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합병 후 삼성 순환출자 생겨"...삼성SDI "법률 검토"

"삼성SDI, 물산 주식 400만주 더 팔아야" 유권해석 변경

디지털경제입력 :2017/12/21 17:16    수정: 2017/12/21 18:13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21일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집행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로 했다. 지난 2015년 12월24일 마련한 대기업 순환출자 해석 기준을 2년만에 뒤집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를 예규로 제정해 향후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순환출자 해석 기준 변경에 따라 삼성 측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404만2천758주(지분율 2.11%)를 추가로 처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합병 이후 공정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매각한 주식 500만주의 80.8%에 해당하며 금액으로는 약 5천276억원(20일 종가 기준)상당이다.

공정위 측은 "기존 가이드라인 변경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는 기업집단 '삼성'에 대해서는 예규(안)이 최종 확정되는 시점에 변경된 유권해석 변경 결과를 통지하고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합병 관련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개정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공정위)

이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삼성SDI 측은 "법률 검토 후 신중히 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법률 검토에 따라 매각이나 행정소송 등 대응 방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삼성SDI 관계자는 "예규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뭐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향후 법적(예규) 근거가 마련되고 공정위 측의 유권해석 통보를 받으면 이에 대해 충분한 법률적 검토와 내부 논의를 통해 향후 입장을 정하겠다"고 전했다.

■공정위, 순환출자 해석 기준 변경 근거는

이번에 공정위가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변경한 것은 법원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1심 판결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공정위가 내린 유권해석을 삼성의 청탁이 성공한 것으로 판결한 영향이 가장 크다. 공정위는 국정감사에서 여러 차례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지적 등에 따라 새롭게 검토절차를 진행한 결과라고도 했다.

공정위는 기존 가이드라인에서는 순환출자 고리 내 존속법인과 고리 밖 소멸법인이 합병하는 경우(사례1)와 순환출자 고리 내 소멸법인과 고리 밖 존속법인이 합병하는 경우(사례2)에서 각각 발생하는 순환출자 고리의 경제적 실질이 동일하다는 점을 근거로 모두 ‘순환출자 강화’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올해 두 차례에 걸친 공정위 전원회의를 통해 이를 변경해 사례2의 경우 '순환출자 형성'에 해당한다고 최종 판단했다.

공정위 측은 "법문은 순환출자 강화를 '순환출자회사집단에 속하는 계열출자회사의 계열출자대상회사에 대한 추가적인 계열출자'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이때 계열출자대상회사는 합병 당시에 이미 순환출자 고리 내에 있는 회사에 한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또 "경제적 실질의 동일성을 기준으로 순환출자 형성?강화를 판단하는 것은 법 해석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고, 법 적용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 측면에서도 타당하지 않다"고 해석 기준을 내렸다.

삼성SDI, 물산 지분 404만주 추가 매각 불가피...이재용 부회장 지배력에 영향은 '제한적'

공정위 측은 이번 결정에 따라 삼성이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해소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만약 공정위의 뜻대로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할 경우 삼성 순환출자 고리는 현재 7개에서 4개로 단순해 진다. 공정위에 따르면 ①삼성물산→생명보험→삼성전자→SDI→삼성물산, ②삼성물산→생명보험→화재보험→삼성전자→SDI→삼성물산, ③삼성물산→삼성전자→SDI→삼성물산 등으로 이어지는 3개 고리가 사라진다.

하지만 삼성 입장에서는 처분 주식을 누구에게 팔아야 할 지 마땅하지 않다는 게 고민이다. 삼성물산이 현재 그룹 지배구조의 주축이 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계열사에서 지분을 인수할 경우 순환출자 구조가 강화되거나 상호 또는 순환출자 구조가 새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실례로 삼성전기나 삼성화재가 이 주식을 사면 순환출자 강화에 해당된다. 또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벤처투자, 삼성경제연구소, 삼우종합건축사무소, 서울레이크사이드, 시큐아이, 씨브이네트, 네추럴나인, 제일패션리테일, 삼성웰스토리 등이 주식을 매입하면 상호출자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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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공정위의 결정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SDI가 처분해야 하는 삼성물산 주식이 2.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김동양 애널리스트는 "지배주주의 매수 참여 여부 등에 따라 단기적으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있을 수 있겠으나, 이미 이재용 부회장(17.1%) 등 지배주주의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이 32.9%로 충분하다"며 "다만, 최근 CJ그룹 지배구조 개편(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 강화 시행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과 맞물려,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개편 논의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