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史 다시 쓴 삼성전자, 미래는?

사상 최대 실적 불구 반도체 정점 논란...사업구조 혁신 서둘러야

홈&모바일입력 :2018/01/09 16:48    수정: 2018/01/10 10:53

삼성전자가 지난해 또 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쏘아 올리며 대한민국 기업사를 다시 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9일 잠정실적 공개를 통해 작년 4분기 동안 매출 66조원, 영업이익은 15조1천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 한해 매출은 무려 239조6천억원, 영업이익은 53조6천억원이다. 분기당 60조원씩 벌고 13조원씩 이익을 남긴 셈이다. 하루 전체 매출로 따지면 6천564억원씩 벌어들였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2013년(매출 228조7천억원, 영업이익 36조8천억원) 실적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사상 처음으로 연간 이익 50조원 시대도 열었다. 삼성전자는 24년 전 1994년 국내 제조업체로는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당시 매출은 11조5천억원, 경상이익은 1조4천억원, 세후 당기순이익은 9천400억원이었다. 매출 50조원을 돌파한 것은 2004년이다.

삼성전자가 9일 사상 최대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CE부문장 김현석 사장이 8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18’ 개막에 앞서 미국 현지에서 미래 비전과 2018년 주요 사업을 소개하는 프레스 컨퍼런스 모습.(사진=삼성전자)

회사 밖으로 눈을 돌려 비교하면 지난해 성과는 더욱 놀랍다. 재작년 국내 제조업 상장사 매출이 741조원 수준이니,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제조업 매출의 3할을 넘게 차지하는 꼴이다. 전 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번다는 미국의 간판 기업 애플과도 어깨를 겨룬다. 애플은 2017년 회계연도 매출이 2천292억달러(한화 245조원), 영업이익이 613억달러(65조원) 수준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최근 영업이익 순증치를 들여다보면 부침도 많았다. 삼성전자는 2013년 영업이익 36조7천억원으로 30조원을 돌파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스마트폰이 잘 나갈 때다. 중국 스마트폰 산업 경쟁력이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영향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내리막을 걷는다. 2014년 25조300억원, 2015년 26조4천100억원, 2016년 29조2천400억원으로 30조 벽을 넘지 못했다.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고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거셌던 시기였다.

삼성전자가 이런 고군분투 끝에 영업이익 53조원, 영업이익률 22.4%를 달성한 것은 역시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크다. 삼성전자는 작년 반도체(메모리) 사업에서만 34조원의 영업이익을 남긴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매출만 약 7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단기적으로 영업이익 60조원을 돌파하느냐는 문제도 향후 반도체 경기가 크게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IM사업부문이나 TV·가전 CE 사업부문의 시장 성장 전망이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이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반도체 경기의 급격한 하락세는 없겠지만 정점 논란은 적지 않다. 작년 연말 모건스탠리가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메모리반도체의 올해 업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면서 정점 논란엔 이미 불을 지펴진 상황이다. 자칫 오늘날의 성과가 산업적 싸이클이 큰 '반도체 신기루(蜃氣樓)' 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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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향후 1~2년이 삼성전자의 미래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10년간 정보기술(IT) 산업의 쌀알이자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분야에서 경쟁력을 지켜왔지만 중국 등 경쟁자들의 거센 추격으로 앞으로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 수록 경쟁 여건이 좋아지기 보다는 점점 더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중국이 조만간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본격화하면 디스플레이 분야와 마찬가지로 공급 과잉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물론 당장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하이엔드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제조·양산 기술력에 더한 강고한 사업적 포트폴리오에 있다. 핵심 사업군이 부품(반도체)과 세트(스마트폰/TV/가전) 제품으로 서로 가치 사슬로 엮여 있어 위기 상황에서도 잘 버텨왔다. 하지만 과거 교훈에서도 알수 있듯이 글로벌 투톱인 중국의 거센 추격을 뿌리칠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삼성전자가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지속 성장하는 길은 하드웨어 기반의 사업 구조 위에 AI, IoT, 자율주행차, 배터리, 바이오헬스 등 미래 핵심 사업을 융합해 얼마나 빨리 사업구조를 혁신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