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외주제작 갑질 뿌리뽑는다

정부, 5개 부처 합동 불공정 개선 대책 발표

방송/통신입력 :2017/12/19 12:55    수정: 2017/12/19 16:41

정부가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 시장의 불공정 관행을 뜯어고치기 위해 칼을 댄다. 지난 7월 열악한 환경에서 사망한 독립PD 사건을 계기로 범 정부 차원의 공동대책이 마련된 것이다.

방송사 재허가 조건 부과와 방송법 개정 등의 방안으로 외주제작사의 방송 제작 환경을 개선한다는 세부 계획까지 나왔다. 또한 일시적인 대책보다 주기적인 실태조사 같은 점검을 통해 실효성을 갖춘다는 방침이다.

1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5개 부처는 합동으로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보고했다.

■ 5개 부처 합동계획 왜 나왔나

외주제작 의무편성제도는 지난 1991년 도입됐다. 지난 2015년 기준 외주제작사 수는 532개로 늘었고 시장 규모는 1조원대에 달한다. ‘태양의 후예’, ‘겨울연가’, ‘대장금’과 같은 인기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같은 성장 이면에는 외주제작사에 대한 불충분한 제작비 지급, 저작권과 수익의 자의적 배분, 과도한 노동시간, 인권침해 등으로 불공정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박환성, 김광일 PD의 아프리카 촬영 중 사망 사건을 계기로 실효성 있는 범정부 차원의 외주제작 공정거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방통위와 문화쳬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동대책반을 구성하고 실태노사와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또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실태점검과 합동회의 결과를 통해 관계부처 종합대책이 마련되고 이날 대통령에 보고된 것이다.

종합대책은 ▲방송제작인력 안전강화와 인권보호 ▲근로환경 개선 ▲합리적인 외주제작비 산정과 저작권 배분 ▲외주시장 공정거래 환경 조성 ▲방송분야 표준계약서 제개정과 활용확대 등 5개 핵심 개선과제와 16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이효성 방통위원장

■ 외주 방송제작인력 안전 강화

외주제작 인력은 불충분한 제작비로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상해보험, 여행자보험 등 기본적인 보험조차 가입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해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제작과정에서도 방송사PD 등 관계자들이 폭언과 멸시 등 비인격적 대우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방통위는 외주제작 인력의 상해보험, 여행자보험 가입 확인여부를 방송평가 항목에 신설하기로 했다. 또 안전대책 수립여부를 방송사 재허가 조건으로 부과하기로 했다.

아울러 방통위와 문체부, 과기정통부는 방송사과 외주제작 관련 협회 등과 함께 인권선언문을 제정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준수여부를 방송사 재허가 조건으로 부과할 계획이다.

■ 외주제작 근로환경 개선

외주제작사는 부족한 제작비로 인한 살인적인 촬영 일정, 초과 근로시간 예외업종 인정 등으로 근무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외주제작사를 근로감독 대상에 포함해 최저임금, 임금체불, 장시간 근로 등 취약사항에 대한 집중 근로점검을 실시한다.

특히 드라마 업종에 대한 근로조건 자율개선 사업 점검결과를 분석해 노동관계법 위반사항과 개선방안 등을 포함한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또한 현행 연장근로 한도인 1주일 12시간이 적용되지 않은 특례업종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이 추진된다.

■ 합리적인 외주제작비 산정

방송사의 자체 프로그램 제작비와 외주 프로그램 제작비 간 차별적이고 부당한 제작단가 책정으로 제작비와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방송사가 우월적인 지위를 바탕으로 협상을 주도하고 저작권이 외주제작사에 불리하게 정해지며 수익 배분도 불합리하다는 평가다.

외주제작비를 합리적으로 산정하기 위해 방통위는 방송사별 자체제작 단가 제출을 재허가 조건으로 부과할 계획이다.

또란 저작권 등이 합리적으로 배분되게 하기 위해 외주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방송사가 ‘제작시간 계획표’, ‘저작권 귀속’, ‘제작비 산정 및 지급방식’ 등을 포함한 규약을 작성하고, 이를 외주제작사와 계약시 준수토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을 추진한다.

방통위와 문체부는 방송사와 외주사 간 계약서에 외주제작사의 저작권 보유 합의조항이 있을 경우 순수제작 방송프로그램 의무편성비율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 외주제작 공정거래 환경 조성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 계약의 경우 구두계약이나 방송종료 후 사후계약서 작성 등 분쟁소지가 높은 계약관행이 일반적이다. 협찬금이나 정부지원금을 방송사가 자의적으로 배분하는 불합리한 계약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체부는 이를 막기 위해 방통위와 함께 ‘콘텐츠 공정상생 센터’를 설치한다. 센터는 외주시장 부당행위 신고를 받고 대응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방통위는 방송사의 외주제작사에 대한 ‘불합리한 협찬 배분’, ‘저작권 양도강요’, ‘계약서 작성 거부’ 등을 금지행위로 규정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을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콘텐츠 제작비로만 사용하도록 한 정부지원금의 취지에 반하는 이면계약의 사후 신고나 적발시 정부지원 제작비를 환수한다는 계획이다.

■ 방송분야 표준계약서 제개정

현재 시행중인 표준계약서는 문체부 7종, 공정위 1종이 있다. 하지만 방송분야 표준계약서는 겉으로 드러난 인지도에 불구하고 실제 계약 현장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문체부는 방송사-작가 간 원고료, 저작권 귀속 등 권리?의무 관계를 명확화하기 위해 ‘방송작가 집필표준계약서’를 제정하고 공정위는 ‘방송분야 표준 하도급계약서’를 개정한다.

문체부는 표준계약서 사용 인정기준을 마련해 표준계약서상의 저작권, 수익배분 등 핵심조항이 수정?삭제되는 등의 형식적인 사용을 방지하고, 정부와 공공기관의 방송프로그램 제작지원 및 모태펀드 등을 통한 방송드라마 분야 출자(계약) 시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그간 방송사-외주제작사 간 컨소시엄으로 정부제작 지원사업에 신청한 경우에 한해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였으나, 방송사 또는 제작사가 컨소시엄이 아닌 단독으로 신청할 경우에도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한다.

■ 외주 불공정관행 개선 대책, 분기별로 점검

대책 마련에 참여한 5개 부처는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에 대한 이행상황 점검을 분기별로 실시한다.

또 ‘외주제작시장 개선 유관부처 협의체’를 통해 외주제작시장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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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정부에서는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1091년 외주제작 의무편성제도 도입 이후 지속된 외주제작시장의 고질적인 불공정관행을 바로잡는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라며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 공정하고 상생하는 환경을 조성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외주제작인력이 인격적으로 대우받게 하고 근로여건도 개선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마음껏 꿈과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보다 많이 창출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