 하냐고요?

유정범 대표 “IT로 '부릉'도 네이버처럼”

중기/벤처입력 :2018/01/15 13:46    수정: 2018/01/15 14:24

맛집, 먹방(먹는 방송 약어)에 대한 관심으로 배달음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륜차(오토바이) 배달대행 업계가 호황이다.

제각기 다른 이름의 유니폼과 라벨을 붙인 배달대행 오토바이들은 음식이 식을세라 좁은 골목을 휘저으며 쏜살같이 달려간다. 그 중 특히 자주 목격되는 브랜드가 바로 메쉬코리아가 운영하는 ‘부릉’(VR)이다.

2013년 1월 문을 연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네이버, 휴맥스 등으로부터 441억원 규모로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액은 755억원, 월 매출은 40억원 수준이다. 성장 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수익보다는 투자에 집중하고 있지만 올해 말, 월 단위 흑자전환도 바라보고 있다. 2016년 55억원 수준이었던 연 매출은 지난해 300억원까지 뛰었다.

170명 임직원 중 80명 정도가 개발 전문 인력이며, 전국에 위탁 운영 방식으로 구축한 오프라인 지점(스테이션)도 100여곳에 달한다. 배달 기사들의 지역별 거점인 부릉 스테이션은 올해 초까지 13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부릉의 하루 최대 콜 수는 5만 건, 전국의 부릉 기사 수는 1만3천명 가량이다.

주요 실적이나 숫자 데이터를 나열해 보면 메쉬코리아는 국내 이륜차 배달대행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가는 곳 중 하나다. 아직 더 많은 수의 기사들을 모으고, 배달 범위를 넓혀야 하는 숙제가 있지만 낙후돼 있던 배달 시장을 IT로 똑똑하게 바꿔 나가고 있다.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는 배달 대행 영역을 수학으로 파고들어 데이터에서 의미를 뽑아냄으로써 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 시장으로 정의했다. 또 돈을 벌기보다는 구조화된 시스템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과 목표를 갖고 배달대행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수학과 재정경제학을 전공했으며, 같은 대학에서 MBA 졸업을 했다.

“돈이 목적이었다면 진작 중단했을 것 같아요. 투자사들은 이렇게 훌륭한 인재들로 왜 자장면 배달 사업을 하냐고도 묻는데, 이 시장은 사실 수학전공자들이 잘할 수밖에 없어요. 파고 들고, 집착하고, 데이터에서 의미를 뽑아냄으로써 혁신이 이뤄지는 시장이죠. 기사들은 왜 일하기 싫은지 말 하지 않아요.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일에는 어떤 규칙도 통하지 않죠. 수학과 공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

시행착오도 겪었다. 배달되지 않던 음식들을 배달해주는 서비스 ‘부탁해’를 선보였지만 사용자들은 일정 비용 이상을 배달비로 쓰지 않았다.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국민들의 특성이 여기에도 작용했다.

“25억원이라는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에요. 한국 사람들은 빨리빨리 문화가 있으니 부탁해를 대중적으로 만들면 엄청난 수익이 날 줄 알았는데, 소비자들은 여기에 3천500원 이상 쓰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정해진 가격 안에서 정해진 시간 내 가장 많은 배송 도식을 짤 수 있는 부릉과 같은 서비스를 해보기로 한 거예요.”

부릉을 야심차게 선보인 유정범 대표에게 찾아온 또 다른 고민은 배달 기사들이 갖고 있는, 그들은 절대 말하지 않는 고민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것이 높은 수익일 수도 있지만, 직업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부심과 회사의 소속감을 갖게 하는 일이다.

“이륜차 배송대행 시장 규모는 약 23조원이지만, 배송기사가 전국에 풀타임 기준 2만5천 명 수준으로 제한적이에요. 하루에 20건 정도 배송하면 월 350만원 정도 버는데도 내가 출근하는 공간이 없어서, 가장으로서 떳떳하지 못하다는 게 큰 걸림돌인 것 같아요. 그래서 기동성 좋은 위치에 부릉 스테이션을 늘리고 있습니다.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직장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부릉 스테이션.

또 유 대표는 편법을 쓰는 배달대행 기사들에게만 유리했던 구조를 바꾸는 것에도 힘쓰고 있다. 심지어 배달은 하지 않고 콜만 잡아 이를 팔아 수수료를 챙기는 ‘꾼’까지 있다고.

“콜을 잘 잡는 기사만 돈을 많이 버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기사들이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또 패턴 마이닝 머신러닝 기술을 개발해 기존 지도 데이터에는 없는 최적의 경로를 찾아줌으로써 기사들의 배달 시간을 절약해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상점들을 찾는 시간, 주문을 잡는 시간을 0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메쉬코리아는 배달 기사들이 언제든 원하면 가상계좌에서 건당 출금이 가능하도록 엠캐시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오토바이 구매 비용을 12개월 무보증·무이자 할부로 지원한다. 나아가 이륜차 종합보험 가입 승인을 받아 제휴 배송기사들의 보험 보장 범위를 확대했다.

이 밖에 메쉬코리아는 전략적 투자 관계인 네이버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 부릉 시스템 고도화도 다방면으로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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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하면 부릉 소속 배달 기사들이 다른 것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안정적인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좋은 직장으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고도화된 IT 기술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부릉은 배달대행비가 업계에서 가장 비싸요. 사실 갑질한다고 욕을 듣기도 하죠. 그 만큼 기사들한테 더 많은 금액을 주기 때문인데, A급 라이더들이 많은 비결입니다. 저가 비즈니스는 하고 싶지 않아요. 순간 회사는 1등을 할 수 있겠지만,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일하는 사람들과 업무 효율을 과연 높일 수 있을까요. 또 메쉬코리아도 네이버처럼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려면 기술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능한 개발자들을 앞으로도 적극 채용해 배달, 배송 시장에서 똑똑한 실험과 도전들을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