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의 새로운 전쟁터...AI 스피커 列國志

통신·포털·제조사, AI 스피커 시장 놓고 대회전

일반입력 :2018/01/12 15:27    수정: 2018/01/12 16:52

2018년은 통신, 포털, 제조 등 IT 분야 주요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을 놓고 대회전(大會戰)을 벌이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통신사들이 가장 먼저 AI 스피커를 출시, 초기 시장을 개척해 왔지만 지난해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들이 잇따라 AI 스피커를 출시했고, 올해에는 삼성전자·애플 등 하드웨어 제조사도 본격적으로 참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싸워왔던 주요 기업들이 거대한 융합 트렌드 속에 AI 스피커 시장을 놓고 하나의 전장에서 맞붙는 형국이다.

AI 스피커의 일반 속성을 누가 더 강렬하게 전파할 지와 각자의 전통적인 장기를 어떻게 특화할 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왼쪽부터 KT의 기가지니, SKT의 누구, LGU+의 프렌즈+.
네이버 프렌즈(왼쪽), 카카오미니.

■이통사, 제품군·콘텐츠 확대…셋톱박스 기반 서비스도 추가

KT는 지난 11일 자사 AI 셋톱박스 '기가지니'의 목표 판매 수량이던 50만대를 달성했다는 소식과 함께 콘텐츠 확장 계획을 밝혔다. 우선 파고다교육그룹 제휴 기반의 '파고다 생활영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영어 대화 내용을 듣거나 문장을 따라하고, 역할 대화, 유용한 생활 영어 등 음성 기반의 서비스에 최적화된 교육 콘텐츠를 마련했다. 이후 이용자가 발음이 원어민 발음과 얼마나 유사한지 알려주는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콘텐츠 확장을 꾀하기 위해 KT는 지난 11월말부터 기가지니에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개발사를 대상으로 '기가지니포디벨로퍼스' 설명회를 개최, 기가지니 서비스 개발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앞서 회사는 제품군 확장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기가지니에 LTE 통신을 지원함으로서 LTE 라우터 기능을 붙여 지난 11월 '기가지니 LTE'를 출시하고, 1월 중 기가지니의 휴대성을 강화한 '기가지니 버디', 기가지니를 어린이용 웨어러블 기기로 개발한 '기가지니 키즈워치'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AI 스피커에 대해 집에 놓고 쓰는 제품이라는 보편적인 인식을 넘어 이용자들이 자사 AI 플랫폼을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KT 관계자는 "50만대 판매라는 양적 성장 차원의 일차 목표를 달성했고, 올해부터는 휴대성을 강화한 기가지니 버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기가지니 키즈워치 등 제품군의 확장과 IPTV와의 연계를 살린 서비스 차별화 등 질적 성장에 촛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기가지니 LTE, 기가지니 키즈워치, 기가지니 버디.

이통사 중 가장 최근 AI 스피커 제품 'U+우리집AI'을 출시한 LG유플러스는 올해 서비스 확대를 위한 보폭을 넓힐 계획이다. 특히 제휴를 통한 콘텐츠 차별화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U+우리집AI는 ▲단어만으로도 찾아주는 IPTV VOD 검색 ▲IoT ▲네이버 제휴를 통한 검색 ▲우리 아이 24시간 원어민 선생님 ▲음성 기반 쇼핑 등 5가지 핵심기능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네이버와 제휴를 맺은 배달의민족의 주문배달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고,YBM과 제휴를 맺고 출판된 전문 서적, 학습지 등을 대화 형태로 구현하는 서비스, 그외 LG생활건강, GS리테일과의 협업으로 제공하는 쇼핑 서비스를 탑재했다"며 "웅진북클럽과의 제휴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도서 낭독 서비스의 경우 LGU+ 스피커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회서는 지속적으로 제휴처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회사는 IPTV와의 연계를 통한 VOD 검색, 현재 출시된 IoT 제품과의 연계 뿐 아니라 향후 등장할 IoT 제품에도 지속적으로 AI 플랫폼을 연결할 방침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는 꾸준히 자사 서비스를 연계하고 있다. AI 스피커는 콘텐츠 확보를 통한 효용성 확대가 중요한 만큼 꾸준히 콘텐츠 확장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맛집 검색 서비스 스타트업 다이닝코드는 자사 데이터를 누구에 제공하기 위한 제휴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맛집 정보 제공은 오는 1분기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9월 서비스를 연계한 자사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도 이용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T맵에 AI 플랫폼을 탑재한 'T맵X누구' 앱 다운로드 수가 800만을 넘었다"고 밝혔다.

