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말로만 4차산업혁명...현실은 규제강화”

인터넷 생태계 위기 토론회...규제·역차별 비판

인터넷입력 :2018/01/11 16:55    수정: 2018/01/11 17:01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규제가 국내 기업 성장을 막고 있어 시장 선두를 빼앗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외치면서도, 정작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라는 명분으로 규제 강화 기조만 내세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 주최로 '국내 인터넷 생태계 위기에 대한 대토론회'가 열렸다.

여기에서 발제를 맡은 차재필 인기협 실장은 "글로벌 경제는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경제로 전환하고 있고 인터넷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규제로 인해 서비스 점유율만 뺏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인공지능이나 O2O, 핀테크 등 신산업 육성 의지는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부가통신시장 내 국내외 역차별이 심화되면서 더이상 인터넷 강국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만큼 혁신적인 서비스를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차 실장은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 경쟁력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런 규제 기조를 지킨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경제에 내일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인터넷 기업은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기간통신사업자와 다른 부가통신사업자라며, 공공서비스가 아닌 사기업의 영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근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한 공권력 행사의 근거가 되는 규제를 설정할 때, 막연히 이해관계자의 가설이나 여론몰이에 떠밀려서는 안 된다"며 "규제의 내용은 반드시 비례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정부나 국회에서 추진하는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는 외국 사업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기 힘들 것"이라면서 "구글은 유한회사로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 재무정보 공시 의무가 없으며, 페이스북은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 조차 안 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불가피하게 국내 사업자에게 규제를 집행할 수 밖에 없다면,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국내 사업자에게 줘야 동일한 경쟁조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발제에 이어 토론 자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계속됐다.

원윤식 네이버 상무는 "해외기업들의 독단적인 행태와 통신사들의 차별적 비용부과는 혁신적인 스타트업 태동을 어렵게 하고, 나아가 국내 인터넷기업의 역차별로 이어질 것"이라며 "글로벌 사업자들의 세금문제와 공평한 망사용료 부과는 역차별을 풀기 위한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 상무는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은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면서 "국내외 사업자가 최소한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라이드셰어링 스타트업인 럭시 최건희 이사는 회사 창업 당시부터 성장 운영 과정에서도 규제에 발목 잡히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 이사는 "법에 명시한 대로 이용목적을 준수해 카풀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모호한 출퇴근 개념과 기존 유상 운송 사업자들의 무조건적인 방해로 난항을 겪고 있다"며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와 업체가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이사는 "실효성 있는 네거티브 규제 도입이 시급하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다양한 실험과 새로운 시도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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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도 정부의 규제에 대한 접근 방식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강대학교 홍대식 교수는 인터넷 기업의 경쟁상황평가제도 적용과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부 등과 관련 "기간통신사업과 부가통신 사이의 규제 형평성으로 공정한 경쟁의 운동장 형성이 어려운 문제가 있는지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며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사전 규제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기간통신사업에 대한 사전 규제가 불합리해진 상황이 됐기 때문에 운동장의 기울기를 낮춰 문제를 해결해야지 운동장의 기울기를 올려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