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지 개발 꼭 정착"...유영민 장관의 집념

"SW산업 절박한 문제" 여러차례 강조

컴퓨팅입력 :2017/12/20 07:54    수정: 2017/12/20 10:01

"원격지 개발은 우리 소프트웨어(SW) 산업의 절박한 문제다. 단순하게 보면 안 된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된 '공공SW사업 혁신방안' 발표회에서 원격지 개발 정착에 대한 집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날 행사는 지난 14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확정한 공공SW사업 혁신방안을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혁신방안 마련을 위해 과기정통부는 '아직도 왜'라는 이름의 민관 합동 TF'를 꾸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총 9차례 회의를 진행했고, 10월부터 11월까지 관련부처와 협의를 거쳤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19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공공SW사업 혁신방안 발표회에서 원격지 개발 정착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렇게 나온 혁신안의 주요 내용은 ▲요구사항 명확화를 위한 '제안요청서 사전심사제 도입' ▲과업 변경 관리 및 적정대가 지급을 위한 '과업심의위원회 설치·운영 의무화' ▲원격지 개발 활성화를 위한 작업장소 협의시 기업의견 중시’ ▲SW사업 지식재산권 활용촉진을 위한 ‘SW산출물 요청·제공 절차마련’ ▲상용SW활성화를 위한 ‘SW영향평가 의무화 및 유지관리요율 상향’ 등 다섯 가지다.

이날 유 장관은 다섯 가지 혁신안 중 특히 원격지 개발 활성화가 "단순히 생산성 향상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그 중요성을 부각했다.

원격지 개발 왜 필요한가?

현재 SW사업을 발주한 공공기관들은 관행적으로 수주 업체에 개발자 상주를 요구하고 있다. 2015년 조사에 따르면 발주기관 64%가 개발자 상주를, 4.3%가 인근 사무실에서 개발할 것을 요구했다.

발주처가 지방에 있을 경우 SW업체는 개발자가 수개월간 현장 머무르는 체재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지방 파견 비용은 개발자 1인당 월 150만원에 이른다. 또 지방 근무로 인해 우수 개발자가 이탈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IT서비스 업계에 산적한 문제가 많지만 가장 시급한 것이 원격지 개발 허용"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유 장관의 생각은 여기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다. 발주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가 발주자의 역량에서 비롯되는데, 원격지 개발이 정착되면 발주 역량이 향상될 수 밖에 없다고 예상한다. 발주자가 정확하게 문서화하고 명확하게 요구사항을 만들지 않으면 원격지 개발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 장관은 이날 산업계 몸담았던 시절 경험을 소개하며 "20년 전 인도 방갈로에 오프쇼어(해외위탁) 방식 개발을 맡겼는데 원격지에 SW를 주면서 우리는 발주할 때 요구사항을 명확히 하는 실력이 늘었다"면서 "이런 차원에서 원격지 개발이 (공공SW사업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원격지 개발 활성화 방안(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 장관은 그러면서 "공무원들이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으니까 그냥 (개발자들을) 눈 앞에서 부리는 걸 가장 편하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개발자들도 혁신 방안 중 원격지 개발 정착에 가장 큰 기대를 보였다.

엔비플러스 개발자 추호철 씨는 "대부분 발주처가 요구하는 장소에서 개발하고 있고 지방에 이주한 기관이 많아 지방에 가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맞벌이를 하는 경우 가사 분담 문제로 가정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돼, 한 번은 해도 두 번은 못 하겠단 말이 나온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발주처에서 보안을 이유로 인터넷 접속을 제안하는데 요즘 같이 개발할 때 인터넷 검색이 필수인 시대에 어려움이 많다"며 "원격지 개발하는 환경이 빨리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격지 개발 정책 어떻게 바뀌나

이번 혁신 방안을 통해 마련된 원격지 개발 정책은 발주기관이 일방적으로 작업 장소를 결정하던 관행을 막고, 상호 협의 원칙이 실효성을 갖도록 하는데 방점이 찍혔다.

양측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과업심사위원회에 청구할 수 있게 했고, 발주자가 국가안보 등의 이유로 작업 장소를 지정하려는 경우 미리 제안요청서에 명시하도록 했다. 또, 원격 개발 근무지원 센터를 설립해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당초 '아직도 왜 TF'에서 논의된 안은 '작업 장소를 원칙적으로 사업자가 정한다'로 훨씬 강력했다. 하지만 "계약은 상호 협의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여러 부처의 의견을 수용해 '협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에 업계 입장에서 보면 "원안에서 한발 후퇴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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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측은 "다소 미흡하다고 평가되는 원격지 개발 활성화 대책에 대해서는 향후 관계부처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원격지 개발이 원칙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유 장관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원격지 개발 정착을 위해 다부처 협조를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고 전했다. 유 장관은 "특히 총리께서 현장 문제를 잘 아시기 때문에 원격지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힘을 쏟아 주셨고, 행안부장관도 (원격지 개발 활성화를) 세게 해 볼테니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으며 의지를 보여주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