다만 콘텐츠 확장 방향성에 대해서는 향후 업계 경쟁을 대비해 알려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누구도 IPTV에 진출한다. 이를 위해 그룹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IPTV 플랫폼 'Btv'를 활용할 예정이다.

SKT는 T맵에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를 탑재한 차세대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x누구’를 선보였다.

■포털, AI 생태계 확장에 촛점

한편 지난해 마찬가지로 AI 스피커를 출시한 포털사도 홈 IoT, 생활 서비스를 꾸준히 추가하는 등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계 움직임은 속도를 더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지난 10월말 350억원을 투자한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 주문 서비스 '배달의민족'를 자사 AI 스피커에서 제공할 계획이다. 그외 디스플레이 기능을 추가한 '페이스(가칭' 등 스피커 종류도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회사는 자사 AI 생태계의 확장에 집중한다. 하드웨어 제조사, IoT 업체에게 API,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샘플 코드 등을 지원해 AI 스피커 연계 서비스를 구상,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관련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자사 AI 플랫폼 '클로바'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졌으면 한다"며 "음식 주문배달이나 팟캐스트 등 음성 기반의 서비스가 적합한 콘텐츠 제작사에게는 AI 스피커 연계가 서로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네이버 AI 스피커 '프렌즈'.

카카오의 경우 현재 운영 중인 자사 핵심 서비스를 점진적으로 AI 스피커 '카카오미니'에 탑재해나가면서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 주문하기,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다양한 자체 서비스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AI 스피커 연계가 이용자 유치를 견고히 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 제휴사 대상으로 자사 API를 개방해 홈 IoT 등 관련 서비스를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작년 카카오는 삼성전자, 코맥스 등 다양한 회사와 제휴를 체결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물량 부족으로 인해 지난달 6일까지 카카오미니 8만여대를 판매하고, 이달 30일부터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라며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톡 등 개인정보에 민감한 서비스를 연계하기 위해 화자 인식 기술을 자체 개발해 고도화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카카오미니.

■삼성·애플, 올해 AI 스피커 출시…보급·고급화로 승부

올해는 제조사도 자사 플랫폼을 활용한 접근성 확대, 고성능 하드웨어 등 경쟁력을 갖고 AI 스피커 시장에 진출한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지난 8일 국제가전박람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AI스피커를 출시할 계획"이라며 "오는 2020년까지 모든 스마트 기기에 AI 플랫폼을 도입해 AI의 대중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AI 스피커를 내놓은 업체 중 기기 제조사는 없는 상황"이라며 "조금 늦게 AI스피커 시장에 진입하지만 경쟁력 있는 위치라고 생각하고, 내년 이맘 때 시장 점유율에 대해 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인수한 전장 전문 기업 하만과 협업해 AI 스피커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애플의 첫 인공지능 스피커 '홈팟'. (사진=씨넷)

애플의 경우 'AI 스피커의 고급화'라는 방향성을 꾸린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해 6월 열린 세계개발자회의에서 AI 스피커 '홈팟'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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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를 탑재한 홈팟은 내장 마이크가 2~4개인 타사 제품과 달리 6개의 마이크를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이용자의 음성 인식 정확도가 높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고품질 음악 재생도 지원한다. 자체 앰프가 있는 7개의 트위터와 자동 공간 감지 기술로 장소에 따라 균형 잡힌 음향을 제공한다.

홈팟의 가격은 349달러(약 37만원)으로 올해 초 출시 예정이다. 국내 출시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 출시될 경우 프리미엄 AI 스피커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을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어로 된 자연어 처리를 얼마나 능숙하게 할지가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